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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조직문화

일하기 방식 개선을 넘어 인력관리를 고민하라

2020-08-25

 


김성남 HR 전문 컨설턴트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바이러스의 보기 드문 대유행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과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력 규모 축소에 들어갔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3, 4월 연속으로 실업급여 신규 신청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일부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 변화를 시도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사회 전반에서 비대면과 원격 사회로의 극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인간 노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산업의 스마트화 역시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산업별로는 헬스케어, 교육, 교통, 물류, 콘텐츠, 디지털, 정보보안 등의 분야가 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며, 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코로나19의 영향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기반한다. 지난 2월부터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역, 이동 통제, 검사와 격리를 포함한 강력한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근무 방식의 변화는 무엇일까? 각종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직장 모습으로 꼽는 것은 재택근무, 마스크 착용 근무, 출장 취소, 회식 축소, 온라인 회의, 제품 출시 연기 등이었다. 이런 표면적인 변화 뒤에는 업무 지시, 보고, 소통, 협업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고, 기업 차원 뿐 아니라 직장인 개개인의 변화 대응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보편화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많은 변화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재택근무의 전격적 시행이다. 재택근무가 대안적 근로 방식으로 도입된 것이 이미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국내에서도 2010년을 전후해 스마트워크가 도입되면서 재택근무도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1시간 정도 늘이는 시차 출퇴근제와 비교 시 재택근무는 너무 파격적인 변화였고,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에서 이런 근무 방식은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미국 등에서는 몇 년 전 재택근무를 사무실 근무 방식으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IBM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며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이 어려워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장단점을 고려할 새도 없이 '필요에 의한'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업무용 협업 툴 운영사인 잔디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 1,600명을 대상으로 4월 말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 "재택근무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높은 만족의 원인은 재택근무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46%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와 동일하다"고 답했고, "향상됐다"는 응답자도 32%로 높았다. 물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업무와 가사를 분리하기 어렵고, 일정 관리 압박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지나간 뒤에도 한 주에 이틀 정도는 주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변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영상회의 도구 줌Zoom 사용률이다.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 확산하기 전인 2019 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줌 사용자 수는 하루 평균 천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올 4 1일에는 이 숫자가 2억 명으로 뛰었다. 4월 말 경에는 3억 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보고 전 구글 HR 최고 임원이었던 라즐로 복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선물해준 게 있다면 원격근무가 생각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깨우침"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비대면 근무가 조직 몰입에 미치는 영향
일하는 방식과 환경의 변화는 직원들의 동기 및 직무 만족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조직의 인력 구조가 바뀌고,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고, 수평적이고 스마트한 업무 방식이 확산됨에 따라 구성원의 직무 만족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겠지만, 반대로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도 있을 수 있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 요인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비대면 근무 환경은 직원들의 유대감 및 친밀도를 낮출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재택근무가 기대만큼 빠르게 전파되지 못했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팀 빌딩과 협업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충돌 속에서 융합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도 장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서로 대면해 일하고 소통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업무에 관련 없는 수다와 잡담 속에서도 사람들은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심리적 불안감도 우려가 된다. 인력 구조의 변화, 적은 인원으로 많은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감, 실시간으로 동료들의 지원을 얻지 못하는 업무 환경은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무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사람으로부터 얻는 따듯한 격려와 지지를 얻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자연히 심리적 불안을 느끼게 된다. 안 그래도 인공지능이다, 업무 자동화다 해서 노동이 파편화되고 경쟁에 내몰렸던 직원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일부 개인들은 남들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방지-완화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방식으로라도 동료나 상사로부터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요구된다.

셋째, 워라밸은 동기와 직무 만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중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긍정적인 면은 원격근무와 '결과 중심'의 일 처리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이 최소화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평균 2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는 것만 해도 크게 다가온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은 원격근무 상황에서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고, 52시간 근무제로 그나마 개선돼 가던 야근이 다시 과거의 패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결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완벽한'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강박적으로 일을 하게 되며, 이런 강박은 고성과자들을 '일 중독'에 빠뜨릴 수 있다.

넷째, 소통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흔히 '직장 생활의 9할이 소통'이라고 한다. 그만큼 원활한 소통은 일이 잘 되고 있고, 조직이 잘 굴러간다는 느낌을 갖는데 중요하다. 비대면 소통은 온라인이나 통신을 통해 '매개'되는 특성상 휴먼 터치를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다. 비언어적 시그널을 통해 얻게 되는 풍부한 정보들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소통을 별로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같은 간단한 내용을 공유하고, 합의해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잦은 접촉을 필요로 하는 것 때문에 불평을 하기도 한다. 회사에 모여서 함께 일할 때는 잠깐 얼굴 보고 얘기하면 5분도 안 돼 해결될 일이 화상회의, 이메일, 채팅을 여러 번 해야 겨우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로 임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소통의 룰이 명확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동료를 배려하는 에티켓을 함께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HR
측면의 대응 전략
코로나19 위기는 과거 다른 경제 위기와는 달리 실물 경제에서 시작해 금융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특성상 안정 국면으로 돌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1918년의 스페인 독감 같은 경우도 약 2년에 걸쳐 세 차례의 대유행을 경험한 후에 겨우 안정화 됐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일하는 방식 뿐 아니라, 인력관리나 조직문화와 관련한 근본적인 대응책도 함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HR 측면에서 대응해야 할 일은 너무 많지만 핵심적인 것을 꼽아 보자.

재택근무 인프라 정교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처음 경험했다. 길게는 두 달 이상 지속된 이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가 안정적으로 통제된 후라도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고, 회사의 재택근무 정책은 기업 채용 브랜드의 상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재택근무는 준비와 경험 여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다양한 유연 근무 방식을 회사의 상황과 구성원 니즈에 맞게 정교화해야 하는 이유다.

인적 구조의 최적화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커다란 경영 환경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가져다 줄 지 사전에 예측이 어렵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마지막 감염병이 될 리도 없다. 이런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소수 정예의 코어 인력을 조직 내부에 보유하면서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나 계절성이 높은 업무에 대해서는 프리랜서, 은퇴 직원, 외주 업체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형 인적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 유형에 맞는 확보, 계약, 활용, 보상, 피드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역량 강화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었던 혁신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마인드와 스킬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속도를 낼 수 없다. 디지털 역량 부족으로 인해 조직 혁신의 병목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훈련을 제공하고, 디지털 기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창의적인 조직개발 활동이 필요하다.

수평적인 업무 문화 정착 비대면 방식으로 일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도 적응하려면 관료주의적 절차와 톱다운 방식의 업무 추진으로는 곤란하다. 디지털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해 스스로 업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과 업무 표준을 바꾸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실무자 중심의 빠른 결정이 가능하도록 현장 중심으로 업무 혁신을 드라이브해야 한다.

직원 경험과 웰빙 케어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상황에서 제일 우선적인 고려 사항은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내부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직원 웰빙은 스트레스와 감정 등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배려도 포함해야 한다. 이런 배려와 투자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과 업무 몰입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우수 인력 확보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면 본능적으로 인력을 줄인다. 기존 인력도 줄이는 판국에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인재를 내보낼 때가 인재를 확보하는 좋은 기회일 수가 있다. 쉽게 자리를 옮기지 않는 우수 인재를 합리적인 조건으로 데려올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인재는 경기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때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조직의 외연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채용은 아니더라도, 소수의 정예 인재를 확보하는 노력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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