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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인사기획

ESG 경영을 위한 접근방식

2021-10-11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현재 국내 ESG 흐름의 한계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다소간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변화와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부적절한 대응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제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변하고 있는 척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는 시도하지만 그 방향과 방법에 오류가 있는 경우이다.

실제로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지만 변하는 척하는 경우는 그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에 있어서 자주 보였던 현상이다. 새로운 현상과 요구가 생겨도 과거에 해오던 일들을 그저 끼워 맞추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전략적 CSR을 이야기하건, 지속가능경영을 말하건, CSV를 요청하건 매번 같은 활동을 이름만 바꾸어 홍보하기에 바쁘다. 이보다 조금 더 움직이면 팀 이름을 ESG가 들어간 이름으로 바꾼다. 실제로 하는 일도, 일하는 사람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ESG가 들어간 부서가 생겼다는 사실을 매체를 통해 홍보한다. 여전히 경영진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팀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ESG를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고 행사로 만들어 사진만 잔뜩 찍어 올린다. 사실 그동안에는 이런 활동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ESG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상황에서 실제적인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어렵다

포스코가 지난달 사내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중단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ESG 경영의 일환이라며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했다. 물론 이 활동은 좋은 일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이고 전혀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한 ESG 전문가는 자신의 SNS에서 이런 방식의 활동이야말로 ESG 경영을 이해하지 못한 변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추구해야 하는 환경적 변화 중에 과연 종이컵 이슈가 몇 번째에 해당하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적절히 지나가거나 오히려 칭찬받았을지 모르는 일들도 ESG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좀 더 진지하게 검토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유형은 변화를 추구하나 ESG에 대한 오해를 기반으로 잘못된 방향이나 방법으로 추진하는 경우이다. 기본적으로 이 유형은 그저 ESG 평가에 대응하는 일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물론 ESG라는 주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동기가 기본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면, 결국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과 족집게 과외를 받고 심지어 시험문제 유출을 하여 답을 외우는 것은 당장의 결과는 비슷할지언정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로는 전혀 다르다. ESG 경영은 단기 전략이 아니다. 장기적인 경영 전략과 정책에 통합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때문에 이번에 몇 점을 받느냐는 지금을 진단하기 위한 시작점이지 우리의 실제 가치를 제고시키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또 잘못된 변화 추구를 하는 모습 중에는 기존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된 다른 활동, 특히 CSR과 지속가능경영에서 추진하던 일 중에 ESG와 완전히 같지 않아 보이는 부분을 중단하려는 흐름이 있다. 실제로 지속가능경영 순위와 ESG 점수 순위를 비교해보면 겹치는 부분도 꽤 있지만 그 등급의 순위 유사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이때 ESG 경영을 할 테니 다른 것들은 중단하겠다는 생각은 서로가 대체재라는 생각인데 그보다는 포트폴리오적이고 다면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효과적인 ESG 경영을 위한 접근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현재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래이다. 완벽한 전문가가 있다는 의존적인 생각보다는 다들 헤쳐나가는 지금 올바른 접근을 위해 노력하려는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의 도전이 필요하다

먼저 올바르게 ESG 경영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ESG가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에서 기업을 판단할 때 재무적 정보 외의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정보를 왜 볼까? 당연히 그 요소들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과 관련된 정보는 미래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고, 또 어떤 직원들의 상태와 관련된 정보는 미래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ESG 정보를 자금 공급시 의사결정에 포함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즉 아무것이나 좋은 일을 마구 한다고 해서 ESG 경영이 잘 되지도 않고 기업의 미래가치가 증대되지도 않는다.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인식하고, 그들과 연관되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성 높은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이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전문가들 몇 명이 모여 대강 만들어낼 것이 아니다. 좀 더 현장에 가깝게,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수렴하여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소위 중대성 평가라고 하는 이 과정이 얼마나 올바르게 우리의 시작점을 만드는지가 이후 논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리고 결국 그 이슈를 해결하는 기업의 활동과 그 결과가 간접적이건 직접적이건 단기적으로건 장기적으로건 결국에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ESG 경영은 이렇게 결국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것은 배제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경영의 관점에서는 중요하게 평가받았던 활동이 ESG 맥락에서는 누락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What보다는 어떻게How와 왜Why를 챙겨야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다. 모두가 너무 '무엇'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 혼돈을 가중시키고 있다. 각자의 상황을 포장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는 상황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스스로가 갖추지 못한 부분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서 도입하며, 경영과 동떨어진 논의를 줄이고 경영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무엇'이 새롭게 중요해졌다는 말은 그 중요해진 일이 기존의 의사결정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말이 통하는 배우자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요소가 배우자를 실제 만나는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앞서 한 말은 거짓이 된다. ESG 정보가 진짜 중요하면 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이 바뀌고, ESG 경영이 정말 중요하다면 기업의 신사업이나 경영 의사결정이 바뀌어야 한다. 그 구조가 우리에게 갖추어졌는지 검토해보자.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일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너무 오래 고민해서 대단한 일을 하기 보다는 작게라도 빠르게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가다듬는 과정이 더 유리하다. 다만 대기업에게는 아주 넓은 범위에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그만큼 여러 사회 이슈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에 그렇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자원의 배분에 있어서 당장 매우 큰 할당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몇 가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ESG 경영에서 환경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게 비슷하게 그리고 유의미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그 노력과 성과도 수치적으로 잘 표현되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너무 환경에 치우쳐서 ESG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환경 관련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환경이 그만큼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고 기업들이 그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지금부터 하는 일에서라도 그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더해야 한다. 그간 정말 극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사회적 가치 측정에 별다른 자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홍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ESG에 대한 정보 공개는 대부분 정량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그 정보를 축적하고 관리하며 또한 그 역량을 키워가야만 더 나은 ESG 경영의 미래를 그릴 기반이 마련된다.

마지막으로는 협업에 대한 적극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폭넓은 협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하는 개방형 혁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량과 고유자원이 대기업 내부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간 그 일들에 투자가 희소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그 역량을 모두 내재화한다는 것도 상당히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우리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위험을 낮추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소셜벤처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함께 할 좋은 파트너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소셜벤처나 사회적 경제 조직을 단순히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들을 좋은 ESG 경영 파트너로 육성하고 또 협력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첫 발걸음을 좀 더 기민하고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여러 도전을 빠르게 시작해서 말뿐인 ESG 경영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가치를 효과적으로 증진하고 변화하는 시장과 사회에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내 기업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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