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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디지털 시대 인사담당자가 탑재할 New DNA

2018-06-05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핵심요인 중의 하나가 사업·운영·조직 및 인재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이다. 단지 상품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마케팅, 생산, 연구개발, 유통 등 총체적인 기업운영 활동 자체가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인사에서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나 변화는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태동에 따른 일부 채용 플랫폼의 출현과 채용 적합성의 기초적 판단에 AI가 활용되는 등, 채용 영역의 디지털화 외엔 아직 본격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일부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HR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의사결정을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대다수 조직에서는 아직 그 개념 정도만 인식하는 단계이다. 

 

그렇다면 왜 인사에서의 디지털화는 상대적으로 더딜까? 물론 인사가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 더 보수적일 수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인사담당자와 인사 조직의 역량과 관련이 크다. 여기서 역량은 단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의미하기보다는 변화를 촉진하고 수용하는 것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관점, 태도적인 역량인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를 잘 뽑고 육성하며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반면, 정작 이에 대한 상당한 오너십을 가진 인사담당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적었다. 2017년 머서가 조사한 HR Transformation Study 결과를 중심으로 인사전문가 혹은 인사담당자, 그리고 인사 조직의 변화 방향, 이를 위해 강화돼야 할 역량과 새롭게 요구되는 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Be Platform 

플랫폼적 사고·관점·운영 및 역량을 강화해야


인사의 최종 목표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시작됐으며,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함께 더 명백히 나타나는 결과 중 하나가 플랫폼Platform 모델의 우수성이다. 현재는 해당 조직 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려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or 모델을 중심으로 한 과거 선도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다양한 외부 자원과의 협업과 결합을 통해 끊임없이 사업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을 가진 회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가며, 지속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조직과 인사담당자 역시, 플랫폼화 되고 플랫폼적 사고와 역량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이란 사실상의 시장 표준인 기술·방법·프로세스로 형성된 사업 생태계에 개개인의 전문성이나 강점을 기반으로 참여해, 다양한 참여자의 강점과 전문성과 결합해 지속적으로 상품, 사업,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이 또 다른 플랫폼과 결합해 플랫폼 자체의 지속 확장이 가능하다. 사업이 플랫폼화 된다면 자연히 일, 일이 요구하는 인재, 일하는 방식도 플랫폼화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사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

 

이는 결국, 과거처럼 인사는 기밀사항이며 모든 것을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해결하려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부에 모든 역량과 인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외부의 역량을 더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 구성원이 외부와의 교류와 협업을 자연스럽게 강화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는지 즉, 내부와 동시에 외부의 시장을 바라보는 데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이른바 개방형 클라우드Cloud 인사정보 시스템의 도입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인사정보를 관리하고 인사를 운영하게 되면, 자연히 클라우드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의 정보와 사례에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분석 툴에 의해서 더 과학적인 시장지향형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인사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인사는 지금보다 비즈니스 활동을 세부직무로 정확히 규정할 수 있어야 하고, 시스템이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 툴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리더나 구성원이 관심 높은 질문에 대해 데이터 기반 분석과 답, 나아가 스토리를 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인사가 기여하기 위해서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인사 조직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독립적·중앙집권적·수직적인 관리자로서의 인사조직과 업무영역보다는, 비즈니스의 니즈를 이해하는 HRBP(HR Business Partner), 인사제도와 기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수하는 CoE(Center of Excellence), 반복적인 인사운영과 행정을 처리하는 HRSS(HR Shared Service) 삼각꼭지를 기본으로 비즈니스 별로 분권화되어 각 꼭지간 그리고 외부 관련 전문기관이나 개인과 상시적이고 즉각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Be Agile

스마트한 민첩성


민첩성Agility은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와 신속한 시장 대응형 혹은 주도형 의사결정의 중요성 부각으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신속해짐은 결국, 조직의 성과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일 년 내내 동일 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들을 필두로 보다 자주 목표를 수정하고,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상시 성과관리가 도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양상이나 타깃고객, 그리고 필요역량이나 상품 서비스의 변화가 심해짐에 따라 인사제도의 생애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작년에 유용했던 제도도 올해엔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아무리 우수한 복지, 급여, 업무환경을 내세워도 이직률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사의 조사에 따르면, 모두가 입사하고 싶어 하는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조차, 정작 많은 직원들이 3년이 채 안 돼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 번 인사제도나 프로세스를 구축한 후, 이를 4~5년 사용하는 것으로는 조직의 운영 자체가 쉽지 않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인사담당자나 인사조직에게 매우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바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강조하는 민첩성이다. 과거에 1년 주기로 채용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던 것에서 벗어나, 더 자주 이를 행해야 한다. 인사에서의 민첩성은 무엇일까? 첫째, 끊임없는 상시적 관찰이다. 인재의 유입과 이동, 이들의 성과와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 특히 모바일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관찰하고 수집해야 한다. 둘째, 과학적인 데이터 기반 분석 능력이다. 상시적으로 관찰된 데이터를 통해서 상호 연관되는 관계Association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제도와 운영, 인재에 대한 피드백과 육성을 수시로 맞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실험하기Pilot Testing이다. 민첩성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일단 실행한 후, 이를 다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변화시켜 나가려는 자세이다. 인사의 의사결정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특정 사업이나 직원집단을 대상으로 일단 테스트를 진행한 후,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류하기Networking이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개성이 넓어지고 인사 의사결정의 결과의 유효성이 미치는 대상이 제한되고, 그 유효기간이 짧아질수록,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사전문가라도 혼자서 이를 쉽게 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자기, 자기부서, 자기조직, 자기업종 외의 영역의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데, 인사부서는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에 비해 외부와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향후 내외부적인 교류에 개방적이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Be Millennials

이해를 넘어서 그들과 같아져야 한다

사실 디지털화 가속의 동인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과 직원 양자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사실 디지털화가 새로움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유튜브, 구글, 모바일게임이 존재하던 세대이다(Digital Native).

 

리더와 관리자들이 범하는 근본적인 실수는 디지털화를 급격한 혁신으로 간주하고 직원들에게 “변해야 한다 변해야 한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해 피로감을 올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직원 중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리더들이 말하는 혁신을 수용하여 일상생활화 된지 오래다. 리더 자신은 아직 이를 수용하고 사용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이미 이를 생활화한 직원들에게 변화하라고 강요한다면 효과적인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다.

 

한 예로 많은 기성세대가 최근 입사한 사원들은 공적인 자리나 업무 회의에서 너무 말이 없고 자신감이 없으며, 시키는 일만 한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밀레니얼 세대들은 조용히 있는 것 같지만, SNS나 각종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즉, 이들은 이른바 디지털로 사회활동을 하는 세대Digitally Social이다. 만약, 이들이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면, 굳이 이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인사와 조직의 핵심 활동 중의 하나는 사내에서 보다 투명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 운영 프로세스에서 대면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고, 인사담당자도 꼭 얼굴보고 확인하고 얘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모바일 채널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큰 특징은 개인중시 사고다. 이를 이기적으로 보기만 하면, 결코 밀레니얼을 동기부여 시키기 어렵다. 개인중시는 결국 조직보다는 개인의 경력발전과 네트워크 확장에 더 많은 몰입과 노력을 투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태도가 최근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요인인 플랫폼 구축과도 밀접성이 높다. 밀레니얼의 개인주의를 미래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인 직무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플랫폼 확장을 위한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이를 인정한 상태에서 밀레니얼 직원들의 동기를 강화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혁신하며 성장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인사담당자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