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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9 할말 많은 팀장들의 회합

[팀장으로 산다는 건] #29 할말 많은 팀장들의 회합

 

 

 

모일 수 없는 요즘, 속 터지는 팀장들의 '가상회식'을 구성해봤습니다. 답답하신 분들은 이 글을 보시며 맘을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맥주 한 잔 곁에 두시고, '음주열독' 환영합니다. ^^

 

오늘은 회사 밖에서 알고 지내던 팀장 세 명의 회합이 있는 날입니다. 스터디 모임을 함께 하는 멤버들이지요. 대략적인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 팀장 : 대기업 A사 광고팀장, 경력 18년 차

- 구 팀장 : 중견기업 B사 영업팀장, 경력 14년 차

- 장 팀장 : 벤처기업 E사 개발팀장, 경력 8년 차

 

전무님 때문에 너무 괴롭네요

신 : 구 팀장님이 힘들다고 하셔서 위로차원에서 오늘 급하게 모이게 됐어요. 가능하신 분이 장 팀장님뿐이라 우리 셋이 모이게 됐네요. 구 팀장님이 많이 어수선하신 것 같던데, 자세히 말씀해보시죠.

구 : 휴우~ 요즘 위쪽으로 정말 힘듭니다. 팀장 되고 나서 한동안 정신 없었거든요. 아니, 회사에서 팀장이 되기 전에 뭘 준비를 시켜준 것도 없고, 저 역시 별 생각없이 하던대로 하면 될 줄 알았었는데 말이죠. 좌충우돌하면서 그 고비를 이제 겨우 넘었나 싶었는데, 새로 부임한 전무님이 너무 괴롭히네요.

장 : 구 팀장님, 전에 어려우셨단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죠. 그때보다 더 힘드세요?

구 : 아휴~ 그때는 양반이었다니까요. 아... 눈물 나네.

신 : 자자... 안주 나왔으니, 한잔 하고 시작합시다.

 

다들 쓴 소주잔을 한 번에 털어 넣습니다. 빈 잔을 보며 구 팀장은 잠시 멍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 : 전무님이 이제 임원 되신지, 6년이 됐거든요. 상무 3년 하시고, 전무로 승진하셨는데, 아마 올해가 마지막이실 거예요. 전무 되시고 나서 큰 성과가 없었거든요. 전무로 승진시켜준 사장님이 곧 다른 계열사로 옮기실 예정이라 끈 떨어진 연 같은 신세가 눈 앞에 훤합니다.

장 : 조금만 참으시면 될 것 같은데...

구 :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질 않아요. 전무님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잔류를 꾀하고 있거든요. 창업주이신 명예 회장님하고 연이 닿는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건 뭐 좋은데, 우리 팀을 아주 들들 볶아요. 올해 목표를 작년 대비 130%로 주셨어요. 아시겠지만, 우리 산업은 연평균 2~3% 성장하는데, 어떻게 우리만 10배를 신장시켜요. 지난주부터는 매일 오후 4시마다 일일매출 보시고, 미달성한 직원은 회사로 들어오게 해서 깨고 계세요. 팀원들도 매우 힘들어 하고 있고요. 전무님 생명연장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구 팀장은 한숨을 몰아쉬면서 소주잔을 비웠습니다.

 

 

대들었더니 '능력 없는 팀장' 취급

구 : 허허... 소주 맛이 쓰질 않네요. 여기까지는 매출에 죽고 사는 영업맨이니까 그럴 수 있다 쳐요. 제가 몇 번 대들었거든요. 팀원들 휴가 반려하시고, 교육도 취소시키시고... 팀원들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저를 아주 능력 없는 팀장 취급하시더라고요. 지난달에 진짜 일이 터졌어요. 금요일에 저녁까지 외근하고 바로 퇴근했는데, 팀원들을 모두 소집하셨더라고요. 저 모르게요. 그때 그러셨데요. '구 팀장은 무능력해서 팀을 이끌 자격이 없다. 이제는 내가 직접 지시할 테니, 내 말을 따르라'고요. 휴우~ 참 네...

장 : 아이고... 상심이 크셨겠어요.

구 : 자기 말 고분고분 안 따라 줘서 그랬을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다행히 전무님 말씀대로는 안 하셨어요. 근데 팀원들은 저를 뭐라고 생각할까요?

신 : 안타깝지만, 또라이들이 위에 많이 있게 마련이에요. 남을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추진력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그래, 최근에는 어때요?

구 : 이건 신 팀장님께도 말씀 안 드린 건데... 사실 사장님하고 면담했어요.

신 : 네? 문제가 더 심각해진 거에요?

 

구 팀장은 다시 소주잔을 비웁니다. 장 팀장은 안주를 권하네요.

