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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활용 사례
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활용 사례
정은혜 HR Insight 기자 한 조직 내 부서 간 협업도 쉽지 않은데 민간과 관공서의 협업은 어떨까? 복지거버넌스도 어려운 협업의 길을 더디게 가고 있었다. 복지거버넌스는 복지 분야 종사자 처우 개선 등 몇 가지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며 잘 진행되는 듯했지만 민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거버넌스가 존재하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 서울시나 민간이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정체성이나 목표, 각자의 역할이 모호한 상태로 좌충우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6년 가을, 퍼실리테이션의 개념과 효과를 잘 알고 있는 담당 주무관의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요청이 들어왔다.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한 새로운 발견워크숍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2014년 이후 3년의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복지거버넌스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돌아온 길을 구체적으로 회고해 보니 초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음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한 자리에 모인 50여 명의 구성원들과 성과를 공유하자 그간의 노력과 열정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워크숍의 두 번째 성과는 복지거버넌스의 미션과 비전을 수립한 것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미션은 이미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유가 있어서 설립된 것이고 그 이유가 곧 미션이기 때문이다. 다만 잘 공유돼 있지 않아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본 워크숍에서는 설립 당시로 돌아가 복지거버넌스가 만들어진 배경과 취지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도 함께, 일도 함께, 나눔도 함께'라는 비전 슬로건까지 만들어 냈다. 세 번째 성과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역할분담 논의를 긍정적인 톤으로 했다는 점일 것이다. 종종 민간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고 공무원은 민간의 '민원'을 두려워하며 서로 적대시하곤 한다. 워크숍에서는 이 점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제안했고 이를 수용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흐뭇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가장 큰 성과는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었던 협의체의 활동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점이다. 복지거버넌스는 10개 분과로 구성돼 있는데, 사령탑 차원에서 갈 길을 명확하게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과별 모임 또한 추진력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해 각 분과 별 대표자와 실무자가 서울시의 협치 방침과 복지거버넌스의 미션과 비전을 이해하고 나니, '아, 우리 분과는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리하여 본 워크숍의 결과를 각 분과 대표들이 분과로 돌아가 연말까지 공유하고 2017년 활동계획을 수립하게 됐으며, 실제로 2017년 많은 분과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게 됐다. 체계적이지 않은 난상토의로 시간은 흘렀으나 결론이 잘 도출되지 않거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음 모임에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참석자들을 지치게 하는 많은 회의체를 볼 수 있다. 본 서울복지거버넌스 워크숍은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잘 설계된 토의 과정을 통해 참석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고 실천력을 높였던 다양한 사례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라는 상징성 높은 지자체의 이러한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조직의 재창조'의 저자 프레데릭 라루는 그의 책에서 바야흐로 참여를 넘어 자율 통치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보여줬다. 그러한 자율 통치의 시대로 이행하는 데 있어 퍼실리테이션이 매우 유용하고 필수적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전직 국어교사였으며, 2013년 전문상담교사로 전직(轉職)해 현재는 중학교의 위클래스 업무로 개인 및 집단상담과 학부모, 교사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업무는 교과를 담당하던 때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1인 기업을 하는 것처럼 무척 바쁘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무척 행복하다.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배우기 전에는 국어와 문학교과를 가르칠 때 한 번도 모둠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진도 나가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일방적인 수업만 진행했으며 아주 단호한 태도로 "내가 다 알려줄게, 나만 봐~"라는 식으로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모둠 작업 시에는 집단이 몰려 떠들까봐 전전긍긍했지, 그들에게 집단지성의 힘을 통한 문제해결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facilitator ! facilitation ! 참 놀랍고 매력적인 세계2010년 양성에서 학습하는 내내, 과정을 이수하는 내내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 인생은 퍼실리테이션 입문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퍼실리테이션의 철학과 태도를 통해 인간관이 달라졌다. <뇌가 공사중>이라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다는 무서운(?) 청소년기의 절정인 중학생을 만나지만 필자는 그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는다. 4계절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각각 다르듯이 봄이라고 재촉하며 꽃을 피우라 강요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과 설렘으로 질문하고 경청해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안내하는 촉진자의 역할이 교사의 역할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 이후 모둠별로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업의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단계를 고려한다. 수업 종치면 시작해서 다시 종이 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일방적으로 막힘없이 쭉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가 <시작이 반>이라고 오프닝을 통해 흥미를 유발해 집중시키는 것, 교사와 안전한 라포형성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 Facilitation 5 steps -1. 아이스브레이크를 통한 Powerful opening2. Idea Gathering3. Top Workshop Method 아이디어 체계화4. Decision Making5. Reflective Closing 교사는 퍼실리테이터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생중심의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관점을 점검하려는 교사의 노력과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Bruner는 '지식의 구조에 대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격려해야 한다'라면서 교사의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 분야에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참여자가 직접 고민하고 토론함으로써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션의 도구와 기술, 철학을 수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다양한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실 내에서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습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의 러닝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 G권역은 2010년 7개 마을을 중심으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해 5년간 약 70억이 투입된 곳이다. 주민들의 열정으로 초기에는 그런대로 사업이 추진되는 듯했으나 사업 계획에 대한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의 부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들이 확대된 상황에서 이를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해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기본계획 수립시 권역 주민들의 의사개진과 결정에 대한 합의가 결여된 결과로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마을별 이기주의가 발생하는 등 추진동력이 저하되고 추진위원회의 의결기구마저 기능이 상실됐다. 거기에다 권역 추진위원장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주민참여라는 상향식 사업추진을 어렵게 했으며 결국 마을별 나눠먹기식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주민들은 권역사업을 단순한 마을별 사업의 합으로 치부해 지나친 이기심과 불만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급기야 마을별 사업 포기라는 극단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주관기관인 농어촌공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워크숍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퍼실리테이션 워크숍(현장포럼) 목표 및 추진 내용농어촌공사 담당과장의 권역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에 더해 퍼실리테이션으로 권역을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상호 확인하고 워크숍 계획설계에 착수했다. 맞춤형 퍼실리테이션을 위해 권역을 더 이해할 필요성이 생겨 권역사업 관련자들과 사전 협의를 제안했고 거기에서 워크숍에서 다룰 중점토의 사항들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주제들의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외부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 설계 시에 반영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발견했다. 