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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4 회사에서 존경받으며 버티는 방법

[팀장으로 산다는 건] #24 회사에서 '존'경받으며 '버'티는 방법 

 


A선배는 전설적인 ‘존버’ 신화로 대학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형입니다. 회사에서 퇴직 압박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텼죠. 

 

  

그는 B사에 입사해 한동안 잘 나갔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대표 기업이 된 곳이죠. 유명해지기 전에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팀장까지 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실적이 부진하고, 팀원과 불화를 겪게 되었나 봅니다. 자연히 직속 상사 눈 밖에 나게 되었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수요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산업군에 속한 B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회사는 희망퇴직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적자, 대상자들을 상대로 집중 면담이 진행됐습니다. A 형은 8번이나 불려 갔다고 합니다. 말이 면담이지, 희망퇴직 강요와 다름없었습니다. '명예퇴직금을 올려달라고 협상하는 거냐'는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버텼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직무혁신팀. 사무실이라기엔 책상과 전화기가 전부인, 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팀원은 13명. 모두 희망퇴직을 거부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매일 하는 일이라곤 왜 배우는지 모를 기본직무교육, 근태보고(출퇴근, 점심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등), 독후감 제출 등이 전부였습니다. 그 와중에 면담은 다시 시작됐고, 모멸감을 주는 수준까지 강도는 더 세졌습니다. A형은 자신이 진짜 인생의 낙오자, 실패자인가 싶을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사전에 통보된 '직무혁신팀' 존속기간 5개월이 끝나기도 전에 팀엔 A형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지 회사는 A형을 새로운 팀에 배속시켰습니다. 팀원으로요.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본인의 노력 끝에 몇 년 뒤 다시 팀장이 되었습니다.

 

작년 송년회 때 제 술잔을 채워주며 해준 형의 이야기가 지금도 또렷이 생각납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연극부 무대장치 담당이었잖아. 30년 전이니까 시설이 조악하고, 무대가 작아서 조명을 천장에 다 달 수가 없었어. 그래서 주인공 비치는 조명 하나는 내가 직접 조작했지. 한참 공연이 진행되면서 클라이맥스로 넘어가고 있는 때였어. 극적인 장면에서 주인공을 비춰야 하는데, 전구 소켓 쪽이 달랑거리더라고. 그냥 뜀 발로 손을 뻗어 잡고 있었어. 소켓이 뜨겁더라. 근데 그 장면 망치면 안되니까... 참았지. 그때 상처가 손바닥에 희미하게 지금도 남아 있어. 휴우... 어쩌겠니? 내가 혼자 벌잖아. 회사에서 나오면 우리 집은 끝장이야. 뜨거운 소켓을 잡을 때처럼 버틴거야. 그러니 너도 버티고 있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존버 중, 버티고만 있어야 할까?

'존버'는 비속어인 '존나게'와 '버티기'의 합성어인데, 일상화돼 카톡방이나 모임엠서 누구나 쓰는 인사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A 형 이야기는 극단적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존버'란 이슈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겪고 있거나 겪게 될 생활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존버' 중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요즘 분위기는 더욱 어둡습니다. 생각해보니 최근 대학과 대학원 친구들, 예전 회사 OB들과의 단톡방에서 아예 답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나서서 묻기도 그런 분위기입니다. 남 걱정을 해주기엔 내 자리도 흔들거립니다. 여기서 이렇게 버티고만 있어야 할까요? 

 

예전 직장에서 동기였던 친구 소식을 듣게 된 건 최근이었습니다. 만년 팀장. 팀장 된지 12년이었습니다. 물론 작은 규모에서 회사가 시작하긴 했습니다만.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실적은 꾸준했기에 나가야 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안정된 구조라 임원들도 교체가 잦지 않았고, 있더라도 대표 측근들이 외부에서 오는 터라 더 이상 승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3년 전에 '이사'이라는 직제에도 없는 명함을 파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혜택도 없는 그냥 이름일 뿐이었죠. 그러다 선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젠, 팀장을 그만두고,'평사원'으로 기술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사내에선 다소 충격이었지만, 인사 적체 때문에 고민이 많던 경영진들에겐 하나의 해소책처럼 다가왔고, '팀장 직책 수당'과 법인카드만 회수하는 조건으로 수용되어, 연구소 평사원이 되었습니다. 본인은 만족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존버의 ‘존’을 ‘존경받으며’로 바꾸려면? 

