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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정부정책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직무급 도입·평가제도 개편·비정규직 전환

2018-04-02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직무급 도입·평가제도 개편·비정규직 전환

이현아 HR Insight 기자 

노사발전재단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7 일터혁신과 지역일자리 국제컨퍼런스'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일터혁신 지수로 보는 한국의 일터혁신 수준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해외 각국의 성공한 지역일자리 성공 사례 발표가 진행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중 국내 기업의 일터혁신 사례를 전달해 본다.

구성원 특성 반영한 직무급 설계 _  아성플라스틱밸브(주)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산업용 밸브, 클린 PVC, 소방용 CPVC 등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과거 호봉제를 운영, 사무직 직원들도 호봉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가 오르는 급여 시스템이었다.

지난 2007년 기업 규모가 커지고 경영 환경이 바뀜에 따라 평가제도 등 인사제도를 개선하려 했으나 평가의 공정성 문제와 직원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후 2011년에도 평가제도를 구축했으나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역량과 운영능력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 있는 인재 확보 및 임금의 내부 공정성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2012년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신청, 업적평가 및 역량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때 설계된 평가제도를 기반으로 지난 2014년 사무직 직원 연봉제를 도입했다. 나아가 올해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의 직무가치를 반영한 직군별 임금체계 개편 및 평가제도 개선 작업을 실시했다. 

아성플라스틱밸브가 수차례 실패의 경험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한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통상임금 확대 및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서 아성플라스틱밸브 또한 내부적으로는 통상임금 문제를 겪었고 특히 금형, 해외영업 등 특정 직무군의 경우 인재채용이 어렵고 이직률도 높은 상황이었다. 내부의 불만 뿐 아니라 외부에서 뛰어난 경력자를 채용하려 해도 현행 연봉 테이블에 맞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

또한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제조업 공장이었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근무지가 아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원급 임금을 매년 높게 인상했고 이 때문에 사원급 임금과 차부장급 임금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문제도 있었다. 재원의 한계로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해 줄 수 없고 결국 능력에 따른 차등지급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아성플라스틱밸브에서는 사전에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제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을 시도했다. 우선 임금직무체계 개편에 나섰다. 이미 직무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다소 차이가 났지만 이를 좀더 명확히 하고자 직무분석을 실시했다. 중소기업은 직원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론상으로 정확하게 분석을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각 직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정리한다는 취지에서 분석을 시도했다. 직무분석 시에는 Junior(사원 주임급) - Senior(대리 과장급) - Manager(차부장급)으로 분리한 직급을 반영해 세부 역할을 정했다. 또한 직무분석 결과에 따라 실제 담당자를 대입해 보고 수준에 맞지 않는 경우 수정했다.

다음으로는 직무평가요소를 선정했다. 다양한 평가요소 중 아성플라스틱밸브에 맞는 요소인 전문성, 의사소통, 의사결정 능력, 직무영향력, 관리책임 등을 고려, 급여등급 결정에 반영했다. 실제 직무평가는 각 부서장들이 실시했으며 경영진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현행 임금 수준 및 채용 시 임금수준 등을 고려했다. 최종 평가 결과에 따라 '가' 등급부터 '마' 등급까지, 부서별-직무별 급여등급이 정해졌다. 아성플라스틱밸브는 과거 호봉제로 운영했기 때문에 기본급은 낮고 수당이 많으며, 상여금이 있는 임금 구조였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므로 임금체계 개선 시 이러한 부분을 반영, 필수적인 수당만 남기고 모두 기본급화해 직무급으로 전환했다. 직무급은 매년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상하고 다시 월급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했다.

