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R매거진 정부정책

리더십에 기대하는 것들

2018-04-02


 

얼마 전 다녀왔던 본사의 HR임원 워크숍은 참가자들을 향한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질문은 이상적인 업무관계(WR: Working Relationship)란 무엇인가였다. 여기에 대한 많은 리더들의 답은, 업무 자체(과정)의 중요성을 넘어서 결과물의 탁월함을 창출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3T에 대해 배웠는데 바로 Trusting(신뢰), Tasking(과업) 그리고 Tending(육성)이다. 마치 삼각대가 하나라도 불균형하면 똑바로 설 수 없는 것처럼 이 세 가지의 균형과 조합이 중요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최적의 업무관계를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이 삼각대의 균형의 시작은 리더가 팔로워에게 주는 신뢰이다.

두 번째 질문은 리더십에 대한 정의였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결정-실행하는 능력'이라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대답으로 귀결됐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시대에는 빠른 속도에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도전이 새로운 형태이며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리더가 의사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으며 또한 리더의 해결이 완벽한 답이 될 수도 없다고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임파워먼트'이다. 이것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강점을 이용해 스스로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최적의 판단에 의해 수반되는 행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의 바탕도 신뢰이다. 신뢰는 팔로워들이 리더로부터 원하는 첫째 요구사항이다.

회사에서는 이 신뢰를 기본으로 하면서, 리더들이 꼭 지켜야 할 리더십의 본질(Leadership Essentials)을 ▲Clarity▲Courage▲Humanity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리더십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Clarity (지속 가능한 사업 구축)

리더로서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을 설정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리더는 '저 먼 지평선'을 향해 조직 전체를 움직이게 하며 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한다. 리더의 '말'이 아니라 '뜻'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절히 바라고 함께 도달할 곳에 대한 방향성이 필수여야 한다.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着手小局]' 즉, 대국적으로 생각하고 멀리 보되 실행은 한수 한수에 집중하도록, 작은 성공을 모아 나가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바둑용어가 리더십에도 적용될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과를 이뤘을 때 만족하지 않고, 다시 결승선을 움직이도록 밀어붙이는 열정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리더십의 첫 번째 의무이며 역할이다.


Courage (옳은 일을 수행하는 용기)

용기와 리더십을 함께 연상할 때 가장 많이 대두되는 리더가 이순신 장군이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그의 리더십을 함축한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발현되는 용기는 어떤 것일까? 리더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외부의 도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것을 조직에 자극하고 나아가 여기에 걸맞도록 구성원의 성장 의지를 도모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데서 오는 호기심 그리고 이어지는 행동, 그것이 다시 새로운 생각으로의 선순환이 되도록, 리더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많은 도전과 변화의 파도타기에 성공하도록 구성원이 두려움 없이 대응하고 성공하게 하며,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들 뒤에는 최종 책임을 지는 리더가 있다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의 생각을 변화시키기란 매우 힘든 과제다. 흔히들 생각이 행동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행동이 생각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수많은 행동을 통해서 점차로 생각이 변화되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Humanity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

필자의 회사의 신입직원 교육 첫날, 첫 교육시간, 첫 장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Best of me is called and is able to respond every day at AIA! ('최고의 나의 모습'이 매일 요청되고 발현되는 곳!)

이것은 회사가 구성원에게 원하는 것이고, 리더들이 구성원이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조성하게 함이다. 구성원의 최고의 모습(BOM: Best of Me)이 매일 발휘되도록 자극하고 독려하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각기 다른 재능과 강점을 가진 구성원이 철저한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성장하도록 함이다. 개개인의 강점이 모여서 팀의 성과가 극대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조직의 자산 6요소 중에 '구성원의 강점'이 있다. 약점을 보완하여 '평균적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의 가치를 통해 '차별화된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 개인의 성장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求同存異)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 비결일 것이다.


자산이 되고, 고객 이상의 투자자가 되는 '구성원'의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가 조직과 리더십에게 주는 메시지 중 필자의 마음에 가장 새겨진 단어가 있다.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넘어서 이제는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의 시대가 온다는 것.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추구하듯이, 구성원도 조직을 경험하고 불만스러울 때는 냉정하게 조직을 바꾼다는 것이다. 구성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던 것이 '자산'이 됐고, 이제는 '고객' 이상의 '투자자'가 되는 시대가 도래 하는 것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구성원의 조직여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삶도 그러하지만 조직에서의 리더십도 반복할 수 없다. 즉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존재하는 리더십이란 세상에 하나뿐인 기회인 것이다. 무거운 의무이며 특권이다. 그러나 너무 쫄지는 말자. 완벽한 삶이 없듯이 완벽한 리더십은 없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에는 거울 뉴런이 있어서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데 조직에서의 리더의 행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리더십을 구사하느라 너무 신중하다가 결정적 순간을 놓치기 보다는 깨진 거울이라도 그곳에서 반사되는 작은 빛으로 영감을 받는 개인, 성장하는 팀이 되도록 빠르고 솔직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그렇게 다시 시작해보자. Begin again! 


이강란 한국 AIA생명 인사부 전무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