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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보고서1. -동아리 같았던 창업팀의 첫 번째 이야기

@ 모든 회원분들께
첫 번째 보고서는 동아리 같았던 첫 창업팀입니다.
동아리면 동아리지 왜 동아리 '같았던'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1. 애플, 구글, 페이스북처럼 대학 창업 팀을 꿈꾸다

우리 팀의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만, 저는 대학에서 학생 창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었어요.
우선 20대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수익 모델이 없는 무모한 창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20대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페이스북이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었거든요.
사업의 실체가 없고 언제까지 광고 수익만으로 기업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이야 한국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고 성장한 카카오나 쿠팡이 있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저희가 창업팀으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카카오톡이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저희 팀의 도매인 생성이 2011년 11월이었으니 카카오톡이 연간 200억의 손실을 보고 있을 때지요.
이렇게 무모한 아이템을 해보고 싶었어요. 보수적인 매출 기반의 회사가 아니라요.

2. 이 회사의 장점 : 20대의 패기넘치는 서비스 구상

저희 팀이 구상했던 서비스를 좀 나열해 볼까요?

1) 디자이너만 보는 매거진
-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를 위한 매거진이었습니다.
사회과학 쪽 교수님조차도 이걸 사람들이 보겠냐 하셨지요.

2) 소셜 이력서 : 꿈을 이루어주는 다이어리
- 최근 교육(학원)에서 채용에 이어지는 구조나 멘토링을 도입한 이력서였습니다.
멘토가 멘티에게 경력을 만들 수 있는 과제를 주면 멘티는 이를 수행하고,
다수의 멘토, 멘티가 이러한 활동을 서로 증명해주는 형태의 서비스였어요.
최종적으로 이를 프레지처럼 만들어서 웹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형태로 만들려 했습니다.
면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요.
오히려 최근 트렌드에 맞는 것 같은데 이 때는 IT에 처음 들어가는 입장이라 꿈으로만 남았습니다.

3) 좋은 게임 만들기, 지적 재산권 보호
- 당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었고, 우리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적인 담론을 담아낸 게임을 통해 영화처럼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제대로 론칭했으면 한국 모바일 게임 최초의 가챠(렌덤 뽑기) 게임이 될 수도 있었을지도 몰라요.
(사회적인 담론을 담은 게임이 가챠 게임이라는 아이러니)
그리고 게임회사에 독점되는 일러스트, BGM 문제도 해결하고자 했어요.
요즘에는 커미션이라는 개념으로 신규 플랫폼에서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저작물에 대한 1차 가치(돈)를 주고, 나중에 수익을 배분하는(커미션 지분)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했었지요.

4) 리워드 알람앱
- 이건 그냥 팀에 돈이 없다 보니 캐시 카우형 아이템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제대로 서비스된 최초의 서비스였고, 우리에게 많은 성장을 가져다준 아이템이었죠.
정부 사업을 따내기도하고,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제의도 많이 받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론칭부터 운영이라는 경험은 이런 회사가 아니었다면 모두 겪어볼 수 없었겠죠.

5) 헌혈 소개팅 : 헌혈의 집에서 소개팅을!
- 어처구니없을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서울시 청년 창업센터에도 선정이 됐었습니다.
진지하게 혈액관리본부와 컨텍도 해봤었고요. 실현 가능성은 있었는데,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진 못했어요.

6) 금연 밴드 : 흡연 시 사랑하는 이에게 메시지가 가는 스마트 밴드(워치)와 금연을 응원하는 커뮤니티
- "여자 친구 생기면 끊어야지, 결혼하면 끊어야지, 애 생기면 끊어야지, 애 낳으면 끊어야지" 하는 친구의 마누라에게
친구가 몰래 흡연한다고 알려주려고 기획했습니다.
(진짜로. 이거 PT 시작 멘트였어요!)
사실 금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족, 사랑하는 이의 응원이라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했고,
정부가 금연 사업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도 가능성이 있었어요.

- 다른 분들의 소감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5년 이상해왔습니다.
30대에는 이런 서비스를 시도해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30대면 부모님과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로 20대의 패기 넘치는 서비스였다고 생각합니다.

