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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事記] 3편 구조조정 - 2화 강등

[김 부장의 事記] 3편 구조조정 - 2화 강등 


 

 

대표는 황망한 지시를 내린 후 어두운 낯빛으로 회의실을 황급히 떠났다. 어수선한 좌중을 박 상무가 깨뜨린다.

 

“우리 말이야, 30분 정도 쉬었다 TF 회의합시다. 여기 모인 모두가 팀원이니까 어디 가지 마시고들!”

 

의기양양한 그의 말이 끝나고, 회의실 밖에서 이 팀장(전략1팀장)이 재빠르게 들어와 박 상무에게 다가간다. 사뭇 심각한 표정의 두 사람은 한편으로 비켜선 채 대화를 하고 있다.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한 그의 말투, 이 팀장의 등장이 거슬렸지만 김 부장은 대표실로 향했다.

 

비서는 김 부장을 막아섰다.

 

“부장님, 대표님께서 오늘 일정 모두를 취소하셨습니다. 다음에 오시는 게…”

 

“박 비서, 미안하지만 지금 봬야겠어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김 부장을 본 대표는 비서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다.

 

 

 

후계 구도의 변화

“대표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차분한 성격의 김 부장이 버럭 같이 소리를 치니, 대표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이렇게 결정하시면 회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개혁의 대상이 될 사람이 칼자루를 쥐다니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김 부장, 기분 좀 가라앉히고 우선 앉게.”

 

대표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응접 소파 뒤로 가서 술 한 병을 가져왔다.

 

두 술잔에 가득 술을 따른 후 김 부장 쪽에 하나를 놓더니 본인 것을 끝까지 들이킨다.

 

‘아… 대표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 부장은 혼란스러운 정신을 쓴 독주 한 잔에 털어버릴 것처럼 단번에 마셔버린다.

 

“휴우… “ 

 

대표의 긴 한숨이 계속된다.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 하나. 일전에 그룹 후계자로 유력한 O 상무 말했었지?”

 

“네, 그러셨죠.”

 

“김 부장도 O 상무 형은 알고 있지?”

 

“△ 전무 말씀이죠? 그분은 후계 구도에서 멀어졌다고 들었는데요.”

 

“그랬지...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었지...”

 

대표는 멍하니 한동안 말이 없다. 그사이 김 부장은 ‘△ 전무’에 대해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큰아들로 별일이 없으면 원래 후계자가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약 전과에 연예인 추문 등으로 회장의 눈 밖에 나게 된 지 꽤 오래됐다고 했다. 다만, 사업적인 수완은 있었는지, 자기 주도로 런칭한 패션 브랜드 몇 개가 크게 성공을 거둬서 전무 자리를 겨우 유지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 ‘△ 전무’가 나오는 걸까?

 

“회장님이 아직 장남에 대해서 기대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야. 그룹 내부에는 분명 차남인 O 상무를 정했다고 선언을 하고 후계 작업을 지시했었는데 말이야.”

 

대표는 다시 술잔을 채운다.

 

“아마 사돈가인 B 그룹 영향이 있는 것 같아. 몇 년 전에 장남이 후계를 맡았잖아. 알겠지만 그 양반도 △ 전무 못지않은 망나니였어. 근데 부회장이 되고 나서 사람이 변했다고 하데. 그룹 실적도 호전되고 말이야. 그걸 옆에서 보니까 회장님도 장남에 대한 미련이 생겼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이제 그룹 비서실 사람들은 O 상무 쪽 아니었나요?”

 

“그게 말이야.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 △ 전무에 대해 재평가가 있었나 봐. 성질은 그래도 실적을 직접 내긴 했으니까. O 상무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지. 공부만 많이 한 샌님이란 이미지도 있고,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선 △ 전무가 적격이란 분위기가 돌았나 봐.”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김 부장, 비서실 사람들은 그저 회장님의 심중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야. 그게 인지상정이잖아. 문제는 그 심중을 아주 완벽하게 들켜버렸다는 거지. 그러니 급속도로 △ 전무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고 해.” 

 

“O 상무하고 친하시잖아요. 연락 안 해보셨습니까?”

 

“해봤지. 겨우 연락이 됐는데, 참담하더라고. 결국 회장님 뜻대로 갈 거야. 지금은 O 상무 쪽은 30%가 안 돼. 본인도 알고 있고. 아마 나도 연임하지 못할 거야.”