사전미팅에서 파악한 시사점과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다양한 기법과 내용을 토대로 활발한 토의와 합의적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계속됐다. 결론을 맺기까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이 재구성되고 전략체계가 재설계되는 등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자 주민들은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동안 쌓였던 갈등해결이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위원장의 독선과 카리스마로 모두가 문제점에 대한 의견개진을 회피하고 종이에 쓰는 것조차 꺼려했다. 기존의 기법으로는 더 이상 워크숍 진행이 어렵게 되자 미리 준비하고 개발했던 도구(판도라 상자)를 적용했다. 의견사항을 포스트잇에 기록해 판도라 상자에 넣고 이를 누가 작성 했는지 알 수 없도록 디지털화했다. 그 기법에 의해 참여자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집계해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위원들의 의견개진도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이제 문제점들은 확실히 개선됐다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남은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토의의 방향은 그쪽으로 흘러갔다. 조직개편에 대한 사안이 수면 위로 올랐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많은 논의 끝에 조직재정비와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당연히 권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조성된 상태라 진지하게 토의가 이뤄지고 결론들이 도출됐다. 워크숍에서 도출된 분야별 과제는 각 위원 책임 하에 추진하고 전체 회의에서 논의하는 체계도 만들었다. 많은 과제들이 토의되고 결정 이후에 추진됐다. 이와 같은 역량을 기반으로 현재는 보다 다양한 사업을 확대해 마을출자 협동조합에 의한 공동판매장 운영 등으로 연 매출 2억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도 창출하고 있다. KT의 '1등 워크숍'은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KT를 대표하는 워크숍이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KT 1등 워크숍에는 지금까지 총 3만5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2400여 개의 의제를 토론하고, 이때 결정된 내용 중 70% 이상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실제로 KT가 지난 4년간 1등 워크숍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매출 기여 측면에서 그룹사, 부서, 전사 워크숍을 통해 약 3879억 원에 해당하는 성과를 냈다. 비용적 부분을 측정하면 워크숍에서 도출된 문제 해결책으로 절감한 비용이 1200억 원이 넘는다. 소통-협업-임파워먼트의 시작 '1등 워크숍'KT는 2013년,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의 하향세만큼 조직문화도 침체되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 이때 새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은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권한 위임)'를 강조했고 임원에서부터 아젠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랜 논의 끝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모든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여기에서부터 1등 워크숍이 시작됐다. 1등 워크숍은 직원들이 모여서 회사 내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 등을 위해 끝장토론을 펼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때에는 직급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등 워크숍의 힘은 무엇보다 그 실행력에 있다. 결과가 도출된다고 해도 실행이 없다면 그 과정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1등 워크숍에서는 현장에 함께 한 임원이 그 자리에서 실행여부를 결정해주니 실행까지 지체할 이유가 없다. 최근 조직에서는 사일로silo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1등 워크숍은 특정 주제에 대해 관련 팀은 물론 그룹사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부서간의 벽을 허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 예로 KT는 오래된 난제였던 '콜센터 권한 위임' 관련 논의를 초기 1등 워크숍에서 해결했다. 관련자가 모두 모여 해결 방안을 찾은 뒤 실제 이행이 되는지 점검했다. 1~2년이 지나고 나니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 중에서 불만과 항의로 분류되는 '네거티브Negative VOC'가 매년 50%씩 감소했다. 2017년의 네거티브 VOC는 2014년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평가도 당연히 올라갔다. 순위는 동종 업계 내 2, 3등에서 대부분 1등으로 뛰어올랐고, 딱 한 분야에서만 2등이 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1등 워크숍의 숨은 공신, 퍼실리테이터1등 워크숍이 KT 내부에서 '혁신의 도구'로 자리 잡게 된 데는 퍼실리테이터의 공이 단연 크다. 이들은 끝장토론의 진행자처럼 워크숍 진행을 맡는다. 그룹 내 각 조직에서 지원 및 추천을 통해 선발된 퍼실리테이터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회의를 이끌어 나간다. 업무 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회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워크숍 진행자로 느끼는 뿌듯함이 크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 KT 안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꼭 1등 워크숍에서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1등 워크숍과 같은 문제 해결 워크숍 뿐 아니라 성과창출, 아이디어 발굴,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되고 이때에도 퍼실리테이터들이 나서게 된다. [주] —————1) '내일을 여는 길목에 서다'는 서울시 복지정책과에서 기안한 위 사례 워크숍의 제목임2) 이 내용은 지난 11월 10일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KT사례를 바탕으로 취재-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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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을 통해 살펴보는 기업 인재관리 전략
한국 양궁을 통해 살펴보는 기업 인재관리 전략 이현아 HR Insight 기자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최고가 된 뒤에는 대한양궁협회의 적극적인 인재관리 노력이 있었다. 인재 양성을 위해 맞춤형 코치를 양성하고 급변하는 세계 양궁 환경에 맞춰 국가대표 선발방식 및 훈련방식을 발 빠르게 바꿨다. 실력에 기반해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고 평가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 양궁이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코치 양성교육에 의무교육과정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양궁에도 맞춤형 코치 양성 과정이 있다. 양궁에 이러한 코치 양성 과정이 도입된 것은 연속성 있는 교육을 통해 혼란 없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실업팀으로 옮길 때마다 코치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인재양성 과정을 일원화하기 전에는 각각의 코치에게서 각기 다른 코칭 방법으로 기술을 전수받아 보니 선수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대한양궁협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우리나라 코치들에게 무상으로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양궁 지도자 연수' 과정을 마련했다. 이 연수 과정은 1급, 2급, 3급으로 나눠지며 연수에 참여한 코치들에게는 각 급수별로 초등-중-고등-실업팀 선수-국가대표 선수에게 가르쳐야 하는 필수 훈련 요소를 가르친다. 이를테면 3급 과정에서는 초등학생 양궁선수들이 배워야 할 기초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2급 과정에서는 중-고등학교 양궁선수들이 배워야 할 기술적인 부분을 알려주고, 1급 과정에서는 기술적 완성, 장비 관리 방법, 선수 심리 등 심화과정을 가르쳐 국가대표 선수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급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수는 1년에 2~3회 가량 진행되며 연수에 참여한 코치들은 일정 연차가 되면 상위 급수의 강의를 수료할 자격이 생기게 된다. 연수에서는 기술적인 부분과 실습뿐만 아니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 이를테면 선수가 경기장에서 긴장해서 활을 잘 못 쏠 때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등의 주제로 분과토의를 실시, 리포트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서는 외부 체육기관 연구원, 체육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을 평가해 우수 팀을 선정한다. 또한 급수와 상관없이 상위 등급이나 하위 등급 강의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도록 해 하위 등급에서 배우는 기초적인 부분을 되새기고 싶은 코치나 궁금증이나 동기 부여를 위해 상위등급 연수를 듣고자 하는 코치들이 교육을 청강할 수 있도록 했다. 급변하는 세계 양궁 환경변화하는 기업 환경만큼이나 세계 양궁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양궁 종목에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을 시작으로 양궁 경기방식은 큰 부분이 8번, 작은 부분이 4번 바뀌었다. 올림픽이 4년에 한 번 개최되고 우리나라가 총 9번 올림픽에 출전한 점을 감안하면 매 대회마다 1가지 이상의 경기방식이 바뀐 것이다.가장 큰 변화는 선수가 대회에서 쏘는 화살의 발수다. 초창기 출전한 대회에서는 288발을 쐈다면 어느 순간 144발로 줄고, 그 다음 번에는 24발로, 나중에는 12발까지 줄었다. 쏘는 화살수가 줄어들면 훈련하기 편해질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288발을 쏠 때는 선수가 컨디션, 바람, 날씨 등의 흐름에 따라 활을 쏠 수 있고 실력만 갖춘다면 그 흐름 속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었기에 혹시 5~6번 정도 사소한 실수를 해도 승패에 큰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12발로 활수가 줄어들면 단 한 발의 실수가 승패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만회할 길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집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최근에 또 한 번 크게 경기방식이 바뀌었다. '세트제' 경기방식이 도입돼 3발씩 5세트를 쏘고 있다. 선수가 얼마나 잘 쐈는지 상관없이 상대 선수보다 잘 쏴서 이기면 2점, 지면 0점을 받는 거다. 연장전의 경우 한 발만 쏴서 승패를 겨루고 정중앙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꽂힌 선수가 이기도록 경기 방식을 바꿨다. 