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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채용동향

디지털 혁신에 따른 직무 변화와 직무체계 접근 방법

2020-07-10

 

 최현아 콘페리 컨설팅 파트너 / 전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래의 트렌드라고만 인식되어 온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이 이제는 많은 기업들의 생존력을 시험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소비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전했고, 서비스 영역에 있어서도 금융, 의료, 법률, 교육과 같이 디지털의 아성에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영역들마저 날마다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혁신이 때로는 너무 빠르게 느껴지거나 윤리적인 질문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디지털 혁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디지털에 의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이제 사업모델과 조직운영 모델의 디지털화를 최우선 전략과제로 삼고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를 주문한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여러분이 느끼고 경험하는 디지털 혁신의 수준은 어디쯤인가? 회사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여러분 부서의 업무는 얼마나 잘 연결돼 있는가?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산성이나 업무 효과가 얼마나 늘었다고 생각하는가? 혹여 여러분의 기업 실적이 최근 들어 시원치 않은데 디지털화라는 거시적 환경 탓으로 해석되고 있지는 않는가? 만일 그렇다면 귀하의 기업은 왜 디지털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대신 실적 약화를 유발하는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대하는 것일까?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기업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인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직무설계의 핵심 포인트
콘페리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의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며(30% 미만) 이로 인한 손실 비용은 연평균 5천억 불에서 1.4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역시 다양한데 크게 투자 실패, 전략 실패, 그리고 사람관리의 실패로 유형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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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실패: 전략과 연계되지 않거나 중복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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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략 실패: 상업화 실패,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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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이슈: 디지털 인재의 유출, 직원들의 디지털 업무 미적응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혹은 운영 실패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금전적 자원과 훌륭한 전략이 있더라도 실행단에서 직원들의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에 필요한 역량과 기술을 파악하고 걸맞는 인재를 제대로 배치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혁신의 성공은 절대 이룰 수 없다. 더욱 어려운 것은 지금 상황에 맞춰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인재를 배치해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시장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직무체계의 유연성을 갖추고 조직원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직무 내용이 바뀌는 체제를 받아들이도록 인사제도나 조직문화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순간의 성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무체계의 유연성을 허용해야 하고 ▲업무 책임 범위나 권한을 강조하기 보다는 보유해야 하는 스킬과 역량과 경험이 중시되며 ▲복잡함과 애매모호함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직무수행의 성공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 디지털 혁신에 수반돼야 하는 직무 재설계의 핵심이다.



디지털 직무체계 수립 방법
디지털 직무체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디지털 혁신 전략에 따라 이를 수행할 디지털 조직에 대한 그림이 나오고 이를 실행하는 데 적합한 디지털 직무를 파악하고 그 요건을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고객의 여정과 경험을 설계하고 구현하며 이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며,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혁신 마인드와 문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어떤 조직에서 이를 담당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리더십팀 및 실무진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전략 수립 → 조직설계 → 직무설계로 이어지는 작업의 범위는 각 기업에서 추구하는 디지털 혁신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작업은 주로 경영진,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부서 그리고 인사부서가 같이 모인 디지털 직무설계 워크숍 진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자가 속한 콘페리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직무들을 분류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직무사전을 개발했는데 이를 활용해서 전략 수립 → 조직설계 → 직무설계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7개의 디지털 직군과 각 직군별로 주로 포함되는 주요 업무수행 범위로 구성돼 있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보다 완결성 있고 구조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디지털 직무체계의 구현 및 인사제도와의 연계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디지털 직무는 계속 진화한다. 회사 자체가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디지털화로 가는 여정 속에서 신 직무의 탄생, 기존 직무는 사라지고 재조합되는 경우가 다양하게 발생한다.

아울러 전통적인 직무체계에서 승진 혹은 직급 상승은 더 많은 책임-자원을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영역에서 일정 시간의 경험과 숙련도에 의해 수직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처음에 입사해서는 선배들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독자적으로 하나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를 맡고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끌거나 보다 큰 스케일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직급이 올라간다.

반면 디지털 직무체계는 제한된 영역에서 수직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경험을 중시한다. 직무 수행자가 어떤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외에 주변 사람들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습득하고 이를 조직성과 개선 혹은 혁신이라는 결실을 이루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즉 경력 성장이 회사에서 정한 패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의 역량과 스킬을 확대해간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 이후에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고 이후 보안 시스템에 대한 경험까지 갖추고 나서 독립적인 디지털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디지털 사업리더로 성장하는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소 지그재그처럼 보일 수도 있는 디지털 직무 이동 경험이 전통적인 직무 이동에 길들여져 있는 조직에서 수용되려면 조직문화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옆으로 역량을 확장해 가는 대신 때가 되면 같은 부서에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다양한 직무경험과 이동을 강조해도 자기 부서의 에이스는 절대 놔주려 하지 않는다. 리더를 뽑거나 새로운 포지션이 났을 때 그 일을 가장 많이 해본 사람, 해당 부서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을 뽑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조직 내외부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또한 내 부서, 남의 부서 일을 구분하고 선을 긋기 보다는 고객의 디지털 여정 관점에서 부서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협업하고 권위로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들이 강조되고 직원개발에 반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역량체계 및 승진체계, 인재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본인이 속한 기업의 문화가 얼마나 디지털 혁신을 받아들이고 실행하기에 적합한지를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은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속한 콘페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450만 개의 직원 설문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본 결과 디지털 혁신에 강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 몇 가지 조직문화 영역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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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기업의 리더들은 높은 수준의 집중력으로 본인이 담당한 업무를 완수해 내는데 평균기업보다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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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평균기업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부서간의 협동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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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영역에서 혁신을 경험하고 있는 경우가 평균기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로 인해 디지털 혁신기업에 속한 직원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보다 긍정적인 경력비전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혁신 문화를 갖출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병행해야
사업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기존의 선도기업들은 현재의 사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시키려 하는 반면 100% 디지털화로 무장한 신규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의 시장과 고객을 탈환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무 프로세스 및 개인의 직무는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이 분절적으로 정의되고, 고객관점의 효율보다는 내부적인 효율을 중시하며, 각 부서에서 수집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내외부 데이터가 전사차원에서 합쳐져서 인사이트를 얻어내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매커니즘이 공식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고자 CDO(Chief Digital Officer) 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를 두고 디지털 혁신에 대한 전략 수립 및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디지털 혁신기술을 조직 내에 전파하면서, 기존의 업무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현업에 제공한다.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분명 고도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자체가 전부가 아니고 이러한 기술을 고객의 니즈와 연결시켜 그 기업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창조한다는 것이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이다

AI
나 머신러닝, 블록체인 기술, RPA 등을 도입한다는 기업들의 뉴스는 분명 디지털 혁신을 위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이나 전략 없이 도입하는 신기술들은 절반의 성공이 되거나 오히려 기존의 업무체계와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이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이벤트가 되지 않기 위해서 리더를 비롯해서 조직원들의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혁신 문화를 갖출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병행해야 한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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