3. 이 회사의 단점 : 그러나 우린 프로답지 못했다

이런 자유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를 프로나 전문가라 부르긴 어려웠을 거 같습니다.
회사 생활 보고서를 시작하며에서 언급했듯,
이는 동전의 양면이겠지요. 프로나 전문가였다면 이런 서비스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익 구조와 성장 계획을 짜기 어려운 서비스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수익 구조와 성장 계획을 짰다.
아예 무모하고 흥미 본연이었다면, 우리는 성과가 없었을 것이고,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성과는 있었지만, 항상 애매했다.)

우리는 외부의 제의에 너무 쉽게 흔들렸고, 서비스의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고,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거나, QA를 소홀히 해서 장애 사실 자체도 발견하는데 오래 걸리곤 했어요.
서로의 직무 역할, R&R, 일정 등을 잘 지키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팀의 미래, 그러니까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실행한다는 인식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라기보다 동아리에 가까웠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흥미 본연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4. 얻은 것과 잃은 것.

얻은 것 1.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하나의 직무에서 얻지 못할 다양한 경험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자가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이 많았죠.
외부 계약이라던가 법적인 문제의 검토, 상표권 등록, 특허 등록 같은 것들 말이죠.
무엇보다 IR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우리의 서비스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것이 재밌고 좋았어요.
그리고 그 대상도 일반적인 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분들이었어요.
그 기업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뵙기 어려운 대기업의 대표나 상무이사 분들이나 유명한 투자자 분들 앞에서
PT를 해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얻은 것 2. 한 직무에서만 일했다면 가질 수 없었을 남들과 다른 관점과 다른 직무에 대한 이해도

기획 업무 그 외에도 하는 것이 많았어요.
랜딩페이지는 주로 제가 만들었는데 이 정도가 개발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직무적으로 보면 프런트 엔드 개발이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이전시에서 프런트 엔드 개발자로 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영역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디자인 가이드를 작성한 것이었죠.
디자인 가이드를 작성하면서 프런트 엔드에 대한 이해와 IT 디자인, UX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되도록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는 태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수립하게 된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IT 산업, 서비스, BM을 보는 관점부터 UX, 디자인, 개발을 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이 창업팀에 대한 이야기는 원래 연재분에도 뒤가 더 있고,
계속 추가할 생각이 었습니다.
다만 글자수 제한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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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필요없고 다른 누군가도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사람 사는게 원래 그러하다.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하고 현실과 통찰을 보도록 시각을 키워서 당장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자.

    아니면 인생 더 개판된다.

    끝-
    사실너가문제야ㅋ 님이 2021.12.01 작성
  • 응원합니다. 모든건 처음이 있습니다.
    제 나이 40대지만 이 글을 읽으며 '좋다~!'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될거라는 느낌도 들더군요.
    이상과 현실이 있기에 이상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다 생각하시고 현실에서 바로 사용하고 공감되는 아이템부터 수익창출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0T6bP8PyM9Zkmt9 님이 2021.11.29 작성
    응원 감사합니다! 다만 본 글은 이미 한참 전에 이야기에요. 이미 망한사람(...)입니다! 저는 이상과 현실에서 이미 현실을 택한 사람이 됐습니다. 핳핳핳
    IT 히어로 힝맨 님이 2021.11.29 작성
  • 죄송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아도, 현실에서는 돈 낭비 입니다
    Jorrlu5NBlXcpRN 님이 2021.11.27 작성
    말씀감사합니다! 사실 스타트업의 99%는 돈 낭비가 맞습니다. 살아남은 1%의 스타트업이 카카오, 토스, 배달의 민족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돈낭비를 하며 그 도전을 해봤던 것이고,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IT 히어로 힝맨 님이 2021.11.29 작성
  • 엄청난 가능성이 보이는데요 조금 더 가면 남들이 다들 들어오고 싶어하는 기업의 오너가 되실지도
    알바맨 님이 2021.11.27 작성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구요 ㅎㅎㅎ 지금은 그냥 직장인입니다!
    IT 히어로 힝맨 님이 2021.11.29 작성
  • 다음 편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회사생활보고서1. -동아리 같았던 창업팀의 두 번째 이야기
    https://www.saramin.co.kr/zf_user/company-review-qst-and-ans/detail-page?qust_idx=36795
    커뮤니티 운영자 님이 2021.11.1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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