안정된 실력을 바탕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왔던 우리나라 양궁이었기에 실력 이외에 '운'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돼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세트제 경기방식은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경기방식이 막 세트제로 바뀐 직후 치렀던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한국 여자양궁 2관왕의 맥이 끊길지도 모르겠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방식의 변화이렇게 급변하는 세계 양궁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양궁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로 살아남은 것은 바뀐 경기방식에 맞는 인재의 요건을 빠르게 확립하고 이에 발맞춘 인재선정 방식을 적시에 도입한 덕분이었다.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한국 양궁이 필요로 하는 선수의 역량도 달라졌다. 288발의 화살을 쏠 때는 각 거리마다 흐름을 타면서 안정되게 쏘는 선수가 필요했다면 세트제 경기방식에서는 활을 쏠 때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고 활을 내려놓은 후에는 빠르게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활을 제대로 쏠 수 없고 빠르게 몸을 이완시키지 않으면 경기 내내 피로가 쌓여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훈련 과정도 전부 바꿨다. 특정 선수와 대결을 해 이기는 방식으로 올림픽 경기 방식이 바뀌었으므로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긴 선수가 몇 점으로 상대 선수를 이겼는지까지 세밀하게 계산해 선발에 반영토록 했다. A선수는 B선수에 강하고 C선수에 약할 수 있으니 어느 선수와 만나든 기복 없이 잘 쏘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리그전도 실시하고 있다. 동점이 나오면 연장전을 치러 마지막 한 발로 승패가 결정되므로 누가 한 발 승부에 강한지도 확인한다. 즉, 종합기록 평가, 토너먼트 평가, 최종 10명 대상 리그전 평가, 한 발 평가의 총 4단계를 거쳐 선발전을 치르는 것이다. 국가대표 훈련방식의 변화평가방식 뿐만 아니라 훈련방식도 유기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경기방식이 1가지 바뀌면 훈련방식은 30여 가지가 바뀐다. 288발의 화살을 쏠 때와 3발의 화살을 쏠 때 선수들이 갖춰야 할 체력조건, 심리적 요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체력훈련, 멘탈 관리, 경기 운영능력 유지를 위한 훈련들이 전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치들은 선수들의 훈련을 보거나 다른 코치, 선수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훈련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태릉선수촌 내에 있는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면 연구원에서는 새로운 훈련과정을 수행할 때 움직이는 근육, 몸의 중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기계로 측정해 해당 훈련이 원하는 부분의 근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는지 확인한다. 멘탈 훈련과 관련해서는 뇌파측정을 해 과학적 근거가 있는 훈련인지에 대해 검토한 후 효과가 입증되면 훈련과정에 도입한다. 이러한 훈련과정의 변화는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바뀐 경기방식이 불과 올림픽 개최 1~2년 전 공지되기 때문에 공지된 후부터 바뀐 경기방식에 맞춰 훈련하면 타국 선수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에 동행하는 양궁 코치,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들은 타국 코치들과의 대화, 경기방식 결정에 일정 부분 권한을 가진 다음 올림픽 개최지 관계자들의 발언 등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변화할 경기방식을 추론하고 이를 시시각각 훈련 방식에 반영한다. 공정한 인재 선정과 평가 얼마 전 세계양궁연맹은 '디펜딩 챔피언인 기보배 선수와 김윤희 선수가 한국 국가대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연맹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리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디펜딩 챔피언'은 전년도 우승자,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를 의미한다. 실제로 기보배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2관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딴 명실 공히 한국 양궁 여제이고, 김윤희 선수 또한 지난 2015년 코펜하겐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 컴파운드 부문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다. 기보배 선수는 이번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명을 뽑는 1차와 4명을 뽑는 2차 예선을 통과했으나 4명 중 3명을 뽑는 최종 관문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계 활을 쏘는 컴파운드 부문에 참가한 김윤희 역시 4위를 기록해 3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세계는 두 양궁 여제의 탈락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한국 양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또한 올림픽 보다 치열한 한국 양궁의 내부경쟁과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양궁협회는 한국 양궁이 추구해야 할 최대 가치를 '공정성'과 '투명한 경쟁'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내 대회를 대내외로 오픈하고 선발전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은 양궁 국가대표 선발방식에 잘 드러나 있다. 양궁 선수 랭킹은 1년 동안 총 10번의 국내대회를 치러 가장 활을 잘 쏜 기록에 의해 결정된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 랭킹의 120등 안에 들어야 한다. 랭킹에 따라 선정된 남녀 양궁 선수들은 앞서 말했듯 48강, 32강, 24강, 16강, 12강, 8강, 4강, 3강까지의 치열한 선발전 대결을 통해 국가대표로 선정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점수가 누적돼는 방식으로 하면 소위 말하는 '짬짜미'가 이뤄질 수 있다. 초반 경기에서 1등을 많이 한 선수는 후반부에는 선발전 1~2번쯤 참여하지 않아도 국가대표로 선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이 선수는 리그전에서 특정 선수에게는 져 주고, 토너먼트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는 식으로 아래 등수 선수들의 선발에 부적절하게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양궁은 매 경기마다 점수를 초기화한다. 48강에서 32강으로 올라가면 48강 선발 때 쌓아놓은 점수는 사라진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누적 점수가 없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매 경기마다 합류해 있어야 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자기관리가 잘 되지 않거나 순간의 기복이 있어 실수하게 되면 순식간에 탈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고 매 경기마다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이에 더해 경기가 끝나면 바로 점수를 발표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기준과 평가과정을 공개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다음번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도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고 다짐할 뿐 조직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는 것이다. 선발된 선수들 또한 투명한 과정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 한국 양궁이 HR에 주는 시사점지금까지 한국 양궁의 인재 육성, 교육 방식, 평과 평가 등 한국 양궁의 인재관리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한국 양궁의 인재관리 전략이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해 보겠다. 먼저, 조직구성원들에게 효과적이고 일원화된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사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 교육이 일회성, 단발성 교육에 그치고 있고 강사를 초빙해 실시하는 교육의 경우, 강의안 공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떤 분기에, 어떤 교육이 실시됐는지조차 조직 내에서 공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역량에 맞는 교육을 받기도, 교육을 통해 얻은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렵다. 이제는 한국 양궁에서 코치를 양성하듯 기업에서도 인사담당자간의 원활한 정보교류, 방향성 갖춘 교육 체계 완성을 통해 조직구성원들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가진 부동산과 유형자산이 아니라 기업의 지적능력과 이를 이끌어 내는 인적자원에 있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 양궁처럼 변화한 환경에 최적화된 인재상을 찾고 이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교육 방법을 고안해낼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인재를 찾고 육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평가를 얼마나 공정하게 하는가이다. 멀리, 길게 가는 조직이 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 모두가 납득하고 신뢰할 만한 공정한 평가기준과 이 평가기준을 실행하는 조직의 명확한 대처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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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조직은 괜찮을까 _ 효과적인 조직진단의 선택