 

“그래도 구조조정을 박 상무에게 맡기시다니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 부장, 나도 새로 안 사실인데 말이야…”

 

대표가 머뭇거릴 때, 비서의 음성이 인터폰을 통해 들린다.

 

“저, 김 부장님, 회의실에서 박 상무님께서 찾으신다고 합니다.”

 

‘아, 벌써 30분이 되었나?’

 

“김 부장, 우선 가봐. 긴 얘긴 다음 하도록 하지. 내가 내일부터는 지방 출장이야. 그러니 다음 주에 보자고.”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김 부장의 발길은 천근같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TF의 첫 회의

“야! 김 부장! 내가 30분 후에 보자고 했는데, 꾸물거리다 이제 오냐!”

 

박 상무의 면박이 김 부장을 맞이한다.

 

“죄송합니다. 대표님하고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대표는 무슨… “

 

혼잣말같이 박 상무가 한쪽 뺨을 실룩거리며 나불거린다.

 

“이 팀장, 갖고 온 자료 나눠줘.”

 

이 팀장이 문건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한다. 제목은 ‘구조조정 TF 구성(안)’이다.

 

문건을 받아 본 김 부장은 어질어질해졌다.

 

‘박 상무, 이 인간은 이걸 다 알고 있었구나. 미리 다 준비했어. 실무는 이 팀장이 진행했겠구만.’

 

이 팀장은 애써 김 부장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자자, TF 일정이랑 활동계획은 특별한 게 없고, 확정되지 않았으니까 돌아들 가셔서 보시고, 4페이지를 보세요. 거기 조직개편(안)이 있어요.”

 

“아니 TF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조직개편입니까?”

 

CTO(최고기술책임자) 도 상무가 묻는다.

 

“도 상무, 어차피 구조조정을 해야 하니까 조직개편부터 하려고 해요. 그래야 세팅된 상태에서 실행할 거 아닙니까? 경험상 조직개편을 나중에 하면 뒷말 나오고 잘 안 돼요. 그러니 선 조직개편, 후 구조조정, 이런 식으로 진행할 겁니다. 4페이지 보세요. 설명할 테니까.”

 

“우선 TF 실무책임자는 이 팀장이 맡습니다. 우리 사업에 정통하니까 잘해줄 겁니다. 그리고 존재 자체가 이상했던 ‘전략기획실’은 오늘부로 폐지합니다. 앞으론 ‘신사업기획팀’으로 전환합니다. 팀장은 김 부장이고요.”

 

“예? 상무님, 무… 무슨 말씀입니까? 이 와중에 신사업기획이라뇨?”

 

박 상무는 김 부장을 한심한 듯 쳐다보면서 의자를 한껏 젖힌 자세로 느릿느릿 말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TF 멤버가 아니라고. 담부턴 TF 회의에 오지 마. 당신 팀원은 최 팀장하고 채 과장 둘이야. 아, 최 팀장은 이제 팀장 아니겠네.”

 

“저는 구조조정 시기에 신사업기획을 한다는 건 이해 못 하겠습니다.”

 

“당신이 이해하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야. 대표님하고 다 얘기된 거니까 따르든지 회사를 나가든지 맘대로 해. 이제 나가봐도 좋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게 김 부장은 TF에서 배제됐다. 이제는 실장도 아니다. 자리로 돌아온 김 부장은 박 상무보다 이 팀장이 더 야속했다. 

 

‘이 팀장이 이상하게 행동했던 이유가 이거였군. 박 상무 사람으로 움직였던 거야. 그래, 사업부서에서 직속 상사였던 인연이 참 질기구먼.’

 

복잡한 생각에 넋 놓고 있는데, 대표의 문자가 온다.

  


 

‘김 부장, 많이 놀랐지? 사정이 있어 그렇게 했어. TF에 있다간 당신이 인력감축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야. 오히려 신사업기획을 하는 게 기회일 수도 있어. 자세한 얘기는 다음 주에 만나서 하세.’

 

 

  

 

(3화 예고)

TF에서 배제된 김 부장은 혼란한 마음을 가다듬는다. 대표와 함께 외부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일에 착수하게 되는데…



l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l 정리 인터비즈

23년 사회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4월에 출간했다.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IT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현재 모 그룹 리더십 과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음’을 신조로 삼고 있으며, 코칭과 강의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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