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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조직을 살리고 혁신을 이끄는 힘, 심리적 안전감

2020-09-22

 

 

 

김현정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겸임 교수 /《최고의 팀을 만드는 심리적 안전감》 저자

 

 

많은 학자들이 지금을 '뷰카VUCA의 시대'라고 말한다. VUCAVolatility변덕스러운Uncertainty불확실한Complexity복잡한Ambiguouty애매모호한이라는 4개 단어의 앞 자를 딴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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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럽다'는 것은 변화가 너무 잦고 빠르다는 이야기이다.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갑자기 튀어나온 말은 아니다. 필자가 2019년에 참가한 하버드 대학 코칭 컨퍼런스에서는 '불확실성'이 화두였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유능한 헤드 코치들은 이것이 가속화되고, 내재화될 거라고 예측했다.

최근 5년간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감정이 '불안'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치료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 늘 관심이 많다. 때론 그 감정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감정이 바로 '불안'이다

이렇게 불안이 점점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모두 예상하듯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우리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일을 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이런 불안을 리더가 흡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 개념이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지금 직장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주목받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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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은 조직론에서 최근에 주목받았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1990년대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 교수가 처음 이 개념을 이야기했다. 국내에도 출간된 에드먼슨 교수의 책 《두려움 없는 조직》을 보면, '구글에서 2년 동안 고성과를 낸 팀의 비밀은 무엇일까?'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나온다. 구글의 고성과 팀과 저성과 팀을 연구하고 고성과 팀에만 있는 요소를 찾아보니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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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은 간단히 말해서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여기는 괜찮아. 저들은 나를 해치지 않아' 이런 느낌이 심리적 안전감이다. 조직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리더가 불안을 흡수해야 한다고 에드먼슨 교수는 말한다. 무슨 말을 했는데 조롱을 받는다거나,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실패해서 엄청나게 비난 받는다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불안이 앞에서 말한 VUCA와 더해지면 불안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때로는 단순히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넘어, 신체적인 부분과 지적인 부분까지 모두 갉아먹는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인재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경영대학원 학생들, 로스쿨 학생들, 그리고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건면을 가지고 1m짜리 탑을 쌓아보자'는 미션을 줬다고 한다. 어느 그룹이 가장 오래 걸렸을까? 결론은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가장 오래 걸렸다. 말하자면 이들은 조직의 리더와 같다. 이들이 유치원생들보다 공간 구성 능력이나 재료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 아니다.

저자는 심리적 안전감 개념을 가져와 결과를 해석한다. 유치원생들은 탑을 쌓는 목표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마시멜로를 열심히 쌓다가 무너지면 "이렇게 해 봐!"라고 하면서 바로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스파게티 면이 무너지면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서 될 때까지 의기투합한다.

그런데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내가 이 말을 했는데, 안 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이런 방법을 제시하면 상대방이 나를 바보 같다고 여기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엄청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로지 내가 하는 말이 옳을지 그를지,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한 말 때문에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지만 고민한다. 즉 이들은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Case study 1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 어떻게 대처할까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적 성격장애'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기를 너무 사랑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하고, 특권과 과도한 찬사와 숭배를 요구한다

조직 내에도 나르시시스트가 존재한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감 가득한 모습으로 승승장구하며, 정치에도 능해서 힘 있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을 실제보다 커보이게끔 잘 포장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추종한다. 이들은 희생양을 만들어서 문제가 생기면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놓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동료를 착취하고, 성과를 빼앗는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들은 실제로는 꽤나 능력 있는 사람들이지만 스스로가 사랑이나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깊은 절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무엇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것을 가로채는 것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불법이나 공정하지 않은 짓을 저질러 놓은 경우가 많다. 횡령과 성범죄 역시 나르시시즘의 한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는 조직을 황폐화시키는 존재이기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나르시시즘 전문가인 샌드 호치키스 박사는 나르시시스트를 상사로 만난 경우는 절대 맞서지 말고, 퇴사를 고려하라고 말한다.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를 능가하는 유능을 드러내거나 그를 무력화하려고 하면 상상을 초월한 비이성적, 비정상적 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정상인들은 감당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이 리더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이사회가 민주적으로 운용되고, 이들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내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 시스템이 제어하게끔 하는 것이 나르시시스트의 부상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필자는 코칭에서 말한다. '나르시시스트를 어쩌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 어느 정도 사후 대처는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만일 우리 조직 내에서 이런 나르시시스트가 발견된다면, 리더는 상황에 대한 인지적 이해와 실질적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위기에 맞설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Case study 2 X세대와 Y세대 사이의 넓고 깊은 강,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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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Y세대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르다. X세대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점점 부자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자수성가한 세대다. 반면 Y세대는 부잣집에 태어났는데 부침이 심한 환경에서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보다 못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됐다. 불과 10~20년의 차이지만 압축 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간극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