윤훈상 머서코리아 인사조직 자문부문 전무 작년 봄, 2016년 3월.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보드게임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고,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가장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대표 이세돌을 꺾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로 믿기 힘들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큰 변화가 바로 눈앞에 닥쳐왔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때마침 클라우스 슈밥이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3차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고 주창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른 환경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지금의 변화 속도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앞으로 더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농단, 탄핵정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우리의 현재에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최근의 1년여를 돌아보면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의 물결 위에서 우리는 서 있고, 어지러움을 느끼고 나아갈 방향을 놓칠 것만 같다. 무엇이 직원의 몰입을 이끄나필자는 여러 CEO, 경영진들과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근 비슷한 이슈가 자주 언급되는 것을 느끼게 됐다. 바로 이렇게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우리 회사는 앞으로 괜찮을 것인지 ▲우리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경영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들 같은 생각을 갖고 한 방향으로 함께 하는 것인지 등의 걱정과 의문이 한시도 머릿속을 떠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도 계속 옛날 방식으로 아침 출근시간과 근태 챙기고, 하나하나 업무지시를 해야만 일을 하고, 습관성 야근이 매일 반복되는 회사의 조직 분위기를 이제는 정말 바꾸고 싶다고 한다. 미국 회사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곳의 직원들은 정말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일하고, 매우 능동적인 모습으로 자기 관리를 하며 전문성 있게 일하는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너무나 부럽다는 얘기도 덧붙인다.이러한 대화는 결국 흐름이 전문성, 직무중심, 기업문화 등등으로 가지에 가지를 펼쳐나가게 되는데, 일단 이번 기고에서 잠시 생각할 부분은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직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되는 경지에 도달하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CEO가 애타게 찾는 그런 회사의 모습 아닐까? 비단, 이러한 갈구는 최근에 들어서야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오래 전 많은 기업들의 사훈이나 핵심가치에 자주 등장하던 '주인정신'이라는 단어는 이미 예전부터 이러한 마음가짐을 직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최근에 사용하는 단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이렇게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회사가 성공하도록 돕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상태를 몰입(Engagement)의 단계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직원 몰입' 또는 '조직 몰입'이라는 용어가 같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지가 조직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희망하는 궁극의 도달점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우리 구성원의 조직 몰입도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매우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수준과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함께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직원 몰입도를 조사하라우리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어느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직원의 몰입 수준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나 임원이 직원들에게 '지금 회사에 만족하고 잘 다니고 있나?'라고 직접 이야기를 꺼낸다면, 아마도 매우 긍정적인 답변 일색으로만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런 접근으로 구성원의 몰입도를 판단한다면, 이것은 직원의 솔직한 답변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전체 조직을 대표하기 어려운 일부의 반응이라는 점이 직원 몰입도를 조사했다고 보기 어렵겠다.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직원만족도 조사' '조직 진단' '직원의식 조사'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설문조사가 현황 진단의 도구로 많이 사용됐다. 설문은 응답자에게 익명성을 확보해주면서, 동시에 많은 응답자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직원 몰입도 조사(Engagement Survey)'라는 설문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직원들이 회사에 어느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겠다. 많은 경영자들이 원하는 '몰입'의 경지에 다다르려면, 먼저 직원 몰입도 조사를 통해서 현재가 어떤 수준인지 잘 알고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첫 단추일 것이다.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고려사항유사한 설문방식의 조직진단 방법론은 이미 여러 컨설팅 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단을 하는 것이 목적하는 직원 몰입도를 잘 측정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고려 사항을 함께 얘기해 보겠다. 설문 구조가 균형적인지 파악하라첫 번째로 진단의 프레임이 될 설문 구조가 한 회사의 조직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균형적으로 설계되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구조적인 틀 없이, 단순히 많은 문항의 병렬적인 나열은 조사 뒤 분석단계에서 충분한 시사점을 뽑아내기가 어렵다. 또한 특정 영역에만 많은 문항이 전개되거나 질문의 깊이가 고르지 못한 불균형을 나타낸다면 이 또한 통합적인 관점을 갖고 조직과 구성원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조직진단 차원에서 직원 몰입도를 조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구조의 모델에 바탕을 둔 설문 진단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진단보고서를 미리 살펴라두 번째로 설문을 통한 직원몰입도 조사가 실시된 후에, 결과물로 제공되는 진단보고서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미리 살펴본다면 좋을 것이다. 최근에 요청을 받고 방문 미팅을 해 보면, 의외로 많은 고객들이 내부 TF팀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진단을 해봤는데,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하거나, 또는 외부업체를 통해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반복적인 그래프에 많은 숫자의 나열만 있을 뿐,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접하게 된다.설문이라는 조사방식 자체가 많은 표본을 통계 처리하고 결과 값으로 그만큼의 숫자를 뽑아내게 되겠지만, 이런 숫자나 수치적 변화 자체에 너무 매몰되면 곤란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갖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서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부분이다. 전년도 대비 수치의 변화가 올랐으면 기뻐하고, 내려가면 슬퍼하는 표면적인 이해보다는 그 원인을 해석하고 숫자 뒤에 숨은 의미를 풀어보는 것이 회사와 구성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특히, 최근에는 설문 시스템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구성까지 되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충분한 해석이 부족할 수 있다. 한 가지라도 좋은 시사점을 담은 고품질의 진단보고서는 진단을 실시하는 기관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담당하는 컨설턴트가 얼마나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좌우되는 면이 적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할 것인가 고민하라세 번째는 요새 많은 기술의 발달이 이뤄져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문 진단을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근 10년이 넘게 개인PC를 사용한 설문 조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이를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 최근에는 스마트 폰의 높은 보급률과 젊은 계층의 친숙함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 설문조사도 확산되고 있다. 또 한편 재미난 현상 중에 하나는 이러한 설문템플릿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익명성'을 제공해 주는 것인데, 오히려 최신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종이 설문을 진행하고 밀봉 제출하는 것에 더 안심하는 모습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어느 방식 하나가 정답은 아니지만, 설문 진단의 대상이 되는 구성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합한 방식의 템플릿을 사용한다면 보다 많은 응답률과 진솔한 의견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세 가지 측면이 잘 갖춰져 있다고 판단되면, 어느 정도 안정된 직원몰입도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겠다. 설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많은 구성원이 갖고 있는 생각, 조직에 대한 몰입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조직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한 가지 덧붙여 본다면, 설문이라는 진단 방법 역시도 많은 장점 뒤에 몇 가지 한계가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도구를 병행한다면 보다 효과성 높은 진단이 될 것이다. 인터뷰를 통한 진단이 주는 효과성설문은 응답자 개인이 화면 또는 지면을 통해 단독적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기술적인 문항 구성으로 불성실 응답을 표본에서 걸러내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설문이라는 도구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구성원 전체의 일부라 할지라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특히나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정리하고, 설문 진단의 결과와 함께 연계 분석을 해보면, 보다 많은 내용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구조적으로 잘 짜인 설문과 자유롭게 생각을 표출할 기회를 주는 인터뷰는 매우 좋은 궁합의 조사 방법이다.인터뷰 진단은 현장의 구성원들에게 직접 다가가 목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꼼꼼한 사전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세션에 참여하는 대상 직원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에서부터 몇 차례나 실시할 것인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나 인터뷰를 실시할 때에 많은 수의 직원들을 일일이 한 명씩 만나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지만 그룹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룹 인터뷰를 할 때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먼저 인터뷰 세션에 참여하는 대상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첫 번째이다. 