 

 

 

  

사장님도 내 편이 아니었다

구 : 전무님하고 얘기가 안 통하니, 별수 있겠어요? 사장님은 저를 많이 아껴주셔서 용기내서 뵙자고 했죠. 그런데요, 사장님께서 회사 밖에서 보자시더라고요. 첩보 작전 하듯이 회사 근처 잘 안 가던 식당에서 만났죠.

장 : 그럼, 문제 해결됐나요?

구 : "하하하... 제 잔부터 채워주세요."

장 팀장이 머쓱하게 잔을 채우고, 셋은 다시 건배합니다.

구 : 제가 너무 순진했더라고요. 사장님께선 제 말씀은 잘 들어주시긴 했는데, 아무 피드백이 없었어요. 지금껏 아무런 조치도 없고요. 그러다 이틀 전에 인사팀장이 지나가듯이 한마디 해줬어요. 사장님께서 구 팀장에 대해 안 좋은 소릴 하셨다고요. 위아래 모르고 버릇없이 얘길 했다나요.

신 : 이런 이런... 설마 했는데...

구 : 전무를 더 신임하시는 거죠. 아마 사장님이 오시고 나서 인력 감축할 때 총대 메고 추진했던 걸 고마워 하시는 것 같아요. 저만 완전히 새됐습니다.

 

한참 동안 셋은 말이 없었습니다.

 

신 : 아저씨, 여기 소주 두 병이랑 안주 더 주세요.

 

소주가 나오고 다시 잔이 채워졌습니다.

 

 

병목은 항상 위에 있다

신 : 제가 팀장이 되고 나서 그룹 연수원으로 팀장리더십 교육을 받으러 갔어요. 2박 3일 과정이었는데, 내용 좋고, 동기부여까지 되더라고요. 계열사 신임팀장 여럿하고 친해져서 회식하는 와중이었어요. 과정이 괜찮았다는 얘기가 많았죠. 그러다 누군가 한마디 했어요.

 

“이 과정은 우리 상무님부터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 : 다들 수긍했죠. 실제 임원들은 외부 교육을 잘 받지 않아요.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제까지 쌓았던 경험과 지식이 오늘과 내일의 지시와 비전이 돼버리더라고요. 리더십이 필요한 건 팀장뿐만이 아닌데, 왜 임원들은 리더십 교육을 안 받는지 모르겠어요. 리더십은 위아래 상하좌우로 늘 흘러야 하는 강물 같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구 :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회사에선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잘 정렬돼야 한다(alignment)'라는 거잖아요. 작년에 회사 가치체계를 1년여에 걸쳐서 수립했어요. 돈 많이 들이고, 행사와 워크숍을 여러 번 하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가치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나오기도 했어요. 가치 규범 중의 하나가 '청렴성'이었는데 구매 담당 임원이 비리 협의로 고발됐거든요. 

  

대외적으론 청렴을 강조하지만 뒤에선…

 

장 : 아니, 요즘 같은 때에 비리가 나올 수 있나요? 

구 : 매입처에서 상납을 받았나 봐요. 근데, 회사에선 쉬쉬하고 넘어가기 바빴어요. 그 임원이 창업주하고 친척이었거든요. 저는 그 순간 지난 1년의 시간은 날아갔다고 봐요. 그냥 멋진 표구를 한 채 벽을 장식하고 있는 비싼 글자를 만든 거죠. 가치체계를 내재화한다며 팀원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던 제 모습이 정말 창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신 : 구 팀장님은 진짜 애사심이 높은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경영진은 순수한 애사심보다 맹목적 충성심을 더 높이 쳐준다는 거예요. 제가 봐온 성공한 직장인 대부분이 그랬어요. 약간 무미건조한데, 윗선 의중대로 움직여주는 심심한 사람들.

구 : 아~ 그렇네요. 제가 너무 오바하면서 살았나봅니다. 신 팀장님 말씀이 정말 맞네요. 팀장이 되면 다른 세계가 열린 거라던 전임 팀장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앞으론 자중하면서 상황에 맞게 조율하면서 일해야겠습니다.

 

 

30대 팀장도 팀원들에겐 ‘꼰대’

한참을 듣고만 있던, 장 팀장이 조심스레 말문을 엽니다.

장 : 저는 벤처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위쪽하고는 별문제 없었어요. 사실 사장이 대학 선배고요, 창업을 두 번 같이 한터라 서로를 잘 알죠. 일이 너무 많아서 다른 생각을 할 여력도 없었고요. 이번 회사는 투자를 A시리즈까지 받게 돼, 사람들이 들어오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됐어요.

신 : 구 팀장님만 위로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장 팀장님까지... 얼른 말씀해보세요.

장 :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한잔 하시죠.

 

구 팀장에게 쏠렸던 시선은 이제 장 팀장에게로 간다.

