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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7 대화는 했는데, 우리 통(通)한 겁니까

[팀장으로 산다는 건] #27 대화는 했는데, 우리 통(通)한 겁니까

 




언젠가 동기 모임에서 나눈 대화 중 일부입니다. 

 

"야, 너는 팀원들하고 문제없냐?"

"응? 어떤?"

"아휴... 답답해서 정말... 내 뜻대로 일해오는 인간이 하나도 없어. 그럼 또 얘길 하고, 듣는 걔도 기분이 안 좋을 거고. 이게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끝이 없다."

"그랬구나. 마음이 안 좋겠네."

"그것만이면 다행이게? 며칠 전엔 전무님 보고 앞두고 (팀원이 만든 보고자료가) 엎어지는 바람에 내가 점심 건너뛰고 급히 작성했다니까. 나랑 한두 해 근무한 게 아닌데 왜 이리 내 맘을 파악 못 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동기의 불평을 듣다 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O 과장, 이거 내가 몇 번이나 전에 말했던 거잖아!"

 

말하는 것과 뜻이 통하는 소통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말했다고 리더의 책무가 끝난 게 아니었죠. 팀원이 내 말을 못 알아들었다면 나부터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했습니다.

  

 

말하는 것과 소통하는 것의 차이

'소통'의 진짜 의미는 뭘까요? 한자를 풀어보면 '막힌 것을 뚫고 통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했다'는 것과 '통했다'는 차이는 '들었다'와 '공감했다'는 차이로 치환해볼 수 있겠습니다. 일상적인 소통이 중요하겠지만, 특정한 시점, 즉, 피드백, 이해충돌 조정, 의사결정 시에는 상대와 소통이 더욱 요구됩니다.

 

다만, 소통은 대부분 대화를 매개로 하고, 대화의 입력과 출력은 말과 행동이 담당합니다. 말과 행동을 인식하는 것은 사람들의 '인지 능력'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지 능력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소통을 이해하는 시작점이라 하겠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의 기억력은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저는 가끔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잘 생각나질 않거든요.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오늘 10가지를 듣고 내일이 되면 그중 3가지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번에 소통이 되기 쉽지 않은 이슈라면 평소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사고한다

우리는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특히 문서 작성 시에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논리성'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이 이해하고 싶은 대로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리적이라기보다 감정에 따라 판단이 휘둘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임원 보고를 앞두고 비서에게 오늘 분위기를 묻곤 하죠. 논리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감정과 기호에 맞게 시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회사 사람들은 회사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회사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회사의 이익을 대변할 것 같습니다. 보고와 승인체계가 있고, 결과에 대한 평가와 상벌제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본인의 이익이 판단 기준의 제 1 우선순위라고 봐야합니다. 자신의 조직이 영향을 받는 사안에 대해선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저는 영업 방식의 혁신을 추진할 때 끝까지 갖은 명분을 대며 저항했던 영업 담당 이사를 기억합니다. 상대가 어떤 입장에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원활한 소통의 전제조건입니다.

 

사람들 인식의 현실

이같은 인지에 대한 공통적인 생각을 아래에 깔고 팀장 입장에서 소통하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팀장은 상하좌우 소통의 구심

 

1. 임원과의 소통

임원은 인사권이라는 수단으로 직장에서 팀장의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제가 경험한 임원들은 합리적이고 개방적이기 보다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단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경영자 입장에선 바람직하게 보이기도 하며, 밑에 직원을 몰아세워 실적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상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팀장님들이 많을 겁니다. 그럴수록 사람이 아닌 그 자리, 역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 회사는 나의 주관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이 아닙니다. 예전 직장 동기가 제가 그러더군요. '독립운동하듯 직장생활하지 말라'고요. 비굴하게 사는 것도 피해야겠지만, 자존심만 내세울 수 없는 곳이 회사입니다. 임원 험담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발 없는 말, 특히나 부정적인 말은 이리저리 날뛰는 야생마와 같습니다. 누군가 뒷담화를 늘어놓더라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회사라는 무대 위에 선 연극배우입니다. 연극배우라고 극장에 불만이 없겠습니까. 막이 내려올 때까지 연기의 긴장을 놓으면 안 됩니다.