여러 명이 함께 발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구성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팀장과 팀원을 함께 모아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팀원은 거의 발언하지 못하는 소극적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그 다음으로 인터뷰 실시를 요식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진단 도구로 추후 분석까지 고려한다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그룹의 표본이 회사의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을 진행해서는 대표성을 담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목소리를 청취했다고 판단되는 인터뷰 세션을 구성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바로 인터뷰 세션을 몇 번이나 진행해야 할 것인지가 결정될 사항이다.이외에도 몇 가지 요건들이 있는데, 일단은 효과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말 능숙하고 경험 있는 진행자가 필요하다. 그룹 인터뷰의 특성상 아무리 발언 기회를 줘도, 서로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진행자는 참석 대상자들이 편안히 많은 발언을 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잘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인터뷰 시작 전에 발언 내용에 대해 비밀유지 처리를 해준다는 것을 인지시켜 준다면, 보다 인터뷰 진단 목적을 달성하기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인터뷰 진행자는 내부보다는 외부 전문가가 맡아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고, 게다가 내부 담당자도 해당 인터뷰 세션에 배석하지 않는 센스를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인터뷰 진행에 도움이 되겠다. 경영자가 지향하는 회사 모습의 이상향, 직원들이 회사 일에 나의 일처럼 몰입하는 경지, 이러한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많은 노력과 액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지만, 그러한 변화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직원들의 몰입도 수준이 어떤 정도이고, 어느 부분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직몰입도 조사를 효과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은 몰입도 제고라는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출발 준비가 되겠다. 이번 기고에서는 효과적인 직원 몰입도 조사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봤는데, 다음 호에서는 직원 몰입도 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최근의 트렌드, 시사점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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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4곳, 면접 시 개인적인 질문한다
기업 10곳 중 4곳은 면접 시 개인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www.saramin.co.kr)이 기업 528개사를 대상으로 ‘면접 시 개인사 질문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41.7%가 ‘질문한다’라고 답했다.주로 물어보는 개인적인 질문으로는 ‘거주지역’(67.7%,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최종 합격 시 거주 지역에 따른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는 ‘가족관계’(57.3%), ‘건강상태’(55%), ‘연애 및 결혼 여부’(36.8%), ‘취미’(35%), ‘흡연 여부’(35%), ‘가족의 신상’(17.3%), ‘종교’(16.8%), ‘자녀 계획’(6.8%), ‘개인적 인맥’(5.9%) 등이 있었다. 이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로는 ‘입사 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61.4%,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실제 인성을 파악할 수 있어서’(40.9%), ‘평소 모습을 알기 위해서’(38.2%), ‘업무에 필요한 질문이라서’(30%), ‘조직 적응력을 파악하기 위해서’(28.2%), ‘편안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20.9%), ‘업무 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어서’(14.1%), ‘돌발질문에 대한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6.8%) 등을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인적인 질문은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평균 29% 정도의 비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건강상태’(3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거주지역’(26.6%), ‘가족관계’(9.2%), ‘연애 및 결혼 여부’(7.7%), ‘개인적 인맥’(4.3%), ‘흡연 여부’(3.9%), ‘가족의 신상’(2.9%) 등의 순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평가에 불이익을 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5%나 됐다. 언제 불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46.8%,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은 ‘조직적응력이 떨어질 것 같을 때’(45.5%), ‘회사의 가치관에 맞지 않을 때’(29.9%), ‘결격기준에 해당할 때’(22.1%), ‘답변을 건성으로 할 때’(22.1%), ‘거짓으로 답변한 것 같을 때’(20.8%) 등의 순서로 답했다. 한편, 전체 기업(528개사)중 79.2%는 개인적인 질문으로 인해 구직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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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평가 1순위, 자소서 ‘직무관련 경험’-면접 ‘성실함’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할까?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기업 인사담당자 353명을 대상으로 ‘2018년 상반기 신입 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기소개서에서는 ‘직무관련 경험’(78.5%, 복수응답), 면접에서는 ‘성실함과 책임감’(71.4%, 복수응답)을 각각 중점평가 항목 1순위로 꼽았다.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직무관련 경험 다음으로 ‘성격 및 장단점’(49.9%)과 ‘입사 후 포부’(42.5%)가 비슷한 응답률로 뒤를 이었다. 계속해서 ‘생활신조 및 가치관’(40.5%), ‘목표 달성 경험’(29.5%), ‘실패 및 위기 극복 경험’(23.2%), ‘성장과정’(12.5%), ‘오타 등 맞춤법’(10.5%)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면접에서는 성실성과 책임감 다음으로 ‘직무수행능력’(62.6%), ‘입사 의지 및 열정’(43.1%), ‘조직융화력’(36%), ‘가치관 및 성향’(17.3%), ‘커뮤니케이션 능력’(17%), ‘실행력 및 도전정신’(15.3%), ‘전공지식’(14.7%) 등의 순으로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상반기 신입 채용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전형은 절반 이상인 53.5%가 ‘실무 면접전형’이라고 답했다. 이어 ‘임원 면접전형’(20.1%), ‘서류전형’(15%), ‘인적성전형’(11%) 등의 순이었다.그렇다면, 기업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어떻게 진행할까?채용 전형은 평균 2.2단계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 단계를 기업형태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3.2단계, ‘중견기업’은 2.9단계, ‘중소기업’은 2.1단계로 집계되었다.면접전형의 단계 역시 기업형태별로 차이가 있었다. ‘대기업’은 2.1단계, ‘중견기업’은 2.1단계, ‘중소기업’은 1.7단계로 조사되었다.올 상반기 신입 채용에 실시 예정인 면접유형은 ‘질의응답면접’(94.3%, 복수응답)이 단연 많았다. 다음으로는 ‘실무수행면접’(11.9%), ‘PT면접’(4.5%), ‘토론면접’(4%), ‘영어 등 외국어면접’(3.4%) 등이 있었다.면접의 형태를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다대다 면접’(각각 46.2%, 37.9%)을 가장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일대일 면접’(51.1%)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한편, 인사담당자는 올해 상반기 신입 채용을 아우르는 특징으로 ‘직무적합성 평가 강화’(33.1%)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실무 강조’(20.1%), ‘역량평가 강화’(14.7%), ‘인성평가 강화’(10.8%) 등의 순서였으며,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던 ‘블라인드 채용 전형 도입’은 1.7%에 그쳤다.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기업 인사담당자가 직무관련 경험과 성실함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실제 업무에 투입될 때 빠르게 적응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라며, “기업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채용 전형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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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회사 VS 머물고 싶은 회사