동기의 얘기를 듣다 보니 '존버'에서 '존'은 '존경받으며'라고 치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지금은 팀장 자리에 올라왔지만, 사내 정치적 이유든, 실적 때문이든 좀 더 버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버티기 전략입니다. 다만, 존경을 받기 위해서면 현재 자리를 고수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합니다. 수동적인 자세보다 '능동적'인 버티기 전략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 '나'를 내려놓고, '역할'에 집중한다.

-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

- 우리는 회사에서 만난 관계임을 잊지 않는다.

- 배우고 실천하며 실력 쌓기를 포기하지 말라.

- 쓴소리해 줄 사람을 만나라.

 

1.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버티기로 마음먹으면 더욱 움직이기를 꺼리게 됩니다. 그것이 당장은 안전하듯 느끼지만, 내일까지 보장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기회가 될만한 부서나 분야로 옮겨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또한, 기존 부서 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할 방법은 적잖습니다. 특히 과거 본인이 잘한다고 인정받던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해 재고해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기법은 없는지, 젊은 팀원들의 긴박한 아이디어는 없는지 점검하면서 업데이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나'를 내려놓고,'역할'에 집중한다

팀장의 경우라도 자신보다 어린 임원을 모실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드문 경우지만, 여성 상사를 모시게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겁니다. 이럴 경우에 속앓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상사를 상사로 보지 않고, ‘나보다 어린 사람’, ‘나와 다른 성의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나 = 연장자, 우월한 사람’이라고 판단함에서 출발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객관적인 관계와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

여러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70년 대생 임원 인사 소식이 들려옵니다. 임원은 소(⼩) 사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권력이 생기지만, 그만큼 현장에선 멀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팀장 자리가 현장과 직접 호흡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앞으로 계속 들어올 요즘 세대와 함께 잘 지내는 문제는 본인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장해 줄 중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말을 덜 하고, 본인 돈을 종종 쓰는 겁니다. 그러면 그들 말을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겁니다.

 

4. 우리는 회사에서 만난 관계임을 잊지 않는다

회사 내 직원 간의 '친분'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잡담을 즐기며, 술을 자주 하는 관계를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팀에 새로 들어온 나이 든 차장, 출장 가면 본인 돈을 들여 요리도 하고, 술도 산다고 제안하는 데 젊은 팀원들의 호응이 없다고 불평이 많았습니다. 나이 어린 팀원과 차장 얘기를 했더니,“아니, 술 먹고, 밥 먹고 할 만큼 친해져야 같이하는 거죠."

 

사실 업무상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사전에 정확한 R&R(역할과 책임)을 정한다고 해도 누가 할지 모를 그레이존이 만들어지고, 누구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귀찮고, 빛나지 않는 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은 철저히 외면하며, 본인 일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차장. 회사는 동호회가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일’을 매개로 만난 관계입니다. 따라서 직원 간의 기본 관계는 일로 형성되지요. 같은 팀원들이라면 팀워크가 필요할 것입니다. 팀워크가 없는 상태인데, 개인적인 친분을 맺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차장의 접근법은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5. 배우고 실천하며 실력 쌓기를 포기하지 말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이미 대부분의 직원이 쓰는 프로그램인데, 혼자만 못한다고 합니다. 그걸 창피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좋은 강의나 연수 과정이 있다면 본인 돈을 들여서라도 참여해봅니다. 사내에 없다면, 사외에서라도 좋은 학습 모임에 가입합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자진해서 사내 발표나 강의를 하겠다고 공지를 합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강사가 돼라.'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6. 쓴소리해 줄 사람을 만나라

조직에서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면 점점 본인에게 피드백해 주는 사람이 적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듣기 좋은 아첨만 해대는 팀원들만 주위에 넘쳐날지도 모릅니다. 정기적으로 본인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를 해주거나 조언을 해줄 사람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조직 내에 없다면 학교 선후배, 동종업계 사람, 사적 모임 사람 등이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바로 내가 최근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언제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았는지부터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존경과 버티기의 양립

어제까지의 내 명성과 업적은 현재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련한 업무처리 능력과 경륜은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방식이 될 수 있고, 회사에서 느끼는, 익숙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의 씨앗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안주하기에 현재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아무쪼록 팀장님들의 존버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작용해서 회사에서'존경받으며','버티는'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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