 

 

 

장 : 제가 올해 서른 넷이니까 젊은 편인데, 팀원들은 저를 꼰대라고 해요. 일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힘들어도 감수하는 건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구 : 월급은 그렇다 쳐도, 스톡옵션 같은 것도 있지 않나요?

장 : 저 때만 해도 월급이 높지 않았어요. 대신 지분을 갖고는 있죠. 요즘 친구들은 옵션을 믿질 않아요. 그래서 저보다 급여가 높은 팀원도 여럿 됩니다. 채용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다 이해하는데, 얼마 전엔 떼로 몰려와서 '워라밸'이 가능한 회사가 됐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신 : 음... 워라밸이라... 두부 자르듯 되기 힘든 건데...

장 : 퇴근 시간만 지켜달라고 하는 거에요. 점심시간을 줄일 테니, 회의 시간도 줄이고, 행사도 줄여 달라고 하더라고요. '차라리 이럴 거면 프리랜서 쓰는 게 낫겠어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다 말았죠. 잠깐 시간을 달라고 해뒀는데 사장님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구 : 항상 밝기만 하시길래 그런 고민이 있는지 몰랐는데... 자, 한잔들 하시죠.

 

 

팀장 이후의 꿈

신 : 워라밸이 되는 삶에는 찬성합니다. 다만, 일을 하는 시간의 전체 평균이 그러면 되는 것이고, 일을 배워야 할 때는 일에 더 매진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얼마 전에 팀원 몇 명이 내게 불평을 하더라고요. 우리 팀 일도 아닌데 자꾸 내가 받아온 데. 왜 그러냐고 따지더라고. 기가 차서... 내가 아무 원칙도 없이 넙죽넙죽 받아왔으면 모르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고, 이걸 하면 우리 팀에 어떤 게 좋고... 등등을 얘기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반성했어요. 한 번 얘기해서 되는 일이 없구나. 이제는 성심을 다해서 여러 번 말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무섭게 쏘아 붙이면 한 버에 끝날 수도 있지만 기분좋게 몇 번이고 말을 해야 하겠죠. 지금 시대에선요.

장 : 저는 일 자체가 좋아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데, 팀원들은 안 그런가 봐요. 그런 개성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란 것도 수긍은 가는데, 팀워크가 필요한 시점에 그런 반응이 나오면 다들 힘이 빠지죠. 어쩌겠어요. 잘 다독이면서 가야죠, 뭐...

구 : 맞아요.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한 방향으로 일치돼서 나가는 경우가 그리 흔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은 필요할 것 같네요.

 

신 : 아! 목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구 팀장님은 팀장 이후에 어떤 목표가 있어요?

구 : 전무님 때문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입니다. 임원 그리고 사장까지 해보는 게 목표죠. 장 팀장님은 팀장 다음 스텝은 뭐로 생각하고 있어요?

장 : 저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어요. 관리자보다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고 싶네요. 조금 더 작은 벤처로 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신 : 주관이 있어서 참 좋네요. 저도 이제는 제 이름을 걸고 사업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하는 일도 좋지만, 결국 남의 일이란 생각이 자주 듭니다. 가끔 '신 팀장'이 아닌 '신OO'으로 뭘 팔 수 있을까 생각해봐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죠.

구 : 우리 모두 다 진로를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신 팀장님께서 제일 연장자시니 저희 둘에게 해주실 말씀 없으신가요?

 

신 :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부족하지만 한 말씀 드린다면, 우리 셋 모두 진로에 대한 꿈은 달라요. 승진, 이직, 창업... 하지만 필요조건 중에 공통점은 있다고 봅니다. 그건 바로 '프로(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그냥 프로가 아니라 팔리는 프로, 먹히는 프로, 인정되는 프로 말씀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승진, 이직, 창업 모든 경우에서 잘 풀릴 거라 봅니다. 전문가가 된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에요. 직원들이 다들 제 몫을 다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남는 장사죠.

 

장 : 신 팀장님 말씀이 정말 좋은 자극이 되네요. 오늘 모임에 오길 정말 잘했어요.

구 : 괜한 고민거리 때문에 심려 드려 죄송해요.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게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신 :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 할까요? 팀장의 찬란한 꿈을 위하여!

장 : 위하여!

구 : 위하여!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팀장으로 산다는 건' 연재를 마칩니다. 30주 넘는 시간 동안 팀장님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공감과 고민이 담긴 댓글에 답하면서 저 역시 위로받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꽃 피는 봄이 오면 책으로 엮여진 <팀장으로 산다는 것>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아울러, 책이 나올 즈음 새로운 소재의 연재를 시작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좋은 주제가 있다면 어떤 제안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의 건승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영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총무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현재 개도국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음'을 신조로 삼고 있으며, 코칭과 강의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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