IT 인력에게 매력 있는 직장이란?떠나고 싶은 회사 VS 머물고 싶은 회사 호웅기 영림원소프트랩 경영시스템연구소장 / 경영학 박사 인재채용과 인재유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따져보자. 채용을 하기 위해서는 공고를 하고 선발을 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에 적합한(할 것 같은) 인력을 채용하게 되며 채용된 인력은 직무교육, 직무체험, 조직문화 체험 등을 통해 그 회사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헌데, 통상 신입직원이 한 회사에 적응해 능력을 발휘하게 될 때까지 최소 1~3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신입직원이 입사 3년 시점에서 타사로 이직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접교육비뿐만 아니라 조직(선배, 동료 등)의 노력, 업무단절, 업무이관, 조직사기 저하, 후임 채용비용, 다른 인력을 못 뽑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 손실은 채용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에 더해, 그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한다면 그 손실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의 악몽이 된다.이와 같이, 채용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력 유지가 훨씬 더 중요한 만큼 이 글에서는 채용보다는 유지 관점에서 기술하고자 한다.IT 인력의 특징IT업종은 통상 태생자체가 컴퓨터나 통신망 상에 존재하는 소프트웨어(패키지, 시스템통합), 통신서비스, 인터넷서비스, 게임, 하드웨어(컴퓨터, 장비, 부품) 업종을 일컫는다. 한편 농업, 제조, 금융, 유통, 자동차, 의학 등과 같은 1, 2, 3차 전통산업에도 IT 기술이 적용돼 '융합'이라는 키워드로서 IT 영역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핀테크 등 새로운 IT 융합영역이 탄생되고 있다. IT 업종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첫째, 기술변화 주기가 짧다. 새로운 기술 또는 업그레이드 된 IT 기술이 통상 1~2년 마다 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이동통신망, 운영체계, 가전제품, 모바일앱 등을 생각해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변화의 격동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든가 적어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된다. 이에 따라 IT 업종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함을 숙명처럼 여기고 있다.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자기계발욕구가 강해진다. IT 업계에서는 대략 50세 전후가 실질 정년이라고들 생각한다. 이는 전통보다는 새로운 지식이 선호되면서 경력에 따른 이득이 마냥 커지지 않아 결국 조로早老되기 때문이다.둘째, 사업 흥망이 공장, 설비, 장비보다는 사람에 의존한다. 물론 하드웨어의 경우에는 설비 등이 중요하겠지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사람 능력에 매우 의존하며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간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의 가치를 인지하며 스스로를 그런 인력이라고 생각할 경우 회사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유인책을 기대하게 된다.셋째, 업계 1등의 선점효과가 크다. 이는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비즈니스 특성에 기인한다. 언어 문제만 해결된다면 시공간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이름 있는 곳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인력을 조기에 확보해 실수 없이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인력들은 끊임없이 타 기업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게 되며 현 회사와의 특별한 관계나 충성심, 적절한 대우가 없다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넷째, 아주 복잡하거나 고도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남의 성과를 베끼기 쉽다. 생산시설 자체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경우 전문가가 다뤄보면 쉽게 아이디어 복제가 가능하며 하드웨어의 경우에도 공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아웃소싱을 통해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 유사 제품-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나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하게 된다. 사람을 잘 지키지 못해 경쟁사로 이직하게 하거나 독립해 유사사업을 행하게 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다섯째, 현재보다는 미래를 먹고 산다. 태생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계속 추종해야 하기 때문이지만, 미래를 제시해야 시장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첨단기업 이미지를 창출 내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래지향성은 IT 인력에게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게 하는 정당성과 부담을 지어주게 된다.마지막으로 IT 기술을 적용시킬 대상에 대한 지식domain knowledge이 매우 필요하며 기반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아니라면 이러한 지식이 사업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빅 데이터, 생물정보학, 농업 IT, 스마트공장, 핀테크, O2O 등을 보면 해당 업종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고 우위를 유지할 수도 없다. 이를 위해서 IT 인력은 IT 기술뿐만 아니라 특정 업종 지식도 습득하려고 노력한다. 소위 '융합 사고를 갖는 융합인재'가 돼야 IT 기업과 비IT 기업으로부터 각광받기 때문이다.IT 인력이 회사를 선택할 때 고려사항과연 어떤 경우에 회사를 떠나려고 할까? 또 반대로 어떤 이유로 계속 머물까? 그리고 어떻게 계속 머물게 할까? 이에 대한 답은 "회사를 왜 다니는가"에 대한 깊은 사고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이직-근속 요인과 기업이 기울여야 할 노력은 다음과 같다. 각 요인에 대한 만족도 합에 따라 떠남과 머무름의 결과가 정해지게 된다.경제적 이유 가장 기본이 되는 요인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금액 또는 기대 수준과 실제 수준과의 차이가 관건이다. 또한 비교그룹(동일업종-유사경력-유사직무)과의 차이도 요인이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당연히 급여를 많이 주고 싶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다. 이럴 때 많이 사용하는 비급여 보상방법으로는 주식 부여, 인센티브 지급, 취미비용 지원, 의료비-학비 지원, 가족 경조사 지원, 근속혜택 등과 회사콘도-구내식당-구내카페 운영, 생명-실손보험, 종합검진 등의 복지혜택이 있다. 이때에는 비정기, 수동청구, 변동액 방식으로 운영하여 통상임금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법률문제를 피하면서 직원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다.전공-경력 적합성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에 맞거나 지내온 경력내용과 잘 맞는 업무를 선호하게 된다. 이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각 업무역할position or role에 대한 직무명세서job description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업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많은 수의 국내회사에서는 직원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때그때 회사상황에 맞춰 인사발령을 내고 있는데 이는 자칫 직원 적성과 경력계획을 무시해 결국은 이직에 이르게 만든다. 또한 본인이 원하지 않은 자리로의 이동은 업무몰입을 약화시켜 생산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경력경로(career path)상 필요성자신이 설계한 경로 또는 가고 싶은 경력목표에 이르기 위해 중간에 필요한 일이라 할 경우 다른 요인에 다소 불만족 하더라도 어느 한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회사는 직원들이 자신의 경력을 설계하고 이를 이룰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기(1년 또는 반기)로 자신의 경력경로를 설계 또는 수정하게 하고 그 직원이 다음 자리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줘야 한다. 또한 이동이 쉽도록 관련 절차를 구성해야 한다. 유능한 직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그 회사 내에서 경력경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그 직원을 놓치지 않는다.근속가능성 안정을 선호하는 인간 본성을 감안하자면 현재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은 큰 이직 요인으로 작용하며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이직할 확률이 커진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는 안정되게 근속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명확한 해고규정, 공정한 인사, 임금피크제, 출산휴가제도, 연령에 따른 차별금지 등이 있겠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의 근속가능성 강화정책은 근속하면 안 될 인력까지 회사에 머물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설계해야 한다.재취업 가능성종신고용이 붕괴된 현대사회에서는 상시 구조조정이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 상황에서는 근속가능성보다는 재취업가능성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맡겨지는 업무가 타 기업에서도 통용되는 업무(기술)인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재취업가능성이 높은 업무에 더 끌리므로 회사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업무(비인기업무, 회사특화업무)에 대한 유인책(수당,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급, 승진가점 등)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여성 친화성 육체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IT 업종에서 여성의 역할은 타 업종에 비해 더 크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입장에서 여성에게 적합한 업무환경은 회사선택과 유지에 있어 큰 유인책이 된다. 눈치퇴근, 야근, 회식필수참석, 남녀급여차이, 유리천장 등과 같은 '후진문화 타파' 정도로는 여성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유연시간 근무, 시간제 정규직(예를 들어, 10~16시 근무), 재택근무, 자녀동반출근, 시간제 휴가 등과 같이 근무제도에 큰 변화가 있어야만 능력 있는 여성인력들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 또한 일에만 신경 쓰면 되는 문화가 조성돼 있어야 한다.업무담당자 근속 경력이 쌓이면 관리자가 돼야 한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한국사회 전반에 거쳐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경력이 쌓여도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은 개인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라는 종용에 지나지 않는다. 경력은 많지만 업무담당자individual contributor로서 근속할 수 있는 인사제도(관리자 트랙과 전문가 트랙)가 필요하다. 최종으로는 이 제도를 통해 임원급 업무담당자가 배출되어야 한다. 단, 이 제도가 실행되려면 수평 조직문화(비연공서열)와 연봉제가 선행돼야 한다.