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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영화 속 HR _ 머니볼(Money ball)을 통해 본 빅 데이터와 HR

2018-04-01

 



영화 속 HR _ <머니볼(Money ball)>을 통해 본 빅 데이터와 HR

 

박준우 노무법인 인재경영컨설팅 대표노무사

 빅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경영 전반에서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이제는 활용의 단계로 나아간 영역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조직의 인적자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에도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HR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HR 애널리틱스Analytics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빅 데이터와 HR

조직 내 활용 가능한 HR 데이터는 나이, 성별, 학력 등 인구통계학적 변수와 근속, 이전 직무 경력, 승진 내역, 연봉 히스토리 등 직무관련 히스토리 변수, 성과등급, 실적, 프로젝트 내역,  인적성 검사 결과 등 스킬과 역량 변수, 보상 히스토리, 성과급, 보상 종류 및 유형, 투자 성향 등 보상 변수, 임직원 설문조사 결과, 사내 블로그 활동, 지식경영시스템 등록 내역, 댓글 등 소셜 변수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HR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데이터를 통합하고, 질적 수준을 관리하고, 직원 관련 기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도와 데이터 관리 수준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데이터 분석은 현황을 파악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HR도 예외는 아니다. 이직률, 승진율, 근속 현황, 인력구조, 보상수준 등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를 활용해 온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빅 데이터는 단순히 현황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현황의 원인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HR 데이터뿐만 아니라 조직의 다양한 성과데이터와 HR데이터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 즉, 조직성과와 연계해 분석해야 한다. 조직, 직무, 연력 관련해서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예측 기반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빅 데이터는 현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활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HR 애널리틱스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많은 기업이 막상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해도 분석에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산재돼 있는 데이터를 한군데로 통합하고 가공하는 일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데이터 관리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빅 데이터 활용의 출발이다. 게다가 성과 데이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의미 있는 분석에는 결과 변수가 필요하다. 그것도 정량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현실은 이러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결국 왜곡되거나 의미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다보니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다음은 분석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실제 실무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HR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사업의 성과를 높이고, 이를 위해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HR 애널리틱스는 각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보여주기 식이나 다른 기업에서 하는 것을 대충 흉내 내거나 그럴 듯한 결과처럼 보이는 단순한 분석에 치중하는 것은 제대로 된 HR 애널리틱스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더 심한 경우에는 HR 애널리틱스가 HR 활동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한 HR을 위한 분석에만 집중하는 경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분석을 위한 분석은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동안 HR 관련 데이터 분석은 계량화된 양적 분석보다는 질적인 분석에 더 치우쳐 왔다. 이른바 직관, 감, 과거 경험, 느낌, 평판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한꺼번에 바꿔 갑자기 분석적인 마인드와 통계적인 기법을 갖추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HR 부서는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인력 충원이나 개발 등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의 경기, 야구

필자는 야구를 좋아한다.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고, 운 좋게 야구부의 성적이 좋아서 단체응원을 많이 갔었다. 요즘은 프로야구의 좋아하는 팀의 시즌권을 구매해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와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자주 야구장을 찾는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응원하는 팀이 2위에 그쳤지만, 그래도 그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코리안 시리즈에서도 정규리그 1위 팀을 꺾고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우승할 것이라 믿는다.

야구는 경기의 룰이 복잡하고 용어들도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타석과 타수, 안타, 볼넷, 희생플라이, 스트라이크 낫 아웃, 보크, 수비 시프트, 선발, 셋업, 홀드, 세이브, 마무리, 인필드 플라이 등등. 초보자의 경우 이러한 복잡한 룰과 생소한 용어로 인해 야구가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야구 경기에는 온갖 데이터들이 난무한다. 기본적으로 타자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 BIPA(인필드 타구의 타율 {(안타-홈런)/(타수-삼진-홈런-희비)}) 등등. 투수는 승률, 피안타율, 방어율,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WHIP((볼넷+피안타)/이닝), PER((삼진+볼넷)/이닝) 등등. 

