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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우아한형제들_배민다움의 철학으로 푸드테크를 선도하다

2018-10-04


 

일반인들에게는 '배달의 민족'으로 더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스스로를 'IT 기술을 기반으로 푸드테크food tech를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칭한다. 음식주문 중계 플랫폼 '배달의 민족', 배달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도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 HMR 사업을 하는 '배민찬', 그리고 최근 인수한 주문중계 포스시스템까지 총 4가지 사업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AI,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준비 중이며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하나씩 내놓고 있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조직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2010년 5명으로 시작한 지 5년 만에 250명으로 직원이 늘었고 8년이 지난 올해는 그 수가 1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400명을 신규 채용할 것을 밝힌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상반기 130명의 채용을 마친 상태다.

 

조직 규모의 성장이 급격하다 보니 사내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여럿 있다. 제도를 준비하고 검토해 시행하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HR에서는 달라진 조직에 맞는 시스템 마련으로 분주하다. 채용에서부터 인력 운영, 복리후생까지 새로운 판을 짜는 시기다.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인사지원실장은 "아무리 조직이 커진다고 해도 설립 당시의 철학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우아한형제들에서 직원은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심의 대상, 돌봐주고 지키는 대상"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기본 철학 아래 모든 인사의 정책이나 방향이 결정된다. 

 

인사에서 안 되는 이유 아닌 '되는' 이유를 찾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본사 차원에서 인사 방향을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하지만 각 법인의 특성에 맞게 독립적인 운영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 기반이라는 비즈니스의 바탕은 동일하지만 각 서비스 영역에 따라 인력의 구성과 특징, 이슈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민라이더스는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고용형태가 다양하다. 각자의 니즈에 따라 정규직을 원하기도 하고, 계약직 또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자영업 형태의 프리랜서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하나의 고용형태만 강요한다면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다. 배민찬의 경우에는 단순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로만 정의 내릴 수가 없다. 실제로 반찬을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제조, 신선, 물류 등의 부서가 따로 있고 음식 제조 라인은 전형적인 공장의 모습을 갖췄다. 따라서 제조업에 맞는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안 되는 이유보다는 되는 이유를 찾고, 100%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시행해보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방식입니다. 현재 비즈니스 환경은 그 속도가 빨라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행한다면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덜 완벽해도 일단 시행하면서 그 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일하는 방식이자 HR 전략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제도 개선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직원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소통하는 시간, '우아한 수다타임'이 열린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그 어떤 질문과 의견도 낼 수 있다. 대표이사는 그 자리에서 답하고 실행 방안을 검토해 나간다.

지난 8월부터 도입한 '시간연차제'도 이 자리에서 나온 결과다. 기존의 반나절, 하루 단위의 연차 개념을 직원들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한 시간, 두 시간 등의 단위로 나눠 쓰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경영진은 즉시 검토 끝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냈다. 개인의 니즈가 중요하고 회사가 직원의 삶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관점으로 인사에 접근하면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생각이다.

 

배민다운 성과주의, 결국 워라밸을 이끌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결재서류보다는 메신저를 통한 의사결정이 더 자연스럽다. 경영진도 별도의 임원실 없이 직원들과 동일한 책상에서 함께 일한다. 이러한 모습의 취지는 '소통'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절차를 따지면 일의 본질이 아닌 부수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고 공간이 분리가 되면 물리적인 벽이 생기는 동시에 심리적인 벽도 생긴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자유로운 문화라고 해도 임원이 별도의 공간에 있으면 직원들의 입장에선 그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보통 회사들이 가장 좋은 경치가 보이는 곳을 임원실로 지정하기 마련인데, 우아한형제들에는 임원실이 없으니 그 공간을 직원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로 인해 간혹 우아한형제들은 일하기 '편한' 회사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박 실장은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주 35시간 근무, 근무시간에는 늘 음악이 나오는 회사, 임원도 신입직원도 모두 동일한 공간에서 일하는 회사, 언뜻 보기엔 여기가 한국이 맞을까 싶지만 이 모든 것이 직원들의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그 어느 회사보다 성과주의가 강한 회사입니다. 근무시간이 짧은 건 저희 비즈니스 특성상 회사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성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짧은 시간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주 35시간제를 본격 시행하기 전,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으로 주 37.5시간제를 운영했는데 근로시간을 줄여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주 35시간 근로까지 도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조직특성에 따라 출근시간을 8시에서 10시 사이에서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의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박 실장은 비효율을 걷어내고 진정 필요한 것만 남겼더니 직원들의 몰입을 이끌게 됐다고 말한다. 가정이 편안해야 출근해서 집중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족까지 챙기게 됐는데 결과적으론 '워라밸'을 실현하게 됐다고 웃는다. 직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의 성과를 최대를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바로 우아한형제들의 일하기 방식이다. 