회사 명성회사 명성이 나의 후광으로 작용함을 알고 있고 또한 이것이 본인에게 중요한 경우 그 회사에 머물 이유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결혼을 고려할 경우에 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어느 면에 있어서는 남들에게 자랑하고픈 영역(예를 들어, 기술, 제품, 사회사업, 조직문화, 복지제도 등)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알리는 회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회사 미래회사 상황이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미래를 확신할 경우 자신의 성취감과 결실을 위해 현재의 부족함을 참고 견딜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도 공감하면서 달성 가능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게 되면 그 성과를 같이 나누는 보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 도달과정을 일정 시간마다 솔직히 공개해 '같이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공정한 평가와 보상조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 평가와 보상이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평가가 이뤄지고 그에 맞는 보상(금전-비금전, 공개-비공개)이 이뤄질 경우에만 그 조직은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차라리 보상을 안 하는 것이 보상을 잘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종종 조직에서 주로 단기성과만 평가하고 보상하는 면이 있으나 성장잠재력과 같은 장기성과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경영상황 때문에 잠시 성과가 좋지 않지만 성장잠재력이 있는 인재의 유출을 막게 해준다.자기계발기회 부여변화가 빠른 IT 업종에서 자기계발은 생존을 위한 필살기이다. 특히 기술인력에게는 더욱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회사는 자기계발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명시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가령 일주일의 10~20% 시간은 자기계발에 투자하라고 장려해야 한다. 더불어, 관련서적 구매, 외부교육 수강, 컨퍼런스 참석, 경진대회 참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한도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직원들은 "회사가 빼먹으려고만 하지 않는구나,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구나"라는 감동과 함께 열정, 동기부여, 충성심, 의무감(보은)이 생긴다. 개인역량 성장은 회사성장과 직결된다. "실력이 좋아지면 회사를 나가지 않을까?" 하는 옹졸함을 갖기 보다는 실력이 좋아져도 나가기 싫은 회사를 만들어야 미래가 있다.조직문화어떻게 보면 위의 요인들을 모두 포용할 만큼 큰 영역이다. 조직문화에는 그 회사의 독특함과 철학이 묻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좋고 나쁨을 논하기 어렵다. 다만 IT 업계의 역동성, 인재중심, 미래지향성, 창의성을 감안한다면 몇 가지 세부요인을 꼽을 수 있겠다.● 자율성 - 단순히 정해진 일, 지시된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실행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지시가 필요한 경우에도 업무 의미를 설명하고 어떤 성장 기회가 있는지에 대한 공감을 얻어야 그 직원의 열정commitment을 끌어낼 수 있다. 상명하달에 익숙해지면 결국 복지부동이 만연하게 된다.● 부하직원 관리능력 - 말단직원 바로 위의 관리자first level people manager는 조직 내 허리로서, 이들의 역량은 조직 내 실행역량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일을 잘하는 사람이 사람관리도 잘 한다"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물론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관리도 잘 하겠지만 이는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관리를 위해서 탄탄한 관리자역량 배양교육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업무 할당-평가-보상, 피드백 기법, 관리자로서의 언행-태도-배려, 경력 멘토링 등은 관리자로서 사전에 갖춰야 할 기본역량이다.● 일의 가치 인정 - 어떤 일이든 일하는데 있어 피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그 일이 이뤄지는 데 걸리는 노력을 쉽게 본다는 것이다. "3일 안에 끝내", "왜 오래 붙잡고 있어" 등 일하는 담당자와 일을 시키는 관리자 간 시각 차에 의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담당자가 그 일의 난이도와 투입량에 대해 관리자에게 설명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노력에 반응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내리는 지시는 담당자 영혼을 갉아먹는 폐해가 된다. "내가 뭐 자판기인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래 사람들을 볶아 댄다" 하는 류의 불평과 경고를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 존중 - 엄밀하게 말하자면 회사는 하루에 8시간, 주당 40시간만 급여를 주고 직원을 빌린 것이다. 물론 이 이상의 시간을 직원이 희생(?)하겠지만 회사가 알아서 시간을 지켜준다면 직원들의 만족감과 감사함이 다른 여타 복지 혜택보다 더 크게 생길 것이다. 상시야근, 주말산행, 주말교육, 조기출근 등 충성심 증명을 빌미로 직원 개인시간을 빌려 쓰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위 모든 사항의 실현여부는 결국 CEO 의지에 달려 있다. "기업은 딱 설립자의 그릇만큼만 성장한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는 CEO가 아는 범위만큼만 전진하고 인정하고 머물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회사를 만들었으니 내가 다 안다"는 착각은 직언을 들을 기회를 막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CEO만 모르는 일들이 많아져 결국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아래 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인재사관학교'라는 말이 있다. '쓸 만한 인력을 많이 배출한다'는 말은 곧, '쓸 만한 인력이 자주 퇴사한다'는 명예스러운 동시에 불명예스러운 의미이다. 당신 회사가 의도하지 않게 이 용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호웅기 소장은 컴퓨터공학 학사-석사, 경영학(MIS, MoT) 석사-박사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만텍, 컴퓨터어쏘시에이트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과 티맥스소프트, 사이버패트롤, 공군전산실 등 한국 IT기업에서 마케팅, 영업, 기술, 개발, 조직관리 직무를 수행한 경영전문가이다. 현재는 영림원소프트랩 경영시스템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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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죽이는 평가제도, 살리는 평가제도
조직문화를 죽이는 평가제도, 살리는 평가제도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필자가 지난 12월에 번역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라는 책은 조직문화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조직과 리더들로부터 최근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문의를 받으면서 동시에 문화를 통한 성과창출의 한계나 제약요소로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이 바로 평가와 보상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것은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핵심요소이자, 동시에 조직문화는 집단가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구성원에게 감성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평가제도를 운영 하는가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 평가제도를 들여다본다면 가장 먼저 '왜 우리 조직에 평가라는 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조직차원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일반적으로 평가의 목적을 보상이나 승진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우리 조직 내에 누가 일을 더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가려서 잘하는 사람은 돈을 더 주거나 승진시키고, 못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생각에 불가하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평가를 통해 구성원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제고하겠다는 의도 정도라고 할 수 있으나, 이것 또한 조직문화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편향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상과 승진 등의 기준으로만 인식되는 평가제도는 선의의 경쟁은 고사하고 오히려 조직 내에 불필요한 정서적 압력과 경제적 압박만을 유발하여 조직을 구조적 타성에 빠지게 하거나 구성원간의 신뢰와 협력을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조직의 주도성과 창조성을 억압해 실질적인 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평가결과에 준거한 보상과 승진은 조직에서 평가의 결과를 그야말로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태'인 것이지 절대로 평가 자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평가하는 목적이 아이들을 서열화해 공부 잘하는 아이를 칭찬하고 못하는 아이를 벌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황당하고 불쾌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학습은 잘하고 있는지, 학교 생활에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또한 올바른 사회인으로서 잘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그래야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의 평가제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서 평가를 하는 것은 구성원의 역량과 성장을 확인하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 위함이고, 동시에 개인의 성과들이 모여 조직차원의 성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직문화 차원의 평가제도 목적다시 말하면 조직문화 차원에서 평가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을 가이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시스템의 조정을 통해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를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 향상먼저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을 가이드 한다는 것은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이 구성원이 일의 즐거움(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스스로 성취해나가는 기쁨과 역량과 성과 면에서 스스로 한 발짝 나아가가고 있다는 기쁨)과 일의 의미(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이나 고객,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쁨)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평가제도가 개인이 더 즐겁고 더 의미 있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발견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직과 리더는 개인의 