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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잘 키워낸 사내벤처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2018-03-28


 


잘 키워낸 사내벤처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대기업 사내벤처 육성이 일궈낸 혁신

 

 

오민영 기자 

 

삼성전자 C랩   국제무대에서 마음껏 역량 펼칠 기회를 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부터 운영하는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이 일궈낸 성과는 눈부시다. 현재까지 완료한 127개 프로젝트 가운데 54개는 삼성전자 사업부로 이관해 이어가고 있으며, 25개 사업은 스핀오프(Spin Off)1)로 분사했다. 참여 인원은 600여 명에 달하고, 독립 기업이 고용한 인원만 해도 100여 명이다.

C랩의 방식은 간단하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사내 공모를 통해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프로젝트는 1년간 예산, 인력 운용, 일정 등을 자유롭게 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구성원들은 현업에서 벗어나 오로지 사업에만 집중한다. C랩으로 선발된 스타트 업 기업들이 입 모아 칭찬하는 장점은 바로 질 높은 인력 풀이다. 삼성전자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술자, 개발자, 마케터 등의 인재를 등용해 사업 진행 기간 동안 함께 일할 수 있다.

재무성과에 대한 압박은 없다. 단, 판로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돕는다. 전 세계 IT업계의 최대 이벤트로 불리는 미국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유럽 시장의 관문인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등에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일반 스타트 업 기업은 상상하지 못할 혜택이다. 그러니 하겠다는 사람이 줄 설 수밖에 없다.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C랩 공모의 경쟁률만 해도 최대 150:1이다. 대기업이 앞장서서 벤처기업을 키우고, 신 시장을 개척해 공생을 도모하기에 사회적으로도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청년 스타트 업 육성을 첫 번째 과제로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보고서에서 C랩을 모범적 사례로 꼽은 이유다.

 

 

 롯데 엑셀러레이터    폭넓은 인프라와 투자 유치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롯데는 창업보육 전문 법인을 통해 사내 벤처와 외부 스타트 업 기업을 함께 육성한다. 2016년 2월 설립한 롯데 엑셀러레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문을 연 지 2개월 만인 같은 해 4월에 스타트 업 기업 육성 프로그램 엘 캠프(L-Camp) 1기를 모집하고 본격적으로 발굴-육성에 나섰다. 현재까지 지원한 회사는 30여 개이며, 이 중 13개 사는 추가 펀딩을 유치한 바 있다. 또, 올해 4월에는 신생 벤처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엘 캠프 2기 데모 데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비록 벤처 육성에 뛰어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잠재력은 충분하다. 유통, 서비스, 문화, 관광, 케미칼, 금융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뒷받침한다. 또한 엘 캠프를 통해 지속적인 투자와 협업을 도모한다.

엘 캠프는 연 2회 열리며, 이를 통해 선정한 사내외 벤처 기업에는 ▲2,000 ~ 5,000만원의 초기 투자비용 ▲6개월간의 멘토링 및 코칭 과정 ▲그룹 인프라 테스트 베드(Test Bed) ▲사무공간 등을 제공한다. 또한 국내외 벤처 캐피탈 및 롯데그룹 신사업 담당 임직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소개하고 시제품-서비스를 전시하는 데모데이를 열어 투자 유치와 홍보의 기회를 준다. 

이 과정으로 착실하게 성장한 기업은 롯데와 손잡고 더 큰 발전을 모색하게 된다. 실제로 엘 캠프 1-2기 29개 사 대부분은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을 진행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AI(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의 하이테크 기술에도 투자를 늘리고자 한다는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유망 스타트 업을 위한 펀드 결성 및 자금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린 스타트 업   숫자보다 중요한 건 세상을 바꾸는 창업자 정신

 

시작은 5억 원의 자금이었다. 제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사내 벤처에 맡겼다. 첫해 매출 장부는 아예 열어보지 않았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 업은 롯데마트와 롭스 전 지점, 이마트 등에 입점한 스포츠 선케어 전문 브랜드 '아웃런'을 탄생시켰다.

린 스타트 업이 첫발을 뗀 건 지난 2015년이다. 직원의 자발성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직원 3~4명이 팀을 이뤄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해 별도의 신사업 태스크포스(Task Force) 팀으로 발령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으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본사를 벗어나 별도의 사무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고, 최소 2년간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 근무 평가에서 우대받으며, 2년 차부터 흑자를 내면 순이익의 20%는 팀원들에게 돌아간다. 만약 사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걱정은 없다. 구성원들은 기존 소속으로 복귀하면 된다. 매출과 이익 부담에서 탈피하니 심리적 부담감은 줄고 도전 정신에는 힘이 실린다.

현재 1기 출신 사내벤처인 친환경 천연 유래 화장품 브랜드 '가온도담'과 앞서 소개한 '아웃 런'의 제품은 출시 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1월 선발한 2기에선 남성 그루밍 브랜드 '브로앤 팁스(가칭)'와 마스크팩 브랜드 '디스테디(가칭)'가 개발-운영 과정을 밟고 있다.

 

 

대기업에 부는 사내벤처 바람

반짝 인기로 사그라지지 않으려면?


벤처 붐의 원조인 IT업계부터 보수적인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사내벤처 육성의 시대다.

연간 1조 원대 영업수익을 올리며 성공신화를 이뤄가고 있는 네이버는 태생부터가 사내벤처다. 따라서 그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사내벤처 DNA를 심는 작업에 나섰다. 사내 독립기업인 CIC(Company In Company)를 키우고, 따로 나가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 국내외 1,800만 사용자를 확보한 웹툰, 웹소설 조직은 별도 법인으로의 독립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사내벤처 육성을 시도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키우기 위해 선정된 벤처기업엔 자율복장과 자유로운 출퇴근을 허용하며, 독립된 사무실에서 방해 받지 않고 과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밖에 ▲LG전자의 아이디어발전소를 포함해 ▲포스코의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SK플래닛의 101 스타트업 코리아 등 다양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힘차게 가동 중이다.

분명 사내벤처 육성은 고무적이다. 신시장 개척과 동시에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헌데 최고경영자가 바뀌거나 경영 상황이 변하면 유명무실해지기도 쉽다. 반짝 인기로 사그라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꾸준함을 유지해야 한다. 실패를 성장 과정의 한 단계로 인정하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제안, 평가, 검증 등을 통해 사업화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된다면 사내벤처를 성공으로 이끄는 시간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주] ——————————

1) 스핀오프(Spin Off) : 기업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