성과급은 회사 성과와 부서(팀) 성과를 핵심평가지표(KPI)를 통해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조직평가와 개인의 역량과 업적을 평가해 급여 및 승진, 능력개발에 반영하는 개인평가를 각각 실시해 지급하고 있다. 또 기존의 승진제도를 인사평가 결과와 연계하고 직원들이 본인의 승진여부에 대해 예측,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승진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이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인사평가 등급별로 부여되고, 어학, 상벌, 컴퓨터활용능력, 승진 누락자 가감 등 직원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포인트와 합산된다. 합산 포인트가 최소승진 포인트가 되면 심의 후 최종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평가제도 개선과 비정규직 전환 _ 이스타포트(주)
이스타포트는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자회사로서 현재 6개 국내 공항에서 이스타항공의 체크인, 탑승 수속 등 여객서비스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지상조업업체이다. 이스타포트는 공항 지상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고 근무시간이 불규칙했으며, 감정노동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수시로 신입직원을 채용하다보니 비정규직 지원 비율이 높아졌고 비정규직 차별 문제, 여성 근로자 채용 등에 대한 여러 법률의 제약을 받게 됐다. 적법한 틀 안에서 인력관리를 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일터혁신 컨설팅을 신청했다.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앞서 일터혁신 각 분야별 수준 진단, 근로자 인식 파악, 컨설팅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근로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적관리제도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회사와 경영진, 각 팀의 관리자들에 대한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수치화된 만족도를 확인했다. 각 공항별로 팀 간 만족도에 차이가 있었으며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부적인 원인을 파악했다. 직원 설문조사와 이스타포트의 인력 특성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 고용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바꿔 나가기로 했다.

이스타포트는 설립 당시 모 회사인 이스타항공의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다보니 관리인력에 비해 평가 프로세스가 다소 복잡하고 직원들의 수행 직무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제도보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스타포트의 직무환경과 수행업무에 적합하게 조정한 평가지표를 설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스타포트는 업력이 짧다보니 사전 직무분석이 충분치 않아 우선 직무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채용이나 직무전환 배치를 위한 직무분석을 하기로 했다. 인원 규모가 크고 업무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수행되는 대표 공항(지점) 3곳을 선정해 개인별 직무조사 배포 및 인터뷰를 통해 직무정보를 수정했다. 또한 이스타포트는 직무는 동일하나 수행방법 및 필요 스킬 등이 지점(국내/국제)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각 지점별 담당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1차 직무기술서를 도출하고 관리팀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직무기술서를 작성했다.
직무기술서는 각 직무별 주요 업무 및 세부 활동과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할 요건들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카운터 업무 중 승객 체크인 서비스의 경우 업무목표를 정확한 정보 확인 입력 및 좌석 배정으로 두고 핵심평가지표(KPI)를 '오입력 방지 및 정확도 제고'로 뒀으며, 산식을 발생건수로 해 핵심평가지표 풀pool을 설정했다.
이와 함께 직원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공통 역량이나 관리자를 위한 리더십 역량, 직무역량의 각 항목들을 토대로 역량평가 지표를 만들어 업적평가와 상호보완해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정규직 전환 프로세스도 설계했다. 설계에 앞서 이스타포트의 취업규칙이나 급여명세서, 임금대장 등을 살펴본 결과 특별히 차별적인 내용은 없었다. 다만 1년에 두 차례 지급하는 명절 휴가비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아 규정을 변경, 이제는 동일한 수준의 휴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스타포트는 전체 인력의 50%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환대상 ▲전환방식 ▲전환도구 ▲전환유형 ▲전환 절차 등의 정규직 전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전환 기준은 앞서 설계했던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직원이 다 전환된다는 안일한 태도를 견제하기 위해 6개월 동안 1회의 평가를 받도록 했다.

정규직 전환 후 임금 수준이나 직급 부여 여부를 검토한 결과 무기계약직으로 변경하는 타 회사들과 달리, 별도의 직군이 아닌 이스타포트의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일정 시간 계약직의 형태를 거치면 평가를 통해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정규직으로서 여러 혜택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컨설팅 진행 과정에서 기존 비정규직 직원 중 업무수행 성적이 우수하고 항공서비스 업무에 적합한 직원들을 우선 평가해 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는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지원금을 받아 자부담을 줄였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을 통해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따른 매출액 향상과 이직률 감소, 업무 수행 능력이 검증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인사제도 진단에 따른 노동법규 준수 및 안정적인 인사관리 등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