필자는 세대 간 불화의 해답은 결국 X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든 아랫세대가 윗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미 조직은 X세대의 문화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 전혀 다른 가정과 학교생활을 경험한 Y세대가 조직에 들어와 곧바로 조직과 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두 세대의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바탕으로 X세대가 Y세대를 동기부여 하는 노하우를 7가지로 정리했다

1. Y세대에게 금전적 보상을 앞세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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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는 성과 보상으로 동기부여 되는 경향이 약하며 이는 낮은 직급일수록 더 뚜렷하다. X세대가 치열하게 일해서 큰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반면 Y세대는 적당한 업무량과 개인의 성장, 우호적인 분위기를 더 선호한다

2. Y세대는 회식보다 자유시간을 원한다 
Y
세대는 자유시간을 절실하게 원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심심했던 시절이 별로 없다. 퇴근을 일찍 하고, 딱히 하는 일이 없더라도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자유시간을 원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적당한 업무량을 원한다

3. 피드백과 작은 보상은 즉각적으로 
학생기록부를 토대로 대학에 가는 학생부종합전형, 이른바 '학종'이 등장하면서 Y세대는 늘 평가를 받아왔다. 시험, 작은 교내 대회, 숙제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의 대상이자 그들의 대학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그래서 이들은 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수능 대박으로 대학이 바뀌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따라서 Y세대에는 즉각적 피드백이 효과적이다

4. 조직에 의미 있는 사람임을 주지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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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는 의미 있는 사람으로 자랐고, 계속 그러길 원한다. 따라서 지금 하는 일이 허드렛일이 아니라 조직의 중요한 일임을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며,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고, 이를 통해 본인도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음을 설명해줘야 한다

5. 프로세스를 명확히 하라 
Y
세대는 평가 지표 그 자체보다는 프로세스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쉽게 수용하는 편이다. 어떤 기준이든 본인이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6. 교육 기회를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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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교육과 경쟁력에 대한 강박이 있음을 감안해 기업 안팎으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7. 모두와 끊임없이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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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대할 때는 그들 모두가 '편애'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대해야 한다. 한 사람을 다 같이 보는 데서 칭찬하면 다른 이들은 당황하거나 불안해한다. 야단도 따로 불러서 치고, 칭찬도 은밀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해 리더가 할 일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가 방향성을 알려주고, 소속감을 주고, 취약성을 드러내야 한다.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면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진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모르면 당연히 불안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앞서 가는 사람이 "이 길로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하면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불안이 낮아진다. 그런데 앞서 가는 사람이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계속 두리번거리면 어떨까?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리더는 목표에 대한 확신을 주고,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함께 한다'는 소속감이 있으면 불안감이 낮아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이 소속감 문제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2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곳의 소속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는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하면 그 사람이 가진 능력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더 스스로 부족한 모습을 인정함으로써 취약성을 드러내야 한다. 리더가 마치 자기는 완벽한 사람인 것처럼 군림하며 상대의 잘못이나 실수를 질타한다면,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빈틈이 있는 리더는 구성원들의 기를 살리고, 더 좋은 결과를 내게 한다.

구성원 각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고성과 조직이 되기 위해, 이 시대의 리더는 구성원들의 불안을 흡수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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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호에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연재됩니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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