 

실력만큼 중요한 조직 적합성 그대, 배민다움을 갖췄는가

이러한 경영철학은 설립 초기부터 실행됐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의 문화로 만들어졌다. 구성원들은 다양한 경험과 업무의 전문성을 가졌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기업의 철학에 대한 공감은 동일하다. 따라서 경력직이라고 해도 소위 '배민다움'이라는 우아한형제들의 철학에 연결된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현하고 회사는 실행한다.

 

우아한형제들의 채용은 경력직 위주로 이뤄진다. 1차, 2차 면접 순으로 이뤄지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 1차에서는 같이 일할 동료들이 직접 실무 면접을 보는데 개발직군은 코딩 테스트, 디자이너는 직접 실습을 해보는 식이다. 아무리 화려한 스펙자라고 해도 실무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참고로 우아한형제들의 코딩 테스트 통과율은 10% 내외다. 2차 임원 면접에서는 조직 적합도를 확인한다.

 

"조직 적합도를 확인할 때 특별히 진단도구를 이용하지는 않아요. 시장에 나와 있는 인적성 평가는 일반적인 성향을 객관화시킨 지표로 저희가 추구하는 컬쳐핏과는 간극이 크다고 보니까요. 저희는 인적성 검사보다는 인간 지능을 활용하는 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설립자 한 명과 영역별 전문가가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검증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대표사업인 배달의민족은 사업 초기부터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조직의 막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정했다. 회사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조직에서 막내 즉, 20~30대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 자연스럽게 B급 문화와 유머, 패러디 느낌의 브랜드가 구축됐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무실 공간 구석구석에 적힌 문구나 포스터에서도 이른 바 '배민다움'이 발견된다.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인사 받고 싶으면 먼저 인사하자' '쉽고, 명확하고, 위트 있게' 등은 거창한 사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새로운 '폰트'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폰트는 한나체, 도현체, 주아체, 연성체, 기랑해랑체 등 총 5개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서체명은 모두 직원들의 아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매년 서체가 개발되면 직원들의 아이 이름을 후보로 놓고 추첨을 진행한다. 김봉진 대표의 아이들의 이름을 딴 한나-주아체를 제외하곤 모두 추첨을 통해 선정된 직원들의 아이 이름이다. 이 또한 우아한형제들이 추구하는 직원은 물론 직원의 가족과 함께 하는 문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Mini Interview

박세헌 (주)우아한형제들 인사지원실장 

 

"누구나 원하는 일보다는 누구나 기피하는 일이 훗날 나의 자산이 될 것"

 

Q. 그동안의 경험 중 현재의 업무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원 졸업 후 3개월간 HR 컨설팅 펌의 경험을 했고 이후 첫 직장이 현대카드였습니다. 금융사는 각각의 현장 조직이 인사 기능을 하는데 당시 영업 조직을 총괄하는 스텝 조직에서 인사를 했습니다. 2003년은 LG카드 부도 사태로 모든 카드사가 구조조정 및 인력 재배치를 하던 시기였는데 저는 현대카드 CRM 센터에서 인사담당자로 배치가 됐죠. 20대 초반의 고객상담사 1700명의 담당 역할을 했고 그만큼 다양한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가끔 후배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보다 누구나 하기 싫은 경험이 미래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Q. HR 리더가 다른 부문의 리더와 달라야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회사와 직원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 필수입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인사를 하는 사람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봅니다. 인사에서 원칙과 유연성은 상충의 개념이 아닌 함께 가야 하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업무를 위해 참고하는 사이트나 모임이 있나요?

고백하자면, 2002년 프리챌 시절 'HR Pro'라는 커뮤니티의 운영진 활동을 했습니다. 자부하건대 온라인상의 직무 커뮤니티의 시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꽤 열심히 활동했고, 그때의 멤버들이 어느새 각 회사들의 중역이 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보다는 인문학 서적이나 학술지 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편입니다.

 

Q. 추구하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입니까.

이전 회사인 엔씨소프트에서 상사분이 저의 리더십 스타일을 '덕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모습 또한 덕장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직원을 믿고 앞에서 당기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고는 스타일입니다. 직원들의 행동 변화는 야단이나 질책이 아닌 본인 스스로 깨닫고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Q. 최근 읽으신 책 중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김윤나 작가의 ≪말 그릇≫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이나 기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그릇'에 초점을 맞춘 책이죠. 이야기를 할 때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지 표현의 기교나 현란함이 중요하지 않다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이 됩니다.

 

취재 정은혜 기자 jung@hr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