그래서 흔히들 야구를 데이터의 경기라고 한다. 타자, 수비, 투수 등 포지션별로 사용되는 데이터가 무척 많다. 메이저리그(MLB)가 아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이러한 혁명을 이끈 건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

2002년 시즌 개막 당시 메이저리그의 가장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지출한 연봉 총액은 4,000만 달러였으며, 이에 비해 가장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그 3배인 1억 2,600만 달러를 썼다. 오늘날 스포츠에서 자본이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뉴욕 양키스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둬야 했지만, 그해 오클랜드는 103승으로 양키스와 동일한 승수를 거두는 놀라운 성과를 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가난한 구단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인 단장 빌리 빈 역을 맡아 제작된 영화가 바로 '머니볼(Money Ball)'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성과 개선, 영화 '머니볼'

영화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에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은 다른 구단에 뺏기기 일쑤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고졸 선수출신 단장인 '빌리 빈(브래드 피트)'이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야구 문외한인 '피터'를 영입해 기존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시작된다.

빌리는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생활 문란, 잦은 부상, 최고령 등의 이유로 다른 구단에서 외면 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킨다. 당연히 스카우터, 감독 등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그를 비난한다. 그는 시즌 초기 연패를 거듭했고 야구의 통설과 관행을 무시한 데이터 야구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빌리는 감이나 평판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팀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결과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두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브래드 피트의 명연기는 덤이다. 빌리 빈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모험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방법론인 세이버메드릭스Sabermetric는 야구를 전혀 다른 비즈니스로 바꾼다. 참고로 세이버메트릭스는 선수의 성적이나 경기 작전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을 통칭한다.

빌리 빈은 기존 야구계가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선수 출신임에도 야구계의 기존 모든 관습과 편견을 거부한다. 기존의 선수 평가 기준에서 보면 자신은 모든 스카우터의 선망 대상일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였으나, 선수 생활은 실패로 끝났다. 빌리 빈은 기존 방식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가 자기 자신이라고 본다.

빌리 빈과 어슬레틱스 구단은 아직 몸값이 낮은 가능성 있는 신인이나 다른 팀이 주목하지 않는 저평가 된 선수를 저렴한 비용으로 데려온다. 다만 그 기준이 기존 선수 평가에서 중요하게 여긴 타율이나 홈런, 도루 등이 아니다. 대신 통계학적으로 고려한 결과,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출루율과 장타율 등에 주목한다. 기존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다른 구단들은 이런 능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빌리 빈은 그런 선수들을 낮은 몸값으로 데려올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는 그에게 보스턴의 단장직을 권한다. 그러면서 향후 메이저리그가 빌리 빈의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5년이 지난 지금의 야구계는 그의 말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영화는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정보가 지식이 되고, 이러한 지식이 우리의 의식과 삶을 변화시키는 단계를 야구를 통해 보여준다. 생생한 사례고 실제 일어난 일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15년이나 지난 지금에는 출루율 등 머니볼에서 사용된 개념과 분석이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른바 빅 데이터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빅 데이터를 이야기하지만 어려운 통계나 데이터 마이닝과 같은 기술적인 면들만을 강조한다. 이는 HR에서도 마찬가지다. 빅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모습이나 영향, 변화 등이 막연하기만 하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머니볼은 빅 데이터 활용이 강조되는 HR에게도 좋은 사례가 된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 합리적 의사결정 도구

빅 데이터를 인적자원 관리나 인재경영에 활용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즉, 단순한 분석이나 진단을 위한 것에 그쳐서는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전통적인 인사관리를 흔히 직감과 경험에 의한 관리라고 이야기 한다. 인사행정이 위주가 되고 효율적 일처리를 지향했다. 항상 전략이나 사업이 벌어진 후에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주된 일이었으며, 인건비에 대한 관리가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사관리는 부가가치에 대한 관리로 전환되면서 직감과 경험을 대신해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통찰력이 강조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 즉, 인사관리 자체의 효과적인 운영을 주된 목표로 하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상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미래의 인사관리는 이러한 통찰력Insight을 넘어 예측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사업전체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며, 상황과 사람의 변화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측기반의 분석을 지향해야 한다.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니라 예측을 위한 분석이 돼야 한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빅 데이터 인사관리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서는 인력고령화 및 환경변화에 대비하거나 구성원의 성과창출 요인을 발견하거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조직 내 산재된 각종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계하는 작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인사관리가 쉽게 도입되거나 조직 내에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화에서도 기존 방법에 익숙한 소속팀 감독을 포함한 야구계 전반에서 야구는 데이터로 하는 게 아니라는 비난을 받는 등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빅 데이터 활용을 인사관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발과 저항과 부정 등 온갖 장애를 다 이겨내야 할 것이다. HR데이터 분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직 내 의구심을 극복하고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HR데이터 분석을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트렌드로 보고 단순히 시도하는 것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또한 빅 데이터 분석을 HR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데이터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보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