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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이후, 적절한 조치는?

2020-04-20




사업장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오면 인사담당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2019 7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난 후, 각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제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은 바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고 관련 교육과 규정을 정비한 기업도 있지만, 소속 직원으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거나, 노동청으로부터 사실관계 조사 요구를 받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대개 '대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적절한 조치 방안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직장 내 괴롭힘 조치 왜 어려울까?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를 하는 것은 왜 이토록 접근하기 어려운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적절한 조치의 책임이 회사(인사담당자)에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첫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어디로 가서 제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시행됐고 나름의 정보는 인식하고 있으나, 막상 발생하면 어디로 가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경찰서에 신고하듯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관련 법에는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지적해야 하는 또 다른 지점은, 대다수 사람들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되기 위한 법률상 요건에는 관심이 없고, 홍보물이나 언론기사의 예시에 자신이 당한 경험을 대입해 보고, 임의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있으면, 조치 및 조사 등의 적절한 조치는 회사의 책임으로 규정되어 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가 규정되어 있으며 이같은 '적절한 조치'의 책임은 회사에서 본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과정부터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이 법의 위반 주체가 바로 사용자이며, 인사담당자의 실무적 접근이 피해자에게는 '사용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에게 너무 많은 판단과 역량을 요구한다
공익제보자, 노동청 제보에 따른 사실관계 조사 요구, 피해자의 직접적 제보 등 유형은 다를 수 있으나, 일단 이러한 유형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공식적 제보라는 점에서 인사담당자의 업무이자, '적절한 조치'의 시작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소문과 같은 형태이거나, 다소 비공식적인 공간과 상황에서 대화 형태로 전달 받을 수도 있다. 본 상황에서 내적 갈등이 발생하는 인사담당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본다. ,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되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간접적인 제보가 아닌 직접적인 제보와 일정 수준의 기초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에도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된다. 일단, 피해자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실제 법률상으로 조치가 필요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법률가가 아닌 인사담당자가 법률가처럼 판단해야 하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 적지 않다. 둘째로 형사(경찰관)도 아니고 근로감독관도 아닌 입장에서, 대체 가해자 및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방법을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다. 셋째,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심리상담가적 역할을 요구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이러한 역할을 경험한 적도 없고 교육을 받은 바도 없으며, 피해자의 고통이 머리에 맴돌아 괴로움이 '전이Transfer'되는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넷째, 회사는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빨리 수습하고 업무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문제없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너무 큰 스트레스에 빠지게 된다. 인사담당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호소가 우스갯소리는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인사담당자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을 중심으로, 사전에 설정된 단계적 조치를 이행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조치시 주의사항은?
그렇다면, 인사담당자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조치를 취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

 

사실관계의 꼼꼼한 조사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조치의 시작은 '사실관계의 꼼꼼한 조사'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째, 피해자 또는 제보자의 구체적 진술에 따른 '진술서'와 질의에 따른 답변이 담긴 '조사서'를 작성해야 한다. 물론, 본 진술과 조사는 일방의 의견이 담긴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최대한 모든 주장을 담아 객관적인 증거로 확보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시 피해자의 심리 및 정서적 상황을 고려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두 번째 조사는 진술에서 간접적인 사실관계의 확인이 가능한 '관련인'들에 대한 진술확보 및 조사 단계이다. 본 조사 단계에서는 진술자의 판단이 아닌, 사실관계의 여부를 중심으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그런 만남이 있었는지,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모두가 함께 있던 장소에서의 욕설 등이 있었다면, 해당 욕설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등 사실을 중심으로 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것이다. 사실관계 중심이 아닌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진술자의 주관이 담긴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잘못된 조사 방식은 2차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해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가해자 조사는 확보된 사실관계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부터 진행해야 방어적 진술을 막을 수 있다.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의 정보 조사이지, 법률적 판단 역할이 아님을 기억하면 충분하다. 사실관계 조사 이후에는 피해자의 주장을 전달하면서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이 당시 소명의 진술은 실제로 가해가 없다는 객관적 정보와 입장일 수도 있고, 가해에 대한 반성의 의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주장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에게 차분하게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모든 기록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녹취해 두는 것이 좋으며, 해당 진술에 대해서는 본인 명의의 진술서를, 조사된 내용에 대해서는 면담자의 서명을 받아두는 것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형사 조사가 아닌 상황에서는 당사자(특히 지목된 가해자)가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고, 실제 가해자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
신속한 조치'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관계의 조사 과정에서 괴롭힘의 수준과 별개로, 괴롭힘이 존재했고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가 불안정해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면 회사(인사담당자)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조사기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되,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여부 및 수준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회사는 최종적인 결과가 나와야만 해당 조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 규정 핵심은 조사 과정에서부터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속성'이 중요하다는 것과,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회사가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인사담당자는 법률가도 전문상담사도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 우선, 인사담당자는 법률가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유형에 있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모두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이에 사실관계에서 일정한 행위가 확인되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회사와 담당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률적인 판단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노동부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질의 회시 방안을 활용하거나, 법률 전문가인 노무사 또는 변호사에게 법률적 의견서를 요청해 판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나아가 전문상담사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정서적 어려움에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사 과정에서 최대한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태도, 혹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사실관계를 조사하려는 개방적 태도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징계를 전제하고 인사담당자를 만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가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돼 징계 사유에는 해당이 됐으나, 징계양정(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노동법은 징계에 있어서도 상당 수준의 보호 법리를 구축하고 있기에, 막상 징계를 했으나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징계가 과하다는 판정에 대해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각오로 제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인사담당자는 이러한 법적인 구조를 피해자에게 오해가 없도록 사전에 전달해 주는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 인사담당자가 어렵다면 법률전문가에게 피해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핵심은 가해자를 징계하는 것과 가해자가 법률적 구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별개의 건으로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여차하면 회사가 가해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그 누구라도 상대에게 폭언과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과 폭행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행위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누구든지 납득할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 편승해 괴롭히는 행위는 그 표면적인 양태와 내면의 의도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애매한 행위들은 하나의 조직문화적 요소에서 기인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모두 사법적 판단으로 끌고 가면, 결국 가해자, 피해자, 회사조직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고통이 만연하다면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단호한 조치를 행해야만 한다.



김준희 노무법인 위너스 책임노무사



본 기사는 HR Insight 2020. 02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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