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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핵심인재관리

공정성이 전제된 경쟁을 중요시 여기는 밀레니얼

2021-02-04

 

 

 

 최혜은 워디랩스 대표 


 

 

사내 정치에 업무 동기가 저하된 A
국내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A는 연봉도, 회사의 복지도, 업무도 비교적 만족하며 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조직 개편과 함께 업무 동기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했다. 얼마 전 팀장님이 조직을 나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게 됐는데, 새로운 대표이사의 선임과 함께 소위 '대표 라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내 외부 인사가 대폭 교체됐다고 했다. 그러나 A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 팀장은 회사에 헌신하며 일했으며 새로 선임된 팀장이 회사에서 추진하는 사업 기획의 방향에 적합한 사람인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이 같은 인사 조치에 환멸을 느끼며 자신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술렁이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몇 개월 사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퇴사하는 직원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보상도 없는데 계속 일해야 할지 고민하는 K
중견 스타트업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K는 업무 분배와 관련해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급여 수준도 같고, 같은 직무를 하는 동료와 비교해 자신이 해내는 일의 양에는 늘 차이가 있었다.  K가 그동안 다루었던 프로젝트는 훨씬 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고, 일의 범위도 넓었다. K는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매우 빠른 편인데,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의 범위가 다른 동료들과는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K의 동기를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의 양보다는 보상이었다. 입사 초기엔 개의치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입 대비 회사로부터 받는 인정의 수준에 불만족이 커졌다. 최근에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주변 지인들의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며 용돈을 벌고 있는데, 문득 차라리 프리랜서로 전향해 일하는 것만큼 버는 삶은 어떨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공정성이 전제된 경쟁을 중요시 여기는 밀레니얼   
이들은 10대에 치열한 입시경쟁을 겪고 20대의 취업 경쟁을 이겨냈으며, 30대에는 회사에서 경쟁한다. 그러나 밀레니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쟁은 공정성을 전제로 한다. ,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불공정을 일삼는 경우나 무임승차자에게 분노한다. 물론 특정 세대를 떠나 대부분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부당하거나, 합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전 세대와의 차이가 있다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사내 정치로 인한 인사이동이나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조직의 생리를 빨리 학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느끼는 방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또한 업무 분배와 보상 수준에 있어 불만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현재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묵묵히 견디며 업무 역량과 평판을 쌓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공정성에 잣대가 높은 밀레니얼 구성원은 목소리를 내는 편이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 환경이라고 여겨질 때는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이는 조직의 시스템 차원에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 단계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분 공정성 VS 절차 공정성
우선 공정성은 배분 공정성과 절차 공정성, 두 가지 방향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배분 공정성이란, 조직 안에서 자원을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평하게 분배했는지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공평한 분배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공헌도에 비례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개인이 생각하는 공헌도와 조직 차원에서 여기는 공헌의 수준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 기준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개인이 공정한 보상에 대한 지각 여부는 자신의 인적 자산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근속연수, 교육 수준, 숙련도, 개인적 노력, 직무 몰입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총체적 인풋Input이 합당하게 보상받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인적 자산 요소를 어떻게 책정하는가에 대한 프로세스와 그 성과 수준에 대한 보상체계의 공정성을 위해 많은 기업이 노력하고 시도하긴 하지만, 사실상 매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이다.

보통 불만족이나 공정성에 대한 이슈 제기는 남과의 비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래서 배분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도입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절대평가'이다. 2021년 상반기부터, 네이버는 기술직군을 대상으로 직원들을 성장 레벨에 따라 5단계로 나누는 '레벨제' 도입을 시도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회사 직급이 '리더' '팀원', 2개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보상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회사에서 나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렵다 등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러한 고민이 레벨 시스템으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된 레벨은 직원 본인만 알 수 있으며, 각 레벨에 할당된 정원(T/O)이 없어서 사실상 절대 평가시스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네이버 직원의 레벨은 상사가 아닌 조직별 전문가 그룹이 평가한다. 해당 시스템에 대한 기술직군 레벨제로 선적용 후, 타 직군으로 확대 검토 및 평가보상 시스템에까지 자연스럽게 재정비한다고 하는데 네이버의 이 같은 시도는 공정성 측면에서 이상적으로 풀어 볼 수 있는 인사제도적 시스템이라, 차후 어떻게 진행될지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같은 절대평가 시스템은 피평가자 목표 달성을 위한 개인 역량 향상에 자연스럽게 포커스를 두게 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평가과정을 '개인을 위한 육성의 과정이자, 성장을 위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 업무 동기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
그러나 '절차 공정성'으로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는 분배의 결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제도나 지표보다, 과정과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즉 분배 결과의 완벽한 공정성의 측정 한계를, 분배 과정의 공정성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드백 과정으로 인한 불공정성 해소를 위해서는 평가자가 피평가자에게 지속적이고 빈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만약 평가의 과정에 있어서, 아무런 피드백 없이 피드백의 결과에 낮은 등급이 매겨진다면 피평가자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수시로 보완할 점을 알려주지만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것을 상호 확인했다면 피평가자는 낮은 평가를 자연스럽게 예상하게 되고, 불공정성에 대한 반발이 낮아질 수 있다.

피드백 과정은 평가자와 피평가자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확장해 볼 수 있다. 인사발령이나, 인사제도 등 각종 변화에 있어 이를 기획하거나 준비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철저한 준비와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결과로 인지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소통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은 아니겠지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종의 '사인'을 주고 심리적으로 준비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동료평가의 확대이다. 직속 상사나 차상위자 평가보다 함께 일하는 팀이나 밀접한 연관 팀 동료 의견에 대한 신뢰 지수를 포함하는 것인데, 이미 많은 기업이 동료평가를 시행하고 채택하고 있다. 다만 동료평가가 공정성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평가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료평가는 자칫 상사의 평가권을 침해하거나, 서로를 감시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공정한 평가를 위한 보완적 기제라는 인식을 제도 도입 전에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도 동료 평가의 목적, 결과 활용, 평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 교육이 필수적이다. 동료의 장-단점을 구체적인 상황(에피소드)과 함께 기술하거나, 정서적 요소들을 반영해 다각적으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분배적이든, 절차적이든 '신뢰' '투명한 소통'은 공정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요건이다. 상호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는 그 어떤 좋은 제도와 프로세스를 도입하더라도, '의도' 자체를 의심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노력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한 일방적이거나 권위적인 것이 아닌 조직과 구성원의 공정성과 평가, 보상에 대한 생각과 ''을 충분히 이해하고 보완하기 위한 투명한 '소통 과정'도 필수적이다.


절차적 공정성이 우선시 되어야
조직 차원에서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에 있어서, 분배적 공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순서상으로 본다면 절차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절차적으로 공정성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 조직문화의 건강성에 따라 넘어야 하는 크고 작은 산이 있겠지만, 이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고 시도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함을 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성'이 높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 '옳은' 것이다. 또한 공정은 '분배', '성장'이냐의 프레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성장 중심 프레임에 갇히다 보면, 높은 공정성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성장의 브레이크의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공정성은 성장을 위한 일종의 '조건'이며, 정당한 경쟁과 지속적 성장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낸다. , 조직 차원에서 공정성에 대한 기준을 재 디자인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마음 편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그것이 잘 셋팅 됐을 때 미래 성장 동력이 탄탄하게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