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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스타트업 HR, 그들은 무엇에 집중 하는가

2019-12-18


 

 

2016 2, 필자가 첫 직장, 삼성화재에서 만 12년 근무를 마치고, 쿠팡 인사기획팀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진짜 로켓에 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우아한형제들, 넷마블게임즈, 옐로모바일 등 길게는 1, 짧게는 2개월을 다녔으며, 이러한 경험 덕분에 현재 스타트업 대상의 HR컨설팅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스타트업 30개사(전체 고객사의 60%) HR컨설팅 계약을 진행했으며, 이 중 23개사(전체의 79%) 50인 이하 스타트업이었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 스타트업이 자주 겪는 인사노무 이슈와 고충에 대한 HR 정보를 자연스럽게 수집하게 됐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HR은 정통적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스타트업 HR업무는 대기업 HR과 얼마나 다른가?


대기업의 HR업무는 비교적 명확하다. 보통 인사업무를 전담하는 팀이 있고, 채용부터 퇴직까지 소속회사의 구성원들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한다. 채용, 평가, 보상, 인재개발, 복리후생, 조직문화 등 실제 인사팀에서 하고 있는 업무가 주로 대상이다. 이처럼 업무의 종류만 놓고 보면 스타트업 HR도 일반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스타트업은 성장단계에 따라 HR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HR역량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가령, 회사가 급격히 성장해 인원규모를 증가시켜야 하거나, 신사업 추진 등으로 관련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 HR의 주요 역할은 채용이 된다. 또한, M&A나 조직 통폐합 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HR은 통합조직의 인사제도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HR은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과 여건에 따른 유연한 대처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규모는 작고, 업무범위는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CEO의 요구사항을 적시에 수행하려면 문제해결력 또한 필수다. 실제 스타트업 경영진을 만나보면, 매출증가로 채용이 증가했던 시기보다는 급격한 퇴사자 증가로 힘들었던 시기에 HR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HR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물론 사업초기부터 CEO HR전문가와 함께 스케일업을 대비한 조직과 인사제도를 구축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사전 준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스타트업이 1단계에서 3, 4단계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시기에 적합한 HR의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 보듯이 1단계에는 경영지원 담당자만 있어도 되지만, 2단계를 거치지 않고 3단계로 바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채용전문가의 역할이 필수다. 또한, 3단계에서 4단계를 거쳐 지속 성장하려면 문제해결(인력운영) 및 제도개선(인사기획)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기업의 성장단계에 상관없이 채용 전문가, 문제해결(인력운영) 전문가, 제도개선(인사기획) 전문가 모두가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나 자원부족으로 고민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한 HR의 스펙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 HR담당자들의 이직이 정통적 기업에 비해 빈번한 것은 아닐까?

스타트업은 HR업무 대부분이 채용이다?


채용담당자는 스타트업 채용공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사포지션이다. 스타트업 HR업무 중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 때 서치펌 출신들이 채용담당자로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채용후보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CEO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의 채용과정에서 HR담당자가 가지는 권한이 비교적 큰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직무 전문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무 인터뷰 전후로 채용후보자와 회사 간 조직 적합성Culture Fit을 확인하기 위해 HR담당자가 별도의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 HR담당자가 직접 채용 후보자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스타트업이 일정수준의 인력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채용업무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우수인재 발굴 및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HR업무 중 채용의 비중이 높은 것은 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HR의 업무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스타트업 HR HR 이외의 다른 업무가 너무 많다고 한다. HR 부서의 명칭 또한 인사팀, 피플팀, 컬처팀, 경영지원팀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마다 HR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름을 의미한다. 사실 정통적 기업의 HR 업무는 인사관리와 인재개발,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총무업무를 HR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HR의 업무범위다. 하지만 스타트업 'HR 총괄'은 경력직 단 1명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HR 실무 전체를 담당한다. 이후 사업 및 인력규모가 커지면서 채용, 노사 등 HR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팀으로 발전한다.


그러다보니 창업 초기에는 HR 경력이 없는 사람이 스타트업에서 HR총괄(담당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재무 혹은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HR을 겸직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사실 스타트업은 창업초기보다는 30~50명 규모의 조직일 때 HR의 필요성이 가장 크다. 따라서 'HR 전담인력'을 채용하기 전까지는 경영진 중 한 명이나 재무-회계 또는 경리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가 HR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때문에 HR 업무의 전문성은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향후 대기업, 중견기업 출신의 HR경력자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기업의 HR경력자는 기업규모에 따라 업무범위가 조금은 중복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채용, 급여, 평가, 노무 등 본인의 주요 업무가 정해져 있다. 이런 식으로 일했던 HR경력자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는데, 채용공고에 기재된 업무범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해야 하거나, 담당업무를 명확히 정의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타트업 HR HR 이외의 업무가 비교적 더 많다'고 인식하게 된다. 실제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누구의 업무라고 정의하기 힘든 업무 = HR업무"로 규정짓기도 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비즈니스 성장에 몰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허드렛일'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에서는 사람(=직원)과 관련된 일(예를 들면, 워크숍 장소 알아보기, 직원 숙소 알아봐주기, 사무실 알아보기, 사무용품 구매-수리하기 등)은 거의 모두 HR이 담당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HR로 이직할 때 분명 고민해 볼 만한 포인트다.

스타트업 HR은 이직을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이다?


과거 경력 채용시장에서 인사 직무는 이직이 잦은 사람을 꺼리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트업 덕분에 HR경력자들의 이직시장이 훨씬 커졌다. 사실 HR전문가의 커리어패스CDP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경력으로도 'HR총괄이 될 수 있다'는 매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스타트업에서만 통용되는 논리일 뿐 일반기업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받던 높은 연봉과 직책은 일반기업으로 이직을 고려할 때 걸림돌이 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HR경력자들이 꽤 있었다. 이는 기업 내부의 인사적체, 직속상사 또는 리더십에 대한 불만, 업종 전환(제조업 &rarr; IT), 보수적 조직문화 등에 불만이 있던 HR인력들과 스케일업을 위해 HR 역할이 중요해진 스타트업의 니즈가 서로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스타트업의CEO(경영진)는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HR경력자를 더 선호하게 됐고, HR경력자는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유명한 스타트업만을 선호하게 됐다. ,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 이제는 더욱 신중해지는 느낌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이직을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이라는 주장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HR 경력이 더 좋은 보상이나 직책 또는 누구나 선호하는 기업으로의 이직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최근 일부 스타트업들의 연봉 인상 소식을 접하면서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는 생길 수 있어 보인다.


이처럼 스타트업 HR을 기존 기업과 비교해 일반화하기란 참 어렵다. 게다가 업종, 직무특성, 인력구성, 세대, 지역(강남, 구로, 판교 등), CEO의 경영철학과 경험 등에 따라 스타트업 HR은 기업마다 다르다. 또한,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모두 애자일이거나 수평적인 조직 구조도 아니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전방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HR에서 CEO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사업을 확장시키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과는 헤어지는 것 모두 CEO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CEO의 사람고민과 역할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일수록 CEO의 고민을 덜어 줄 HR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전략가(CHRO)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실무자(HR Manager)가 되기도 하며, 엄격한 사람 혹은 자상한 사람이 되기도 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포지션이다.

결국 HR이란 스타트업 혹은 일반기업이라고 해서 서로 다르진 않지만, 기업이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 주요 관심분야는 분명 다르다. 게다가 조직체계가 안정적이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한 HR역량이 다르다. 따라서 HR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서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적 변화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스타트업이야말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최적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래 HR전문가는 스타트업에서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임덕만 HR 어벤저스 대표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11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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