 

- 섣불리 임원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고치려 하거나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털어놓으라는 말에 넘어가 선을 넘게 되면 반드시 나쁜 결과를 맞게 됩니다. 마치 '야자타임' 후에 서먹한 순간처럼 말입니다. 임원의 솔직해보이는, 사탕 같은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 임원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대기업 임원들의 생명은 대략 3년입니다. 임원이 되는 순간 연봉은 점프하게 되고, 방, 차, 비서 등이 제공됩니다만, 그간의 퇴직금을 정산해줍니다. 즉, 1년 단위 '임'시직'원'이 됩니다. 그렇기에 대다수 임원의 소망은 생명 연장, 그리고 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내 상사(임원)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느 쪽의 가능성이 더 높을지 가늠해봐야 합니다.

 

- 임원의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해 보십시오. '전무님 생각은 어떠세요?' 그러면 반색하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지도 모릅니다. 임원 레벨까지 오른 사람이라면 팀장보다 상당수의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본인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보거나, 자신을 동조해줄 사람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원이 이런 것도 모르고 질문을 하나'라는 방심을 절대 금물입니다.

 

  

 

-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사일수록 대면하는 기회를 더 가져 봅니다. 업무 지시에 대해 중간보고를 하는 것은 팀장의 적극성을 어필하고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임원들도 확신 없이 지시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지시 후에도 임원도 나름대로 학습을 하며 주관을 형성해가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 전에 미리 합을 맞춰보는 게 필요합니다. 상사는 일반적으로 조급한 경향이 있습니다. 호출당하기 전에 미리 보고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임원의 상사인 대표와의 자리에서 임원이 빛나게 해주십시오. 대표가 팀장 본인을 칭찬했다면, 바로 상사인 임원이 잘 지도해줘서 그렇게 됐다고 하십시오. 외부 협력사나 고객사 담당자와 미팅할 때도 가끔은 상사 칭찬을 해두십시오. 그런 말이 돌고 돌아 '복리'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2. 팀원과의 소통

온화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에 대한 선호가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원에게 '매운맛'으로 당했더라도 팀원들에겐 '순한맛'으로 설명해줘야 하는 게 팀장의 현실입니다. 강압적이고 위압을 주는 방식은 당연히 피해야겠습니다만, 팀원과의 의사소통에도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 팀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려는 게 올바른 모습은 아닙니다. 특히나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요구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는 팀장 하나는 자신이 상당히 개방적이라며 우쭐댔습니다. 정작 본인은 시간 부족에 늘 시달렸는데 말입니다.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가 시간입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팀원은 경고 1순위입니다.

 

  

이 시간까지 왜 나 혼자 회사에 남아 있을까..

 

- 지시는 분명하고 명쾌하게 진행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팀장 자신이 충분히 소화해야 팀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강조할 사항은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관행을 팀 내에 정착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 팀원에 대한 질책이 필요할 경우 가급적 1 : 1 상황에서 시행합니다. 팀원의 위신을 세워주는 것도 있으며, 안 좋은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도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잘못이 거듭되는 경우 회의 석상에서 지적하는 것도 때론 활용할 만합니다. 특히 팀장의 권위를 무시하는 팀원의 경우일 경우 팀 전체의 압박을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 회의 시에는 본격적인 논의를 앞서 관련 사항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함께 복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공통 안건이라면 돌아가면서 말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 과거 작성했던 회의록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당수 안건은 과거 회의나 활동들과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를 회상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회의는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실로 꿰어진 진주 목걸이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3. 동료와의 소통

팀장의 동료는 유관 부서의 팀장이거나 팀원을 말합니다. 기본적으론 협력 관계지만 때론 경쟁해야 하는 이들이죠. 그런 상황은 일상적으로 일어나진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후회가 밀려오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동료들과는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옆자리 팀장을 내 편으로 만들지, 적으로 돌릴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 회의 석상에서 자신을 지지하며 한마디 보태 주는 동료 팀장은 큰 힘이 됩니다. 당사자가 하는 말은 ‘변명’처럼 들리기 쉬우니까요. 이런 지원을 얻고자 한다면 본인이 먼저 도와주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당연히 임원의 뜻과 배치되는 경우는 삼가야 합니다.

 

- 평소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면 동료가 팀을 옮기거나 지사로 발령날 때를 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떠나는 사람은 서운한 법이고, 떠나보내는 사람은 미안한 법입니다. 이럴 때 송별회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가는 사람을 후하게 보내야 올 때 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볼 때, 소통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먼저 성찰해봐야 합니다. 아무리 소통을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상대가 싫으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원활한 소통의 시작은 바로 상대가 인정하는 당신입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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