이러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적인 요소를 조정해나가는 역할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 강화경영시스템을 통해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은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이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과 개별적인 성과들이 효과적으로 조직의 성과로 전환되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경영적인 솔루션을 찾고 이를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단위조직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 결과가 높은 편인데 그 조직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역량평가나 성과평가 중에 하나 또는 둘 다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추론하고, 평가지표나 방법에서만 문제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더 많은 경우에 개인의 역량이 개인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또 개인의 성과들이 조직의 성과로 확장되지 못하는 데에는 구성원의 몰입을 저해하는 조직적인 이슈나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조직성 결여Coordination Neglect, 구성원의 역량과 업무의 부조화, 조직역량의 이슈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영시스템을 조정해 나가는 활동이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제도화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이끄는 평가제도의 원칙앞서 말한 평가의 본질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평가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만의 합의된 평가 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물론, 조직 전체 구성원간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평가의 목적과 실행의 원칙, 그리고 그 원칙에 입각한 평가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조직마다 사업적 또는 조직 문화적 특성이나 상황적 조건에 따라 평가의 목적과 원칙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평가제도 정립과 운영상에서의 몇 가지 원칙 또는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그 첫 번째 원칙이자 전략은 "평가를 구성원 관리를 위한 무기로 사용하지 말라(3-no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평가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물론, 그 결과의 활용 면에서 서열화 하지 말고No Rating System ▲금전적 보상을 위한 전제로 활용하지 말고No pay for performance ▲승진과 직접적으로 연계 하지 말라는No hierarchical title 것이다. 평가결과의 서열화는 조직 내에 부정적인 정서적 압박을 제공하고 구성원간의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위험이 있다.또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평가는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가이드하고 경영시스템을 통해 조직성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가결과가 자신 또는 타인의 보상과 직결된다는 집단가정이 형성되면 구성원이 일 자체의 목적이나 성취보다는 평가항목의 요구사항을 채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며 동시에 조직의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조직의 목적이나 성과가 아니라 구성원의 이러한 행동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평가와 승진과의 직접적인 연계는 평가의 관대화 경향, 집중화 경향을 유발하거나 승진 후보자에게 좋은 평가 성적을 양보해주는 것이 관행이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평가 돌려먹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평가 자체에 대한 조직적 신뢰가 상실되고,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 또한 상실할 위험이 있다. 제도상의 한계를 보완하는 운영 전략현재의 인사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평가제도가 '보상과 승진'의 조건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면, 그로 인해 발행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와 운영전략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평가의 실행과 평가 결과의 피드백이 이뤄지는 전 과정에서 평가와 보상(또는 승진)을 완전히 분리해 소통하는 것을 제도화할 수 있다. 리더와 구성원이 소통과 합의를 통해 우리 조직만의 평가원칙을 먼저 정립하고, 조직 내에 평가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때는 평가방식과 제도의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와 미리 합의된 평가원칙과의 정합성을 먼저 논의하고 꼭 필요하다면 원칙의 일부 사항을 보완한다. 그 후에 다시 평가 원칙의 관점에서 평가지표와 방법을 재검토한다.또한 리더가 평가에 대한 피드백이나 코칭 등을 할 때는 반드시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제고하는 관점에서만 소통이 이뤄지도록 하고, 보상과 승진을 위한 코칭이나 면담은 평가의 그것과는 시간과 장소, 형식에서 엄격히 분리해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예로는 보상의 기준점을 외부적인 요인이나 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성과평가보다는 구성원의 역량이나 기술평가 등에 집중하도록 평가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반드시 성과평가가 보상의 기준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기 성과보다는 기간 누적성과를 평가 기준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소극적이지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두 번째 원칙이자 전략은 "평가지표와 방법상의 정교화 보다는 평가 피드백 프로세스에 집중하라" 이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라는 옛말이 있다. 연장도 좋고 목수도 훌륭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설사 연장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목수가 훌륭하면 최소한 해야 할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장이 좋다고 하더라도 목수가 훌륭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평가제도에서 평가지표와 평가방법론이 연장이라면 평가제도의 피드백 시스템은 목수라고 할 수 있다.평가지표와 방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다소 역설적일 수는 있지만 평가의 지표와 방법론이 정교하다는 것이 정말 모두에게 좋은 것인가는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한편 평가의 지표와 방법론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과 개인이 그것을 성과와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적인 환경이 잘 돼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조직적인 환경에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일반적인 조직의 인사기획 조직이나 심지어 인사컨설턴트들까지도 평가지표와 방법론을 개선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평가를 통해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성장을 견인하는 조직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일부 컨설턴트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단순히 제도에 대한 변화관리 정도로 간주하고, 어느 조직에나 동일한 방법을 참고자료 수준으로 형식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또는 이것을 평가제도의 차원이 아니라 코칭과 같은 교육부서에서 해야 할 일로 넘겨버리기도 한다. 결국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평가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와 방법상의 정교함보다는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노력이 핵심이 된다. 평가 피드백의 체계적인 구축과 정착이 필요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을 개념적으로 단순화하면 3개의 순환적 루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가는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작은 루프는 평가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평가행위를 하고 마지막으로 평가결과에 대해 피평가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조정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평가제도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중간 루프는 성과-역량 가속화 프로세스Performance & Competency Acceleration Process이다. 이것은 리더는 평가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의 역량개발과 성과 목표를 공유하고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구성원이 일상의 업무 속에서 일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제고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피드백 해 나가고, 동시에 조직은 리더들의 이러한 일상적인 노력이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게 지속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마지막으로 가장 큰 루프는 성과-역량 칼리브레이션 제도Performance & Competency Calibration System이다. 이것은 매 평가주기마다 '평가결과'와 '단위 기간의 실제 조직성과'간의 대조를 통해 평가결과와 조직성과간의 일관성을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극적으로는 평가지표나 방법을 부분적으로 개선하거나 적극적으로는 조직의 경영시스템 관점에서의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성과-역량 칼리브레이션에서는 평가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조직차원에서 평가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리뷰하고, 필요 시 평가원칙을 보완하는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 외에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과 전략으로는 ▲평가는 인사권의 행사가 아니라 리더의 본연의 역할과 책임이다 ▲평가의 중심은 일 그 자체에 있고, 그 일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평가는 실질적인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현재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2017-09-22