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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스마트폰과 인사노무관리 _ SNS, 소통의 확장 업무의 확장

2018-04-02

 


스마트폰과 인사노무관리 _ SNS, 소통의 확장? 업무의 확장?

 

김동미 노무법인 미담 대표노무사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근로자의 63%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고, 스마트폰과 회사 이메일을 연동해 사용하는 비율도 36%에 이르렀다. 또한 조사대상 근로자의 58.6%가 퇴근 이후에도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67%는 휴대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휴일과 퇴근 이후에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퇴근 후에도 회사와 SNS, 스마트폰 등으로 연결되어 제대로 된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이제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스마트 워크의 불편한 현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간 2,285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퇴근을 해도 직장 상사가 메신저를 보내올 경우 스마트 기기를 활용1)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근로자 2,402명을 조사한 결과 업무시간 외 시간에 업무목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은 평균 1.44시간, 휴일은 1.6시간으로 1주당 11.3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연간 근로시간은 2,285시간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업무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노동의 유연화를 가져온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개인적 여가시간 중 이뤄지는 업무상 연락이나 업무처리로 인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분명한 점은 최근 SNS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를 이용하여 퇴근 전-후를 불문하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근로자의 스트레스 및 장시간 근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근무시간 외 직장 상사로부터 온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고, 이는 장시간 근로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에도 반드시 개선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 논의의 시작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 문제 개선,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해 작년 6월 이미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등 12인이 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하여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의 집행가능성이 낮다는 점 및 사용자가 아닌 상급 근로자가 하급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행위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 현실적 집행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8월 4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 등 16인이 다시 퇴근 후 카톡금지법을 발의했다. 퇴근 후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주요 골자는 동일하지만, 업무의 종료시각 이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아니 되며, 만약 정당한 사유에 따라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우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법률안 차이점이 있다.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에 따라 수행한 업무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문제

퇴근 후 카톡금지법은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계류 중에 있어 법 개정까지 이뤄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법 개정과는 별개로 업무시간 외의 시간(퇴근 후 또는 휴일)에 카톡으로 이뤄지는 업무지시에 따라 행한 근로 또는 업무시간 외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업무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면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시간의 정의에 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판례나 해석에 맡겨져 있다.

판례 등에서는 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판결 참조)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퇴근시간 이후 사용자의 명시 또는 묵시의 수인이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제공된 근로는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상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업무시간 외의 시간에 사용자의 업무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했다면 이는 당연히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사용자의 명시 또는 묵시적 수인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의 기산점과 종료점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정하여진 출근시각과 퇴근시각이 되며, 특별한 정함이 없는 경우 근로시간 기산점은 근로자가 자기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하에 두는 시점으로, 종료점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해방되는 시점이므로 근로자가 실제로 구속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했다면 사용한 스마트 기기를 확인해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업무는 처리 속도, 시기를 근로자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량의 여지가 높아 근로의 기산점과 종료점의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2) 또는 동법 동조 제3항에 따른 재량근로제3) 등 사업장의 특성 및 여건에 맞춘 제도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산업안전 문제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는 입법발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이뤄져 왔으나,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로 장시간 근로 및 사생활의 자유 침해에 따른 스트레스에의 노출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아직 미약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에 장시간 근로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장시간 근로 또는 스트레스로 뇌출혈 등 질병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역시 객관적 근거 등을 통한 입증의 어려움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점 역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다.

 

관련 법 마련보다는 기업문화 개선이 우선돼야

최근 정부는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등 근로시간 외 업무지시 제한 등을 포함하여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 확산을 국정과제(71-2 근로자의 휴식있는 삶 보장)로 선정했고,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등 메신저, SNS,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올해 말까지 연구 용역 결과를 받고 프랑스의 유사 사례를 검토해 법 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무시간 외에 업무지시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퇴근 후 카톡금지법 등 법 제정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려는 기업문화 정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선진화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근무시간과 근무 이외의 시간 구분이 명확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는 근무시간에 해결하도록 하고 퇴근 후엔 가급적 연락을 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 —————

1) 스마트기기를 업무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이메일, 메신저, SNS 등을 통해 업무지시를 주고받거나 각종 업무를 처리-수행하는 것을 말한다(이경희-김기선,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 20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