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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인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모든 회원분들께
산업 디자인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정말 큽니다.
폴리텍 대학교에서 2년제 산업 디자인 전문학사 전공해서 졸업 후 취업을 위해 1년동안 산업 디자인 과외까지도 받았습니다.
시작부터 턱없이 부족했지만, 다행히도 실력 있는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과외로 나름 배운 것이 있어 스케치나 모델링이나 무난히 잘 해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실수하거나 일을 잘 못해내는 상황이 잦아졌고, 일한 기간에 비해 실력이 늘어나는 속도는 턱없이 느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경력 5년도 더 넘은 선배들이 스케치를 10장 넘게 하는 동안, 저는 5개도 못해내고
남들은 쉽게 하는 모델링도 헤매느라 버벅이고
렌더링은 아직도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에이전시가 다 비슷하겠지만, 원래도 야근이나 철야근무가 잦은 회사이나 제가 부족하면 더 남아서라도 채우려고 했지만,
점점 지적받거나 혼나는 상황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생활습관같은 것들은 한 번 지적 받고서 계속 머릿속에 생각하는대로 고치려고 하다보면 고쳐졌는데
일에 관해서는 아무리 지적 받고 혼나도 개선이 되지를 않습니다.
잘못한 것은 당연히 지적 받고 혼나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를 혼내는 그 말들에 귀를 기울이며 기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일하다보면 다시 제자리걸음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자존감이 계속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장애는 아닌가? ADHD는 아닌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았고, 현재는 우울증 약을 먹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 우울증? 정확히 제가 느끼는게 우울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울감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었지만, 제 스스로가 아직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2년 바짝 배울거 배우고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박봉이어도, 복지도 없고 불합리한 상황이 많더라도, 잦은 철야근무를 하더라도
얻어가는 것이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철야근무가 아닌 야근이라도 하게 되면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지금도 배울 것이 많은 회사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실력 있는 회사니까요.
그러나 아침에 출근할 때에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까지도 듭니다.

나중에 직장 선배 한 분과 밥을 먹게 되었는데, 여러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이 저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였습니다. 5월달에 연봉 협상해서 약간 올린거, 그 얘기 나올 때에도 제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무슨 연협이냐며 코웃음 쳤었다는 얘기,
너무 어리버리하고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를 했었다는 것..
그나마 긍정적인 얘기는.. 그래도 애는 착하다, 성실하긴 하다 라는 얘기였습니다.
결국 저에 대해 긍정적이게 평가 한다고 얘기를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비하인드를 듣고 나니 뭔가 더욱이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게 된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그렇게 다닐 것이라면 때려치우고 다른 일 찾아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튼튼한 몸도 아니었던지라 건강도 체력도 안좋아진게 느껴지고, 그렇다고 정신이 건강한 상태인 것도 아니니까요.
혼자였으면 진작에 때려치우고 다른 일 알아보려고 했을겁니다.
그런데 내년 ~ 늦어도 내후년에 결혼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게 안됩니다.. 내일채움공제가 진행중이거든요
과연 다른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어서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1년을 이렇게 더 버티고 1200만원을 받는 것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봤을 때 더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적합한 일을 찾아서 직업으로 삼는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더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당장 앞으로 있을 상황에서는 당장에 이 일을 때려친다는게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지는게 문제입니다..
뭐든 책임감 있게 일을 해채고 찾아내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에서 버티는 것보다 더 확신을 가질만한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딘가에 마음 놓고 상담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이 일 자체는 나중에 경력이 쌓이면 좋은 미래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일을 하는 제 모습을 통해서는 좋은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 계속 듭니다..
배울 때 가졌던 희망이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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