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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10 실적이 좋을 때, 팀장이 진짜 해야 할 일

[팀장으로 산다는 건] #10 실적이 좋을 때, 팀장이 진짜 해야 할 일

요즘 어렵다는 기업이 많은데, 제게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룹이 있습니다. A그룹입니다. 꽤 오래 A그룹 계열사들과 거래를 했습니다. A그룹 어음을 받아 돌린 적도 있는데, 은행에서 할인이 안 된다고 해서 공급사에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A그룹도 한때는 잘나갔습니다. 제가 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닐 때 A그룹 변혁(Transformation) 성공사례를 특강으로 듣기도 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A그룹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때 뭘 했을까요. 엄청난 차입으로 여러 회사를 인수한 탓에 빚 갚기에 급급했습니다. 소비재 기업이 완전한 중후장대 B2B 기업으로 전환되었기에 트렌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회복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몇 년 새 해체된 B그룹도 비슷했습니다. 

 

A그룹 구조조정 관련 기사 캡처

 

 

사람들은 '구조조정'하면 바로 인원감축, 비용절감, 자산매각 등을 떠올립니다. 틀린 얘긴 아니지만, 구조조정에는 그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사업재편, 인력조정(충원 포함), 투자결정 등도 구조조정의 수단이 됩니다. 다만, 구조조정을 매번 불경기나 사업실적 하락기에만 시행하는 모습이 외부로 부각되다 보니 인식이 그렇게 된 것이죠.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때의 구조조정은 그저 생명 연장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우량기업도 헐값에 팔게 되기 마련입니다. 원래 구조조정은 능률을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실적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구조조정은 언제 해야 하나

 

200X년 1월, PS(초과이익분배금)/PI(생산성격려금) 두 가지 모두를 난생 처음 받았습니다. 전년 회사 실적이 아주 좋았던 것이죠. 월급의 몇 배 되는 돈이 한 번에 들어온 걸 보고 기뻤고, 약간의 보람도 느꼈습니다. 물론 오래 가진 않았지만요. 전략기획팀에 있던 저는 성과급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스태프 조직은 모든 사업본부가 목표를 달성해야 성과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업 모두가 잘 되기는 쉽지 않은데, 그때는 그렇게 됐습니다. 우리사주조합이 만들어지고, 성과금 일부가 주식으로 추가 배부됐었지요.

 


 

팀 실적이 좋으면 분위기가 좋습니다. 문제 팀원에 대한 경계와 관심도 줄어듭니다. 작은 문제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생기게 됩니다. 회사 분위기도 좋죠. 평소 사이가 안 좋았던 인사팀, 재무팀과도 별 충돌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적이 좋다고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경쟁사가 없어진 것도, 우리에게 까다롭게 요구해대는 고객들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정말 목표 대비 성과가 반짝 좋았을 뿐입니다. 

 

얼마 뒤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게 됐습니다. 자산이 얼마 없었기에 매출 감소는 현금유동성에 즉각적인 적신호로 여겨졌습니다. 신사업기획에 전념하던 저도 차출되서 구조조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하기 싫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건 미리 시작했음 좋았을 텐데.' 

 

 

잘 나갈 때 시작하자

 

구조조정을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팀장들도 팀 내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업무관행과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활동도 모두 구조조정에 속합니다. 구조조정이란 말이 부담스럽다면 '개선활동'으로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팀 단위로 구조조정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잘나간다고 실적에 취해있기보단 미래에 대비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위대한 개츠비>

 

 

[성과관리]

- 실적달성에 고질적인 Bottleneck 규명 및 대안 마련 

- 저성과 고객사(또는 매입사) 거래 전환 또는 중단 

- 실적하락의 위험도 분석 및 대응 방안 수립 

- 활력지수(신제품, 신규고객사 등의 매출비율) 개선 방안 검토 

- 중장기 전략목표 실행 상황 재점검 및 대응방안 개선 

 

 

[조직관리]

- 문제 팀원 면담, 전속, 또는 권고사직 

- 업무분장 재검토 및 조정 

- 회의방식 개선(횟수, 내용, 방식) 

- 내부 학습 방안 개선 

 

 

[인력관리]

- 팀원 역량 개발 상황 점검 

- 핵심팀원 선정 및 육성 모색 

 

 

​실적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장점이 많습니다. 첫째,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팀 내외에서 정당성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전사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라 저항을 적게 받으면서 추진할 수 있습니다. 셋째, 팀 외부의 자원을 비교적 용이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맘이 후할 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진짜 구조조정기엔 책 한 권 못 사게 하는 게 회사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라 대부분이 힘들다고 하지만, 배달산업 인터넷 교육 플랫폼 기업 등은 조용히 잘 나가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 구조조정을 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팀장님들도 본인이 주도하는 작은 구조조정을 추진해보시길 권고드립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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