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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연구소]자넨... 멍부잖아...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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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장교들을 영리하고, 게으르고, 근면하고, 멍청한 네 부류로 나눈다. 대부분은 이 중 두 가지 특성을 보인다. 영리하고 근면한 이들은 고급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놈들은 전 세계 군대의 90%를 차지하는데, 이런 놈들은 정해진 일이나 시키면 된다. 영리하고 게으른 녀석들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최고 지휘관으로 좋다. 하지만 멍청하고 근면한 놈들은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독일 국방군 상급대장이었던 쿠르트 게프하르트 아돌프 필리프 폰하머슈타인에크보르트 남작이 (기록상) 처음으로 말했고, 독일 국방군에서 상급대장을 지낸 요하네스 프리드리히 한스 폰 젝트가 언급하며 유명해진 이 명언은, 비단 군대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도 대체로 통하는 금언(金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폰하머슈타인에크보르트가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조직 대부분은 네 가지 특성의 조합형 중에서도 멍청하고 부지런한 유형, 이른바 ‘멍부’를 최악으로 꼽습니다.

 

폰하머슈타인에크보르트 남작은 독일 군 내에서 끝까지 나치와 히틀러를 적대한 인물로도 유명하죠./독일 레지스탕스 추모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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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턴트였던 이마무라 히데아키의 저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B2B마케팅’에 나오는 사례를 하나 예로 들어 멍부가 조직에 끼치는 해악을 살펴보도록 하죠. 아래는 한 화학업체의 영업사원이 각자 맡은 고객을 일정 기간 내에 얼마나 방문했는지를 BCG에서 분석해 정리한 표인데요.

 

/이마무라 히데아키(2007), 보스턴커설팅그룹의 B2B마케팅, 비즈니스맵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리고 회사가 기대하는 바에 충실히 부응하자면, 영업사원들은 매출 잠재력이 높은 고객을 더욱 자주 찾아가야 옳을 텐데요. 분석해 보니 일선 직원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되려 매출 잠재력이 낮은, 속되게 말하면 ‘돈이 안 되는 곳’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던 것이죠.

 

이러한 도표는 대개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직원이 ‘멍부’ 스타일일 때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들은 실질적인 성과에 앞서 근면한 업무 태도를 중시합니다.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적만큼은 꾸준히 잘 내는 인물보다는, 늘 보이는 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과시하는 이를 예뻐한다는 것이죠.

 

영업사원 입장에서 보자면, 성장성이 크거나 이미 규모가 거대한, 매출 잠재력이 높은 기업은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편입니다. 타사와의 경쟁도 치열할뿐더러 기술력이나 품질 관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설령 어렵게 계약을 따내더라도 신경 써야 할 구석이 허다하죠.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성장 가망이 없는 기업은 큰 기업보다야 이래저래 느슨히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요. 영업사원 개인적으로도 너무나도 엄청난 갑이라 대하기도 모시기도 까다로운 업체보다는, 사장이라 해봐야 골목 우두머리 수준인 구멍가게 쪽이 자주 보며 상대하기엔 심적인 부담이 아무래도 덜하죠.

 

이 두 가지 상황이 얽히면 종국엔 앞서 보여드린 표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관리자가 ‘영업은 발로 뛰는 것’이라며 실제 성과는 제쳐 두고 움직이는 횟수를 내세워 휘하 직원의 고과를 달리하면, 영업사원들은 매출 잠재력은 높을지언정 대하기도 부담스럽고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인 곳을 의식적으로 피하기 마련입니다. 대신 매출 잠재력은 적더라도 상대하긴 만만해 방문 빈도를 부풀리기 좋은 업체를 뻔질나게 드나들게 되고요. 결국 직원들은 그 어느 경쟁사보다도 바삐 일하지만 실적은 묘하게도 축소 내지 상시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조직 전체의 ‘멍부화’가 자연스레 초래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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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회사 입장에선 멍청하고 근면한 인물을 아예 받지 않거나 신속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는데요. 일단 멍부가 스스로를 냉정히 파악하고선 개선 내지 용퇴를 해 주길 기대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 누구건 자신의 안위보다 회사의 손익을 앞질러 생각하기도 힘들뿐더러, 무엇보다도 애초에 멍부 중 절대다수는 자신을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 스타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자넨... 멍부잖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中

 

결국 기업은 임직원을 선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잠재적인 멍부를 걸러낼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존하는 구직자 검증 절차 중 이에 가장 유용한 방편이 바로 인·적성검사고요. 실제로 지난 2015년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463명에게 인·적성검사 필요성 여부를 물은 결과 69.6%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당시 인·적성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던 387개사 중 35.9%는 앞으로 실시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는 “개인의 부지런함은 미덕일 수 있으나, 기업에 속해 일할 때 그 부지런함이 잘못된 곳을 향하면 조직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며 “’멍부’를 뽑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인·적성검사를 통해 후보자의 근면함이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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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기획#핵심인재관리#인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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